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래야 고작 15평 남짓이다. 30년 가까이 야생화를 키워 온 서울 강남구 세곡동 못골부락 전길신씨(53) 집의 마당에는 늦봄의
햇살을 즐기는 야생화의 자연향이 그득하다. 나주에서 자라는 무늬질갱이, 대청도산 수수깡다리, 홍도 원추리 등 이 땅 구석구석에서 자생하는,
줄잡아 30여 종에 이르는 야생화의 이름을 전씨는 한숨에 일러주면서 “대통령 집무실에서부터 호텔·논두렁에 이르기까지 온통 외국 꽃과 풀이 뒤덮여
있다”라고 꼬집는다. 그러나 전씨에게서 집착이나 까탈스러움은 전혀 읽을 수 없다.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에만
30여년 매달려온 ‘프로’만이 누릴 수 있는 넉넉함이 배 있다.
전씨는 한국 춘란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에게서 난을 배우는 한 제자를
10년 동안 지켜본 후에야 “이젠 물 주는 법을 배웠다”면서 난 키우는 자격을 인정해 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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