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대통령제 검토 용의”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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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야당 민주당 金大中 대표

김대중 대표. 통합야당인 민주당의 탄생과 더불어 그에게 붙여진 다소 생소한 직함이다. 그는 4년 가까운 진통 끝에 이뤄낸 신민 ·민주 양당의 통합을 “생애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순수대통령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러닝메이트로 이미 이기택 공동대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합당을 내년에 있을 4대 선거에 있어서 ‘승리의 출발점’이 라고 평가한 그는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득의만만한 모습이었다.

합당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한 마디로 이제는 여야가 대등한 입장에서 내년의 4대 선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또 야당도 정권 잡을 가능성을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지요. 중요한 것은 지도자 간의, 혹은 당간의 합의가 아니라 국민의 여망과 질책에 가까운 편달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내년에 있을 선거들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십니까?
모든 선거에서 전반적으로 승산이 생겼다고 봅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호남과 서울에서의 압승과 인천 경기 충남북에서의 과반수 득표를 내다보고 있으며,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할 것으로 봅니다. 전반적으로는 과반수 의석의 확보도 가능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립 이래 처음으로 국민의 투표를 통해서 민간 민주정부가 탄생하는 기회가 오리라고 봅니다.

신민 ·민주당의 합당을 여권 일각에서는 ‘상징적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고 결국 ‘ DJ 당’이 되고 말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민자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성을 극복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잘못된 지역주의에 아첨하지 않습니다. 합당 후에 정부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합당을 전국적으로, 또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어요. 경상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역주의는 3대에 걸친 군사정권이 만든 것이지만 이의 극복을 위해 야당으로서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신민 ·민주당의 합당으로 야권통합이 완결된 것입니까, 아니면 아직 통합대상이 남아 있습니까?
완결됐지요. 이제 전국 2백24개 지역구 조직책을 인물 본위로 영입하게 될 것입니다. 당적 통합은 완결이 됐고 인물영입은 이제부텁니다.

민중당은 통합 대상이 아닌가요?
민중당은 통합하는 것보다 안하는 것이 양쪽에 좋습니다. 민중당은 진보정당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과는 기본 성격이 좀 다릅니다. 연합전선의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지요. 이우재 대표와도 그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양당 통합과 관련해서 정치발전연구회(정발연)의 역할을 평가해 주시지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통합을 위한 성의는 인정하지만 당과 협조했다면 합당이 더 빨리 성사됐을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려고 했잖아요? 야권통합을 한다고 하면서 야당을 새로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 이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대단히 위험한 짓이었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 언론 일반국민을 막론하고 합당 전 김총재의 내각제 선회가능성과 관련, 개헌 논의가 분분했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그건 저를 모르는 사랍들이 하는 이야깁니다. 저는 정치의 두 가지 철칙이 있는데 하나는 나쁜 정치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 즉 정치보복은 절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법은 타협하되 원칙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납치도 당하고 감옥도 가고 사형언도도 받으면서 목숨을 걸고 싸워왔지요. 내각책임제는 TK정권의 영구집권 계획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김대표께서는 부통령제 도입을 주장해왔고, 이것은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순수대통령제와 일맥상통하는 감이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오늘 처음으로 이야기하는데 여권에서 주장하는 순수대통령 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에는 국회가 국무위원들을 불신임할권한만 있고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권한이 없습니다. 국회가 계속 불신임만 한다면 대통령이 행정을 펴 나갈 수 없고, 상호 견제가 안 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러닝메이트 제도를 여당에서 받는다면 순수대통령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습니다.

러닝메이트 제도를 여당에서 받는다면 13대 국회에서도 개헌이 가능할까요?
가능은 하지만 임기가 거의 끝나는 의원들이 막중한 헌법에 손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거를 통해 국민 의사를 물어 개헌하는 것이 헌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 길일 것입니다.

만약 여당이 민주당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의 개헌을 13대 국회에서 하자고 강력하게 나올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나온다면 당내에서 논의해보겠습니다.

김대표가 야권 대통령후보로 더욱 굳어진 것 같습니다만 대통령 선거에 자신이 있으십니까?
대선에 자신이 있다는 말은 아직 빠르지요. 이번의 야당통합으로 내년의 4대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봅니다.

