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풀어 쓴 전통 문화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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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 《한국문화, 유산과 전설》펴낸 이경희씨



한국에도 무당이 있느냐, 또는 한국에도 다도가 있었느냐고 묻는 외국인들이 늘어난다. 이런 질문은 남대문시장의 움직임이나 경복궁의 정경으로는 한국을 다 말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최근 《한국문화, 유산과 전설(Korean Culture, Legacies and Lore)》(코리아 헤럴드)을 영문으로 펴낸 李慶姬씨(47)는 외국인에게 한국 전통 미학을 가장 잘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하는 대리 화자 역할을 통해 한국의 진오귀굿을 설명하고, 임진왜란을 왜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는지를 이해시킴으로써 삼국시대의 차문화를 얘기한다.

 《한국문화, 유산과 전설》은 전통 공예의 과거와 현재, 공연 예술의 대가들, 생활 양식과 제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전설의 사적지 5부로 나뉘어 있다. 이는 그가 <코리아 헤럴드> 문화부장으로 있던 지난 70년대부터 20년간 전국을 돌며 직접 탐사하고 확인한 문화 답사 기록이다. 특히 북메우기 장인 이정기, 벼루장 이환우, 현대분청작가 윤광조, 통영처네의 이정연 등 공예부문 기사는 신문연재 때 주한 외국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명승 초의선사가 추사 김정희를 전송하며 읊은 한시나, 목은 이색이 신륵사 강변에 남긴 절창들, ‘네 바퀴 달린 정자가 있다면 좋겠네’로 시작되는 이규보의 <사륜정기>를 영역해 들려주는 대목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국 지성의 한 정점을 만끽하게 해준다. 쓰고 나서“소리내어 읽어가며 고친다”는 정성과 영문학에 대한 감각도 이 책으로 하여금 고 김원룡의 《Korean Art and Archeology》이후의 가장 빼어난 영문 전통 문화 저술이라는 평을 듣게 한다. 그가 기술하는 한국의 문화는 손상되지 않아 순결한것 또는 정신의 원형이 담겨 있는 것에 한한다. 예를 들어 그것은 그가 무용가 이애주를 철저히 승무의 춤꾼으로서만 읽으려는 고집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영문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고 불리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아 보인다. “나는 20년 남짓 기자 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측면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서술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 전통 문화 예술이 어떻게 현대에 보존되고 이어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가 지금까지 인터뷰한 대상은 수백명에 이른다.그중 그에 의해 기술된 대상은 1백50명 남짓, 그중 45명이 2백여 장의 원색 사진과 함께 《한국문화...》첫 권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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