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성인병
  • 박중환 기획위원 ()
  • 승인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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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무엇으로 죽는가. 한마디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3대 성인병으로 숨진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92년도 사망자 20만8천3백22명 가운데 암과 고혈압(뇌졸중 포함)을 앓다가 숨진 사람은 각각 4만3천5백70명(전체의 20.9%)과 4만2천4백명(20.3%)을 차지해, 두 성인병에 의한 사망이 41.2%를 기록하였다. 당뇨 때문에 숨진 사람은 5천8백12명(2.8%)에 그쳤으나, 당뇨병의 특성상 합병증으로 숨지는 경우가 훨신 많은 점을 감안해 전문의들은 10%를 웃돌 것으로 분석한다.

 세계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은 6.5%를 차지하였다. 정부와 사회가 오명을 벗자며 교통안전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데 비해, 치명적인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공공 투자와 사회적인 관심은 매우 소홀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83년 이후 10년 동안 3대 성인병에 의한 사망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더 이상 성인병을 환자 개개인의 일로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이다(61쪽 도표 참조).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85년에 크게 치솟았다가 서서히 낮아졌으나 92년에 다시 상승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암의 부위별 사망률을 보면 위암 . 간암 . 자궁암은 최근 들어 제자리이거나 약간씩 줄어들고 있는 반면 폐암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대장암 . 유방암 . 식도암도 약간씩 늘어나고 있다. 고혈압은 90년까지 계속 늘어나다 91년에 약간 떨어졌으나 92년 다시 늘어나 여전히 위협적이다. 당뇨는 83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10년 만에 무려 3배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암 줄고 폐암 급증… 병도 ‘선진국화’
 이와 같이 위암이 줄어드는 대신 폐암이 급증하고 고혈압과 뇌졸중이 늘어나며 특히 당뇨가 급증하는 추세는 성인병의 발병 행태가 후진국형에서 차츰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3대병의 사망원인을 성별 .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간암 . 위암 . 식도암으로 인한 사망은 남성이 여성에 비하여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고혈압과 뇌졸중은 여성이 많았다. 또 대장암 . 뇌암 . 당뇨 등은 남녀가 비슷한 병률을 보였다.

 남성의 40~60대 사망 원인 중 1위는 암이나, 70대에는 고혈압과 뇌졸중이 1위였다. 여성은 30대에 암으로 인한 사망이 1위로 나온 것 외에는 남성과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70세 이상 남녀 모두에서 사망 원인 1위는 뇌졸중이나, 모든 연령층의 뇌졸중 사망자 중 여성의 60.8%가 70세 이상에 집중된 반면, 남성은 24.5%만이 70세 이상에 몰렸다.

 이 분석을 종합하면, 남녀 모두 30~60대에 가장 위협적이 질병은 암이다. 가정의학 전문가들은, 특히 폭음 . 과식 . 흡연 .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성의 경우 암 발병 요인에 노출되어 있어 각별한 유의가 요망된다고 말한다. 또 여성의 경우 최소한 40대에 들면 고른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하여 고혈압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 3대 성인병의 사망률을 92년 《세계 연감》에 수록된 43개국과 비교하면, 암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발생 부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간암의 경우 2위인 일본과 62%포인트나 큰 격차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위암은 일본에 이어 2위, 폐암 35위, 대장암과 자궁암 39위, 유방암 44위를 보였다. 고혈압과 뇌졸중은 24위, 당뇨는 멕시코 . 미국 . 폴란드에 이어 4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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