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천안문사태 발생 가능
  • 조성환(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 승인 199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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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항 원칙 견지 속 현대화하면 10년 내 공산당 해체 불가피

현 단계에서 공산주의는 분명히 황혼을 맞고 있고 중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70년대 말부터 그 쇠약증세가 뚜렷해진 공산주의를 중국은 실사구시의 현대화 정책으로,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의 신사고 정책으로 회춘시키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중국의 ‘회춘제도’는 중국 고래의 한방요법처럼 경제구조의 개혁을 위주로 점진적인 회복을 노리는 것이었다. 이는 소련이 정치개혁이라는 약물주사로 체제 내외의 악성 신경조직을 퇴치하려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중국은 都小平이라는 원로가 쇠약증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렸으며, 소련은 고르바초프라는 비교적 연부역강한 외과과장이 메스를 추켜들었다. 그 결과 중국은 10여 년간의 개혁· 개방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 제법 위와 장은 튼튼히 만들었으나 심장이 부실한 상태이고, 소련은 과도한 약물투여와 신경조직 이상으로 최근 심장발작 증세(쿠데타 3일천하)를 겪고 심장이식 수술(공산당 해체)의 와중에 있다.

사회주의 토양 소련과 달라
중국은 문혁의 혁명주의에 의해 경제를 소홀히 한 결과 40대 장년에 유토피아라는 위액과다와 영양실조로 횡사 직전까지 갔다가 78년을 기점으로 등소평 이하 실사구시파가 주동이 돼 영양보충, 즉 개혁· 개방에 의한 4개 현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과정의 제1기는 84년까지로 농촌개혁 추진에 의한 농업생산력 확대를 중심으로 문혁시기 이후 텅비어있던 위장을 상당히 채웠다. 85년 이후 도시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해 수출을 중심으로 한 외향형 경제구조를 유도해 꼬여 있던 장을 펴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산당이라는 심장 이상증세를 등소평 이하 老人幇이 지휘하는 대뇌중추부가 우황청심환을 투여해 그 고비를 넘겼다. 86년 민주화 시위와 胡鍵邦의 사임, 89년 6 · 4 천안문학살과 趙紫陽의 사임은 바로 이 노인방의 우황청심환 약효에 의한 일시적 회복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막 활성을 찾기 시작한 위와 장이 더욱 튼튼할 수 있도록 혈액과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심장 자체의 활력강화가 아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89년 천안문사태를 되돌아보면 이 사태의 ‘의미는 생산력 증대에 따른 경제발전과 사회적 다원화를 감당할 만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 즉 위와 장의 활력에 대해 심장 박동이 부실해 혈류가 경색된 탓으로 발생했다. 이의 처방도 인민해방군에 의한 군중학살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나타나 불균형의 재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 중국 사회주의체제에서의 심장치료, 즉 중국공산당의 개혁문제는 천안문사태 때의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소련의 공산당 해체와 더불어 중국공산당 자체의 개혁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외로부터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우선 국내적으로 중국공산당의 권력독점을 내용으로 하는 4항 기본원칙의 견지는 현 중국 지도부가 추진하는 개혁· 개방의 현대화 정책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련· 동유럽의 사회주의체제 붕괴가 중국에 끼치는 영향,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서구의 압력과 개방 확대를 요구 하는 국제적 압력이 이 마찰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시장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현대화 정책을 지속하는 한 공산당의 국내적 권력독점은 궁극적으로 와해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국내 급진 사회세력의 재결집과 공산당에의 도전, 국제적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적 다원주의의 침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사회주의의 황혼은 중국공산당이라는 심장부의 건강상태에 따라 그 總命과 회춘 여부가 가름될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천안문사태를 중국 사회주의체제 현대화를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도입한 시장제도와 특구개방을 틈타 정치적 다원주의라는 서방의 독소가 침투해 회춘일로에 있는 老帝國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정도로 인식했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공산당은 천안문사태를 통해 사회주의의 영생불멸을 다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천안문사태를 전후해, 그리고 직금의 소련 변화에 직면해 서방세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위 和平演變 전략이라 몰아붙이며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현재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주의의 종말(공산당의 해체와 직결됨)이라는 역사적 힘에 어떻게, 얼마나 저항할 것인가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사실상 중국공산당이 4항 기본원칙을 견지하면서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 중국 공산당 자체의 궁극적인 해체는 불가피하다. 이미 현대화 정책에 의해 경제부문에서의 시장화· 국제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을 보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다원화가 확대되어 필경 정치적 다원제 도입압력에 직면할 것인 바, 더욱 확대된 형식의 제2의 천안문사태가 예견된다.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예측할 수 없으나 앞으로 10년, 즉 20세기를 마감하기 이전에 중국공산당의 형식적인 해체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정치전통과 경제기반이 소련· 동유럽 등 여타 공산권과는 내용이 달라 현 중국공산당 권력핵심의 인적 구도가 단시일 내에 변동되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체제가 실질적으로 시장화 추세로 변화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공산당의 궁극적인 해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중국공산당의 핵심 권력층이 상호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이질요소, 즉 경제적 시장 확대라는 현대화 정책과 4항 기본원칙에 의한 사회주의체제 유지를 어떻게 병립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개혁파. 보수파 압도할 가능성 높아
중국 공산당의 권력 핵심은 기본적으로 개혁· 개방의 현대화 정책을 실무적으로 이끌어나갈 개혁성향의 인맥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물론 천안문사태 직후 입지가 급 강화된 보수파 세력이 세를 더하고 있는 상황에서이다. 이는 소련사태 이전의 중국 권력개편 내용이고 내년 초에 열리는 14기 全人代에서는 새로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만약 중국이 현 소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혁· 개방기조를 견지한다면 陳雲· 李鵬 계열의 보수인맥은 趙紫陽 계열의 개혁인맥에 압도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지도부는 천안문 사태가 빚은 체제의 위기상황이 거의 정상을 되찾고 개혁· 개방을 재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으나 소련사태에 따라 내년 전인대를 전후해서 내부 권력투쟁을 격화시킬 소지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사회주의의 심부전증이 의외로 빨리 닥쳐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천안문사태를 교훈으로 권력핵심 내의 파벌경쟁 및 권력투쟁의 범위와 한계를 인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혁의 설계사겸 권력의 정점인 등소평이 권력게임의 심판자로 건재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1~2년 내로 예상되는 중국 지도부 내의 권력게임은 4항 기본원칙과 개혁· 개방의 추진이라는 두가지 이질요인을 병립시키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사회주의는 단기적으로는 공산당이라는 권력심장에 의해 유지될 것이다. 중국의 현 체제는 과도한 시장제도로의 개혁이나 국제개방은 피하려 할 것이고 국내에서의 급진 반체제 세력의 조직화를 극력 예방하려는 사회통제 정책을 펼 것이 예상된다.

