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만족’ 1위는 고려병원
  • 박중환 기획위원 ()
  • 승인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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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면접 조사/고혈압.당뇨 10위권 든 중앙길병원, 서비스도 3위 ‘모범생’
‘의사들은 집단을 한 후 결과를 본다고 수많은 검사를 한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에는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아내는 병원의 접수하는 아가씨들에 대한 기피증이 생겼다. 답변이 너무 신경질적이어서 될 수 있으면 묻지 않고 눈치로 하려 했다.’ ‘입원하려고 예약을 했는데도 입원실이 없다고 해서 5층 복도에서 밤늦게까지 고생했다.’ ‘두 의사가 각각 다른 소견을 내는 바람에 결국 5개월이나 늦게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실시해 회복 불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의학박사 김주환씨가 유작 《임상 투병 수기》에서 고발한 우리의 의료 현실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사부 보건과장과 포천 의료원장을 지낸 김박사가 3년간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다 92년 9월 사망하기까지 병상에서 한심한 의료 서비스를 겪으며 전문 의료인으로서 울부짖은 소리인 것이다.

 베스트 10 클리닉을 평가하는 잣대 가운데 환자 만족도는 의료진과 기기의 우수성에 못지  않은 요소이다. 아무리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 기기를 갖추었다 해도 환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종합 점수에서 감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의료는 고도의 휴머니즘과 테크놀로지가 요구되는 서비스 상품이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해도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거꾸로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시장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환자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한 고려병원은 이런 의미에서 ‘우승자’이다. 몰려드는 환자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기로 이름난 서울대병원은 2위를 지킨 반면 ‘2관왕’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은 6위에 그쳤다. 3대 성인병 모두에서 베스트 10위권에 들지 못한 강동성심병원 경상대병원 부천세종병원 동아대병원 인하대병원이 환자 만족도 10위 안에 든 것은, 우수한 의료진과 값비싼 장비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환자를 만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고 김주환 박사는 이런 병언을 더 원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괄목할 병원은 중앙길병원. 이 병원은 고혈압과 당뇨 부문에서 베스트 10위권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환자 만족도에서도 3위에 올랐다. 반면 서울중앙병원의 환자 만족도는 23위에 머물러, 3대 성인병 전반에 걸친 의료진과 기기의 우수함에 비하면 열악하게 나타났다.

의료진 . 친절성 등 22개 항목 설문
 환자 만족도는 베스트 10 클리닉 평가 대상으로 추천된 42개 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3대 성인병과 관련 있는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와 외래 환자 30명씩 모두 1천2백60명을 개별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당초 3대 성인병 별로 환자를 구분하여 조사하려 했으나 환자의 비밀 보호를 위해 곤란하다는 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바꾼 것이다. △의료진 △기김 치 시설 △의료진 및 사무요원의 친절성 △진료 절차의 편리성 △병원의 제반환경 등 다섯 항목으로 나누어 모두 22개 문항을 설문했다.

 항목별 순위를 비료하면 종합 1위인 고려병원은 기기와 설비, 제반 환경에서 둘 다 1위를 했으나 친절성 부문은 4위였고, 진료절차의 편리성에서는 14위로 밀려났다. 종합 2위인 서울대병원은 의료진과 기기 및 시설은 2위, 친절성은 4위, 제반 환경은 10위였고 진료 절차 편리성은 13위로 쳐졌다. 종합 3위인 중앙길병원은 의료진, 기기 및 시설, 친절성 모두에서 3위를 기록한 반면 진료 절차 편리성은 12위였다. 각 항목별 1위 자리는 의료진에서 부천세종병원, 기기 및 시설에서 고려병원, 친절성에서 경상대병원, 진료 절차 편리성에서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제반 환경에서는 고려병원이 각각 차지했다.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환자가 느낀 것을 평가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의료진에서 서울대병원이 부천세종병원에 뒤진 것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부천세종병원보다 못하다는 것과는 다른, 개개 환자가 주관적으로 인식한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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