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로 일군 한국학과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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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 한국학과가 설립되는 과정을 ‘독립운동에’비유한다. 15년전 ‘미국 대학에도 한국학과를 설립해 보자’는 취지로 뉴욕의 한 구석방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7명. 학과 설립에 필요한 비용 백만달러를 모금하는 것이 7인회의의 가장 중요한 결의 사항이었다.

 지난 4월11일 스토니브룩 한국학회와 총동문회가 서울에서 마련한 ‘한국학의 밤’에는 박성배 교수 (한국학과 과장), 존 마버거 총장, 김병석 교수(한국학회 회장ㆍ왼쪽부터) 등 7인회의를 주도한 인물들이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마버거 총장은 그의 임기 15년간 한국각과를 설립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한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학과의 한 과목으로 취급되던 한국학을, 대학 내부와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독립적인 학과로 격상시킨 장본인이다. 박성배 교수의 원효사상 강의에 감명을 받고 한국학설립을 결심했다는 그는, 대학명의로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제정하고 해마다 개인 부담으로 축하 리셉션까지 마련해줄 정도로 한국에 매료되어 있다. 그는 지금 추진중인 《한국학 연구총서》를 완간한 후 이 교재로 미국의 초중고 교과서 집필자들을 교육시켜서, 미국 사회에서 왜곡된 한국의 이미지를 교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백만 미국 교포들이 1달러씩만 내면 제대로 된 한국학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15년이나 되도록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부자에게는 받지 말자, 한 사람당 1달러만 받지 2달로도 받지 말자’는 결의가 얼마나 낭만적인 생각이었는지 모른다고 웃는다. 고국에서 처음 열린 ‘한국학의 밤’에 동문 6백여 명이 참석해 호응하고 마버거 총장이 문화 훈장을 받은 것은 이들이 한국에서 거둔 첫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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