중국 사회주의체제는 이처럼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①권력의 최고 조정자인 등소평의 돌연한 사망에 의해 그 흐름이 급속히 역류, 보수· 개혁파 간의 격렬한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수 있으며 ②장기적으로 사회 및 경제적 다원화의 확대와 자본주의 권에 대한 개방 확대에 따라 기본원칙 4항 견지가 불가능해져 중국 사회주의체제 위기와 중국공산당 해체 요구는 불가피 해질 것이다. ①의 경우 등소평 이후 권력승계의 불확실성을 의미하고 앞으로 1~2년이 그 고비가 될 것이다. ②의 경우 현대화 정책의 지속에 기인하는 체제 위기 엔트로피의 증가로 이해되며 앞으로 5년이 그 고비가 될 것이다.

결국 단기든 장기든 이미 중국 사회주의의 황혼은 자명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 사회주의의 변화는 소련의 변화에서 보듯이 극적으로 연출될 상황은 아닌 듯하다. 현재의 중국은 현대화 정책 자체의 포기나 정책 노선의 대전환의 필요가 제기된 상황이 아니다. 등소평이 권력의 일체성을 후견하고 있고, 심각한 경제난이나 경기과열도 없으며 소수민족의 분리요구도 미미한 편이다. 더욱이 권력 내에서나 사회세력 중에서 중국의 옐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적 영웅이 급진 개혁파를 조직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태이다.

개혁· 개방으로 성장한 중국의 경제력 및 사회개혁 조직력은 소련과 큰 격차가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독점적 지위를 조금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심장인 중국공산당에 대한 궁극적 수술은 경제발전에 걸맞는 사회세력의 성장과 조직화가 이뤄져야만 가능해질 것이다. 중국 인민의 역사 역량으로 보아 그 최후의 수술은 다원적 민주화를 이끌어내기보다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현대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절충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동양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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