러닝메이트로 마음에 두신 분이 있습니까?
사견인데 러닝메이트는 당연히 동서가 손을 잡아야 할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이기택 대표가 가장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로 부상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본인이 수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추대하고 싶습니다.

여야 밀월관계가 긴장관계로 바뀔 것이라고들 예측합니다만.
여당에서 우리를 내각제로 끌어들이려다가 이제 안 되겠으니까 긴장국면, 탄압국면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당은 선명 ·건전한 야당의 길을 갈 것입니다. 이것은 반대도 선명하게 하지만 타협도 선명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또 폭력과 과격한 주장, 선거를 통하지 않는 정권타도를 절대 배제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 합당으로 이제 ‘영남 대비영남’ 의 구도로 역포위되는 것 아닌가고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합니다만.
저는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도 반대하고, ‘영남 대 비영남’ 의 구도도 반대합니다. 국민이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이 바람직한 정당이고 정치인이냐의 기준에 따라 지지를 결정해줘야지, 지역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은 가장 사악하고 망국적인 작태입니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당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당신들이 당해봐라는 식의 정치는 절대로 추구해서는 안됩니다.

양김 구도가 강화되리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어떻게 보세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민자당 김영삼 대표가 대통령후보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판단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그건 노대통령이 지지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단서가 있었던 이야기지요. 지금도 노대통령이 지지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지지하지 않으면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노대통령이 김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야당 체질개선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많은 체질개선이 이번 합당을 통해 이미 이뤄졌습니다. 자기 당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 대화와 양보를 통해 통합했다는 것이지요. 신민당은 그간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노력을 해왔고 과거 부정 일변도였던 야당의 자세를 버리고 건전 야당의 길로 이미 전환했습니다. 우리 당은 앞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개발을 더 많이 하고 정치의 도덕성 회복에 앞장설 것입니다. 또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 많은 당직을 직선제로 선출, 하의상달이 잘 되도록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구당 조직책에 젊은 세대를 대폭 영입, 당을 젊게 만드는 데 힘쓸 것입니다.

김 대표의 영향력과 신당의 면모 쇄신과는 반비례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시각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에 있어서 권위주의는 사라져야 하지만 권위있는 지도자는 있어야 합니다. 당장 민자당을 보더라도 민정계가 최대 파벌임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대표한테 쩔쩔 매고 있는 것은 권위있는 후보감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만일 야당에도 가망성있는 후보가 없다면 강력한 야당이 되지 못합니다. 언제든지 저보다 나은 분이 있으면 기꺼이 양보하고, 그 분을 받들 용의가 있습니다.

신당은 계파정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기택 대표와 완전 합심해나갈 작정입니다. 제가 있는 한 이기택 대표를 감싸고 나갈 것이고, 거꾸로 저도 이대표에 의존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다보면 좋은 의미에서 계파가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파를 초월한 협력이 될 것입니다. 정치를 못하면 못했지 나눠 먹기식의 계파정치로 당을 병들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당합류 영남 출신 의원들이, 옥쇄를 각오하고 영남지방에서 출마해야 합당의 의미를 살랄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합니다만.
영남출신 의원들과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이제 상당히 용기를 가지게 됐고 선거에서 해볼 만하다고 고무돼 있는 줄로 압니다. 따라서 옥쇄를 각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가닥이 잡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각제 개헌과 선거구제, 그리고 정치일정 문제까지 김대표께서 열쇠를 움켜쥐고 있는 형국이었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김대표에게 쏠렸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개인 중심, 예측불가의 정치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많이들 오해하는데 개인이 집단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대표할 때는 절대적으로 그 개인이 필요합니다. 고르바초프 브란트 콜바웬사 등은 특출한 일을 해 냈고, 그 힘은 집단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문제는 개인이 집단으로부터 힘을 받고 있느냐, 아니면 개인이 집단을 지배하느냐 일 것입니다.

멀지 않아 김대표께서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5공세력과 6공이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로선 반반 정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노대통령은 통치 5년을 완전히 망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5공청산을 표방하고 나서 다시 5공의 정통성을 인정 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노대통령이 그런 서투른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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