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평화 중재자’ 복귀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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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키신저 ‘평화 중재자’ 복귀
 최근 자신의 지론인 ‘현실 외교론’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역저 《외교(Diplomacy)》를 펴내 호평을 받은 헨리 키신저(70·사진)전 미국 국무장관이 오랜만에 국제 평화의 중재자로 나서 관심을 끈다. 그가 맡은 임무는 4월26일~28일로 예정된 사상 첫 흑백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혼돈상을 보여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각 정파가 원만한 선거를 치르도록 돕는 일이다. 그가 이끄는 국제 중재단은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중재 활동에 들어갔지만 벌써부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번 선거에 불참한다고 선언한 줄루족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줄루족 지도자인 망고수투 부텔레지(인카타자유당 당수)는 줄루족만으로 자치 정부를 세우도록 현 정부가 헌법을 고치고, 아울러 이번 선거의 일정을 재조정하지 않는 한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키신저에게 밝혔다. 그 때문에 선거감시 기구인 독립선거위원회는 줄루족 거주 지역에는 기표소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신저가 닉슨 행정부 시절 미·중 수교 등 굵직한 외교 업적을 이룩해낸 외교 수완가이기는 하지만, 다수 민족으로 구성돼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그의 중재 노력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만 독립’ 여론 고조
 지난달 말 중국 절강성의 한 호수에서 대만 관광객 24명이 유람선 화재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요즘 대만에서는 본토와의 분리 독립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갤럽연구소가 1천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27%가 본토와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독립에 반대한 의견은 지금까지 여론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인 46%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 남부 지역에서는 독립 지지율이 36.7%나 됐다. 과거 여론 조사에서는 독립 지지 의견이 15.1%, 반대 의견은 60.8%였다. 이처럼 독립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까닭은, 유람선 화재 사건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인민해방군 병사 3명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대만은 이번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5월1일 이후 대만인들의 중국 관광을 금했다.
卞昌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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