애 울음에 기댄 로맨틱 코미디
  • 이세룡 (영화평론가) ()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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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맘마



 <미스터 맘마>는 <결혼이야기>로 한국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기획집단 ‘신씨네’가 충무로의 재주꾼 강우석 감독과 손잡고 만든 로맨틱 코미디이다. '홀로서기'를 외치며 가출한 아내 대신 남자가 아기를 돌보면서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되고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술 진탕 먹고 잠깨어 보니 아내는 가출했고, 애는 울고, 기저귀는 젖어 있고, 출근은 해야 하고 이 어려운 상황을 <미스터 맘마>는 웃음과 사랑으로 해결한다.

 가사와 육아에 무관심했던 평범한 남자(최민수)와 완전한 사랑을 추구하는 직장여성(최진실)이 꼬마 주인공을 보며 타인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코끝을 찡하게(아이 돌날 장면) 만든다.

 극단의 상업주의를 내세우며 기획된 이 영화는 가장 인기있는 남녀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일단 영화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완성된 <미스터 맘마>가 사람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몇가지 약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첫째, 남편과 아이를 놔두고 가출한 여자의 동기가 '유학'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부터는 <미스터 맘마>가 난센스에 가까운 진행을 하리라는 것을 예고한다.

 또 아이를 데리고 직장에 나타난 남자가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동료 사원의 이마에 똥을 묻히는 소동은, 시나리오 과정에서 무리하게 우스운 상황을 만들려다가 일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면이 관객들에게 주는 것은 웃음이 아니라 불쾌감이 깃든 혐오감이다.

 빠른 기간 내에 영화를 만드느라 연기자들의 감정이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요소요소를 소리로 덮기 위해 사용된 과다한 음악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매력있는 배우를 기용하여 상큼한 코미디를 만들려는 기획의도는 의도에서 그치고 만 느낌이다.

 아이의 잦은 울음소리 또한 수준급의 코미디로서는 거슬린다. 왜, 그렇게 자주, 그리고 그처럼 크게 우는지…. 영화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그 결과 괜찮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배역을 통하여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부분적으로 재미있고 감각적인 화면을 보여주지만 급히 만든 필름이라는 인상을 씻어주지 못해 영화 전체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따라서 이 영화는 아이디어로 충만한 집단과 재능있는 연출자의 만남이라는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시나리오(상황설정에 억지가 많다)와 확정된 개봉날짜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미디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터뜨린다면 이는 종전의 한국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멜로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인물(김세준)이 등장하여 영화의 성격 자체를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또한 크게 아쉽다. 남과 여가 근무하는 비디오 회사의 코믹한 분위기 묘사, 최민수와 최진실이 결합하는 라스트 시퀀스가 코미디영화 <미스터 맘마>의 체면을 그런 대로 세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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