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막겠다”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04.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피스 데스포시토 사무부총장 인터뷰/“현대그룹의 시베리아 벌목 우려”



국제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 소속 ‘MV 그린피스호’가 13일 삼척에 닻을 내린다. MV 그린피스호는 24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환경운동연합과 연대해 각종 환경 관련 행사를 펼친다. 《시사저널》은 그린피스호의 첫 방한을 계기로 스티브 데스포시토 그린피스 사무부총장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 33세인 데스포시토 부총장은 현재 외유중인 폴 길딩 사무총장의 대행을 맡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그린피스의 미국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처럼 21세기 초에는 플루토늄 증식로를 보유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방한중 관심 있는 한국 국민과 연대해 이런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편집자>

MV 그린피스호의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혹시 방한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반대는 없었나?
MV 그린피스호는 현재 ‘아시아 비핵화 여행’의 일환으로 4개월 간의 아시아 순항에 나섰다. 방문국의 비정부 기관들(NGO)과 연대해 환경 문제를 부각하며 원자력계획이 불러올 위험성을 강조할 것이다. 일본을 찾은 목적은 몬주 플루토늄 증식로 가동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21세기 초에는 플루토늄 증식로를 보유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방한중 관심 있는 한국인과 연대해 이러한 계획을 중단시키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MV 그린피스호 방한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반대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 물론 우리의 방한 의도와 관련해 해외의 한국대사관측으로부터 다양한 문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심을 고무적이라 본다. 우리는 한국전력이 그린피스호의 방한과 그로인해 한국 정부의 원자력 계획이 받을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린피스의 전통적인 역할 가운데 하나는 대중에게 원자력의 문제점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임을 감안할 때 한국전력측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방한중 정치가 · 일반인·관리, 가능하다면 한국전력측 인사와도 만나 한국의 원자력 계획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국제 환경 기준으로 볼 때 얼마나 위험한가?
대규모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면 가동국이나 주변국 모두에게 지대한 환경 위협을 준다. 한국은 현재 9기의 원자로와 기타 핵관련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각 원자로는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킨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로와 비슷한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원자로에서 대규모로 방사능이 유출되면 수만 명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유출이 광범위하게 장기적으로 계속될 때 한국은 물론 주변국까지 오염될 것이다. 각 원자로는 대량의 핵쓰레기를 쏟아낼 것이며 이는 앞으로 수만년 동안 독성을 간직한 채 수 세대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환경까지 오염시킬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진 전세계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스웨덴과 스페인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새로운 원자로 계획을 포기했거나 동결했다. 한국은 국제원자력 업체가 공략 대상으로 삼는 소수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그린피스는 또 시베리아산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는 러시아의 스베탈냐 지역(이곳에는 호랑이가 3백마리 남아 있다)과 남태평양 섬에서 이루어지는 현대의 벌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서울의 비정부 기관과 현대측의 벌목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현대측이 생태학적으로 적합한 산림 기준을 채택하도록 도울 생각이다.

최근 그린피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금속성 쓰레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공식으로 항의한 적이 있는가?
지난 3월 하순 제네바에서 열린 유독성 쓰레기의 수출 금지를 위한 바셀 국제회의가 열리기 앞서 그린피스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관계 당사국 관리들과 접촉했다. 우리는 이번 회의의 중요성에 관해 상당한 정보를 한국 정부에게도 보내면서 선진국들에 의한 유독 쓰레기 수출 금지에 관한 협약이 마련되면 이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해당 자료를 한국 외무부 과학환경과의 정래권 과장과 환경처 산하 국립환경연구소의 박 성 선임연구원에게 보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그룹 77’의 회원국으로 이번 바셀 회의에서 유독 쓰레기 금지에 관한 협약에 지지를 표시해 관련 규제 협약이 채택되는 데 기여했다.

3월 24일 열린 바셀 국제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오는 97년부터 후진국에 유독성 쓰레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 같은 결의는 지금까지 유독 쓰레기를 수입해온 한국 같은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린피스는 유독 쓰레기 수출 금지에 관한 협약이 제네바 회의에서 통과된 것을 전세계 환경운동의 일대 쾌거라 생각한다. 지난 수년 동안 부유한 나라들은 엄청난 양의 유독 쓰레기를 후진국에 수출함으로써 자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진국들은 선진국이 쓰다 버린 쓰레기를 헐값으로 사들여 덕도 보았지만 쓰레기가 내뿜는 유해 물질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 수출하는 금속 쓰레기에 아직도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번 협약에서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금속성 쓰레기만을 수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지난 2월28일 유독 쓰레기 수입에 관한 일반 금지 규약을 지지하기로 동의했다. 이 규약은 5월29일 발효한다. 오는 97년 12월31일을 기해 발효할 바셀 협약에 따라 재활용 목적 또는 기타 용도에 상관없이 모든 유독성 쓰레기의 수출이 금지된다.

올해 그린피스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아시아 나라들을 위한 정책은 있는가?
그린피스는 94년에도 다양한 정책 목표를 실천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현재 벌목 작업으로 인해 상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캐나다 · 러시아 · 브라질 등에서 생태계 파괴 작업을 중단시키고, 남국포경금지 협약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며, 이산화탄소 양을 줄이기 위한 기후 협약과 기타 핵확산 금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 등이다. 아시아 지역에 대해 그린피스는 주로 유독 쓰레기의 거래를 금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유독 쓰레기의 주요 수입 지역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환경의 위험성을 환기시켜 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린피스는 뛰어난 정보 수집력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을 설명해 달라.
그린피스는 현재 순시선 5척과 전세계 30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환경 감시 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현지의 환경 단체 및 운동원들과 긴밀한 업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자체 컴퓨터망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상의 그린피스호와 전세계 지부가 연락이 된다. 그린피스호는 위성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어 세계 어느 곳이건 교신이 가능하다. 또한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전세계 언론 매체에 그린피스의 활동을 소개할 장비도 갖추었다. 최근 러시아측의 동해 핵쓰레기 투기 작업을 현장에서 포착해 전세계 언론에 알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소문에 따르면, 그린피스에 막대한 회비를 내고 있는 독일 같은 나라가 그린피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아니면 그린피스는 어느 나라의 영향도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 기구인가?
독일은 그린피스 예산의 최대 기부국의 하나이지만 투표권에 관한 한 다른 회원국과 똑같은 권한을 갖는다. 본부에는 특정국의 입김에 의해 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린피스 같은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조직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추후에 구조적인 변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卞昌燮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