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논쟁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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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당 지구당 개편 과정에서 또다시 ‘색깔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른 김문수 민자당 부천 소사 지구당 위원장으로부터 ‘두달간의 민자당 생활’에 대해 들어 보았다.

민자당내 일각에서 김위원장을 겨냥해 일고 있는 ‘색깔론’을 어떻게 보는가?
민자당에는 상반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당 출신과 야당 출신이, 탄압했던 사람과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 한 자리에 있다. 이들이 살을 섞고 하나가 되려면 안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한데 개혁의 급류가 거세다보니 자꾸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일은 당과 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박용만 고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자기 안방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런 말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난 3월 입당 발표 때도 당무회의에서 비판 발언이 나오지 않았나.
사실 그날 저녁 의원연수회를 마친 뒤 강재섭 의원등 TK출신들만 따로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이치호 위원장이 ‘나는 김위원장에게 다른 경력이 많은데 하필 5ㆍ3인천사태를 내걸었느냐고 한 말인데 언론이 이를 비판론으로 왜곡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오히려 통과의례를 치르게 해 준 이위원장이 고맙다.

재야 출신 인사의 민자당 입당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는 입신양명 수단이 아니다. 재야인사들은 적어도 돈과 권력을 위해 민주화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김대통령도 그들이 재야에 남아 있지 말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야인사들은 기존 정치권에 ‘도덕성의 세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개혁 주체가 빈약한 상황에서는 재야인사의 참여로 김영삼 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김위원장의 민자당 입당과 정계 개편을 연결짓는 시각이 있다. 정치적 복선이 있지 않나?
그런 것은 없다. 정권 실세들과 사전에 교감한 것도 없다. 있다면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당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민주계가 무슨 힘이 있나. 개혁 주체 세력이 없으니 자꾸 문민 독재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입당 전부터 개혁신당론을 주장해 왔다. 민자ㆍ민주 양당은 지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구도를 깨고 개혁 세력을 광범하게 포괄하는 정치적 틀로서 개혁신당이 필요하다.

정당 생활이라는 것이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닐텐데 어려움이 없는가?
한두 달 해보니까 정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할일도 많고 보람도 크다. 특히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실감했다. 집권당 지구당위원장이란 자리는 권력과 사회에 의해 지도적 위치로 공인된 것이다. 그러니만큼 공인으로서 귀감이 될 처신을 하려고 노력한다.

당이나 지역구에서 배척하지 않나?
사실 중앙당과는 별로 접촉이 없다. 옛말에 ‘매 때린 사람은 움츠리고 자고 매 맞은 사람은 다리 펴고 잔다’고 하지 않나. 민정계나 공화계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나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과거 내가 겪었던 고통을 그 가해자와 결부하지 않는다. 민정계 일부 인사들은 지연ㆍ혈연을 통해 ‘우리가 남이가’라며 친해지려 하더라. 민주계 인사들과는 금방 친해진다. 재야 선배를 만난 기분이다. 지구당 살림 장만에도 도움을 받았다.

김위원장이 입당한 이후 민자당은 한 지붕 네 가족이 됐다는 말도 있다. 스스로 어떤 정파 소속이라고 보는가?
정파라는 말은 좀 그렇지만 굳이 꼽는다면 ‘대통령 직계’ 정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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