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엔 만족, 값엔 불만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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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차 티코 시판 중간평가 “일단 성공적”

월수입 80만원에서 1백20만원까지의 30대 회사원. 엄밀한 조사가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평균 한국인’의 모습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대우그룹이 “최초의 국민차”라고 자부하며 지난 6월3일부터 시판하기 시작한 ‘티코’는 이 평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티코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주)대우 국민차부문의 전국 각 지역 영업소에서 6, 7월 중 출고고객 1천8백72명을 대상으로 직접 면담조사를 해서 나온 결과이다. 티코를 사는 사람들은 연령별로는 30대 초반이 33% 20대 후반이 24%로 주류를 이루었고,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약 52%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자영업자 22% 공무원 11% 순이었다.

티코 판매 결과를 보면서 국민차의 성패를 가늠하고자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단 성공적”이라 평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티코가 시장에 나온 이래 6월 5천4백9대 7월 5천6백8대 8월 3천4백21대가 팔렸대서가 아니다. 기아경제연구소 朴源莊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티코에 대한 수요가 ‘위에서 떨어진 수요가 아니라 ‘밑에서 올라오는 수요’이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티코의 주 고객으로 나타난 ‘30대 초반 대리들’은 티코를 ‘세컨드 카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차를 갖지 못하다가 처음 차를 사게 됐다는 것이다.

티코 고객 가운데 70%가 신규구매자
실제로 대우 쪽에서도 티코 구매자들 가운데 신규구매자가 70%를 차지하고 대체구매 자가 15%, 추가구매자(세컨드 차로 구입하는 고객)가 15% 정도이며 이것은 기존 승용차와 비슷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티코 판매 결과만으로 국민차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는 “국민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관망하고 있다.

“종업원 1인당 연간 생산대수가 평균의 3~4배에 이를 만큼 높아 모두 합쳐 5천50억원을 투자하게 될 국민차 사업이 3년 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주)대우 국민차부문 尹瀞石 홍보실장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많이 다르다.

국민차부문의 잠재적 가능성 때문에 양 경쟁업체에서는 “93년말이나 94년 초에 이르러서야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언제라도 참여할 태세를 갖추어 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기술도입선(미쓰비시)과 차종을 결정해놓고 생산규모와 시기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도 이미 87년부터 89년까지 1천1백cc ‘프라이드’를 생산, 시판했었고 90년 10월부터 필리핀의 국민차산업에 참여해온 경험이 있다. 게다가 엔진개발은 이미 완료한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기존의 생산라인에 국민차를 ‘혼류’시킨다면 빠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생산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정부의 국민차정책은 어정쩡한 상태이다. 88년 정부는 국민차 규격(800cc, 650kg, 1.5 · 2.0 · 3.0m 이하)을 정한 기본 안을 공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차정책의 핵심인 국민차 우대조치는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차정책에는 교통대책 수반돼야”
국민차 출현을 앞당긴 것은 대우그룹의 장기전략 때문이었다는게 업계의 중평이다. 대우자동차가 신규투자와 해외수출에서 사사건건 합작선인 GM과 마찰을 빚으면서 적자를 냈기 때문에 대우그룹에서는 대우자동차와는 별도의 회사를 통한 ‘승부수’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시판 석 달째의 티코는 국민차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지난 6월 티코를 사서 타고 있는 신근재씨(32 · 경기도 파주군 문산읍 당동리 92-4)는 모전자회사의 주임이다. 출퇴근용으로 티코를 샀다는 그는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점과 주차하기 편리하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으며, 성능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가격은 불만스럽다”고 한다. 티코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보험료와 등록비 등을 추가하면 5백만 원대에 이르러 결국 소형차와의 가격차가 1백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불만이다.

국민차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교통문제이다. 지난해 11월 ‘경승용차 개발동향 및 교통상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95년까지 경차(국민차에 밴과 같은 경상용차를 포함한 차) 12만대가 보급될 경우 도심 평균 주행속도가 현재의 20km에서 16.5km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 교통개발연구원의 黃延夏 연구원은 “국민차정책에는 반드시 교통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승용차가 출퇴근용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통행수요관리와, 이를 유인할 수 있는 대중 교통수단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체증 때문에 국민차 만큼이나 비싼 ‘카비디오’를 보면서 국민차 안에서 무한정 기다리는 일본의 풍속도를 수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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