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환경업보’ 불교로 푼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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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태계의 위기와 올바른 삶의 양식’ 강의하는 法輪스님… “있는 그대로의 모습중요”

욕망에 싸인 인간들로 북적대는 서울의 한 귀퉁이에서 불교교리를 내세워 탐욕을 버려야만 환경문제를 해결한다고 설파하는 스님이 있다. 法輪 최석호 스님(39)이 장본인으로 그가 포교활동을 벌이는 홍제동 소재 ‘중앙 불교 교육원’에서는 지난 6일부터 ‘지구생태계의 위기와 올바른 삶의 양식’이란 주제로 불교의 교리로 환경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法輪은 “불교적 세계관으로 인간· 자연· 사회를 바라보면 그 어느 사상에서도 보기 힘든 환경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불교의 기본사상인 ‘緣起的 세계관’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연기)’ 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상호의존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불교의 교리로 말하자면 전자는 ‘모든 존재는 절대적 자기실체가 없다’는 諸法無我이며, 후자는 ‘모든 존재는 결코 항상적인 자기 동질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諸行無常의 진리이다. 결국 자연과 인간은 서로서로 꼬리를 물고 사슬처럼 얽혀 있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환경문제 역시 이를 염두에 두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우리가 버리는 비누거품 투성이의 폐수가 다시 ‘마실 물’로 되돌아온다는 것과도 같아 여타 환경단체에서도 숱하게 지적해온 논리가 불교교리로도 다시 한번 강조된 셈이다. 법륜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서구 산업문명의 폐해가 산업 쓰레기· 오존층 파괴· 기상이변 등으로 드러나듯 결국 인간이 지은 업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넘어 왔는데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지배함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탐욕의 충족을 바로잡아야만 ‘참생명’에 이르게 되고 자연환경 보호에도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파악하는 생명이란 마치 화학실험 결과로는 인삼과 산삼의 성분차이가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훨씬 뛰어난 약효가 입증되는 산삼의 ‘불가사의’함에나 비유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물리적 화학적 방정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독자적인 것을 생명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그는 ‘씨 없는 수박’ 같은 과학의 개가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적게 쓰고 만족하자는 얘기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깨우친 근본적인 불교정신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의 중요성입니다. 따라서 생명의 재발견은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더불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최대의 방법을 찾아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적게 쓰고 만족하자는 얘기다. 사실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한 법륜은 자신을 찾아온 여러 계층 사람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탐욕을 보았고, 그것이 불교의 세계관에서 환경문제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절에 들어와 20여년간 불도를 구해왔다는 법륜은 85년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 그동안 민족불교학교 민족 통일학교 두레문화교실을 여는 등 불교의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앞장서왔다. 요즈음에는 서울과 지방을 순회하는데 일주일간 7백~8백여 명이 그의 강의를 들을 정도이다. 한국불교 사회교육원 柳演括 사무국장은 “불경을 대중들에게 명 쾌하게 설명하고, 또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문제를 예민하게 수용하여 젊은 불자들이 나 학생층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한다. 이번 강의가 불교의 교리를 다소 도식화하고 불교내부의 진보적 성향을 분산하는 게 아니냐하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환경문제는 전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의미 있는 접근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강의는 법륜 외에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나서서 이해를 돕는다. 물과 공기 마실만한가(김상종 교수· 서울대 미생물학) 핵발전소 과연 안전 한가(황상규· 공해추방 운동연합 사무국장) 식품오염과 현대인의 건강(이상국· 한살림소비자 협동조합 상무이사) 환경운동의 현황과 과제(최열· 공해추 방운동연합 의장) 우주적 생명과 신경 세포적 기능(장회익 교수· 서울대 물리학) 등이 10월11일까지 매주 화· 금요일 저녁 7시30분에 10회에 걸쳐 강의된다. 법륜은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환경위험도를 자각하여 마음 속 습하고 응달진 곳에서 피어나는 ‘탐욕곰팡이’를 햇볕에 찍듯 완전히 없애버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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