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무 조사도 안했다”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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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 제공자 이○○씨, 구명 호소 위해 귀국

태국 방콕에서 문충일씨 일가족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이영일씨(43.가명)가 최근 귀국했다. 이씨는 그동안 동포애 하나로 문씨 일가족을 보호해왔지만 한국 정부가 아무런 구명 조처를 취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국내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그를 만나 문충일씨 일가족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들어 봐았다.<편집자>

어떤 경로로 문씨 가족을 보호하게 됐나?
3년 전 국내 한 언론사로부터 태국 북부 소수민족 실태를 연재해 달라는 부탁들 받고 산악지역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인근 쿤사 지역에 사는 문충일씨는 만났다. 그뒤 잊고 있었는데 지난2월초 문씨가 가족을 이끌고 와서 나에게 숨겨달라고 전화를 해왔다. 국적도 없고 언ㅈ어도 퇑하지 않으며 연고자가 없는 그들이 오로지 내 전화번호만 쥐고 살려달라고 호소하는데 같은 동포로서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일단 숨겨주고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부는 ‘문충일씨 일가족이 생며의 위협에 처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며 구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정부에서는 문씨 일가족 신변에 어떤 위협이 있는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문씨를 만나기는커녕 숨겨 주고 있는 나에게도 아직 성의있는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 문씨는 마약거래?무기조달?조직관계 등 쿤사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더구나 이런 문씨를 잡아들이기 위해 쿠나측은 태국 북부의 일부 한국인을 괴롭히고 있다. 만일 문씨 일가족이 쿤사측에 잡히기에 앞서 태국 당국에 적발 되더라도 살아남지 못한다. 태국 정부는 국내법에 따라 모든 불법체류자를 적발하면 그들이 넘어온 곳으로 되돌려보내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태국내 한국 교민단체나 대사관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해보지 않았는가?
문씨 일가족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 교민회에 이 사실을 공개하기는 어려웠다. 몇몇 뜻있는 교민들에게만 연락해 생계문제 등에 도움을 받고 있다.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는 여러 번 찾아가 상의했지만 ‘본국 훈령이 있기 전까지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이번에 내가 귀국한 것도 이런 답답한 상황을 국내에 알리고 정무?인권단체 등과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신변을 보호해 왔지만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개인 처지에서는 한계가 있다. 당장 문씨 일가족을 숨겨준 사람으로서 나에게도 어떤 위협이 닥칠지 불안하다.그러나 이 상태에서 내가 버리면 그들은 그대로 죽는다. 이번에 국내에서 그들의 구명을 적극호소하고,그래도 안되면 방콕으로 들어가 이들을 한국대사관에 넘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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