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무너져도 주체사상 건재”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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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이 지난 14일자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와의 회견에서 “북한은 사 실상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했다”고 밝힌 이후주체사상과 마르크스주의의 연관성과 차이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70년대 들어 마르크스주의의‘창조적 적용’을 들고 나오기 시작, 72년 신헌법에서는 주체사상을 지도지침으로 채택 했다. 80년 6차당대회 이후 마르크스주의는 북한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주체사상과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출발점이 의식에 대한 물질운동의 先次性, 곧 유물론에 있는 반면 주체사상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우위에 기초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같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에 따라 주체사상은 ‘유물론 -정치경제학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마르크스주의 체계 대신 ‘주체철학 -사회역사이론 -수령론’이라는 새로운 틀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령론은 金正日 후계문제와 관련,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령은 사람의 사회정치적 생명인 ‘자주성’의 상징이자 원천으로 간주된다. 북한에서 수령을 받드는 이유는 바로 수령이 ‘모든 인민에게 사회정치적 생명을 안겨준 자애로운 어버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민대중과 수령 사이에 혈연적 연결이 맺어지고 수령은 ‘혈연적으로’ 金正日에 계승된 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항상 집단주의를 견지하는 반면 북한은 1972년의 신헌법에서 기존의 합의제 국가원수제를 폐지하고 ‘국가주석’에 의한 유일적 지도체제를 제도화했다. 이때는 바로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북한은 주체사상이 이처럼 마르크스를 계승하면서도 완전히 독창적으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김영남의 최근 발언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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