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내무부장관
  • 김재일 부장대우 ()
  • 승인 199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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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용납 않겠다”

“여당의 프리미엄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년의 단체장 선거 때까지 내무부장관을 맡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계속 이 자리에 있다면 사상 유례없는 깨끗한 선거를 치를 것입니다.”

최형우 내무부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현정부이 실세다. 때문에 그는 곧잘 야당 공격의 표적이 되곤 한다. 최장관은 최근 들어 한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김대중 아ㆍ태 평화재단 이사장 사찰용 안가 문제, 조계종 분규 때의 편파 대응 시비, 상무대 의혹 등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악재가 계속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시사저널》 인터부 석에 불러냈다. “혈색이 좋다”는 기자의 첫 인사에 ‘뚝심 장관’으로 통하는 그는 “요즘 죽을 지경”이라는 말로 심경을 일단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공직사회를 복지부동이 아니라 변화역동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조계종 분규 때 왜 경찰을 투입해 총무원측을 비호했습니까?
 당시 조계종 전 집행부측으로부터 수차에 걸쳐 공권력 투입을 요청받은 바 있으나 종단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3월29일 상황은 만약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느 편에 의해서든 화재와 인명피해 등 많은 불상사가 발생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분신, 투신 자살 기도 등 그야말로 일촉즉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극한적인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당시 경찰력 투입은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 다른 불가피한 공무집행이었습니다. 저는 내무부장관으로서 조계사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아무런 사심 없이 공평무사한 자세로 떳떳하고 투명하게 대처해 왔음을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공권력 집행이 불가피했다고 하는데 개혁파 승려를 과잉 진압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더욱이 깡패를 동원한 것은 총무원측 아닙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화재 발생이나 인명 피해 위험이 없었더라면 경찰을 투입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좀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범종추 스님 50여명이 사다리를 타고 총무원 1,2,3 층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다시 4층으로 진입하기 위해 쇠톱ㆍ망치 등으로 출입문을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도각 스님이 거꾸로 추락하는 등 사태가 급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범종추측 스님 5~6명이 총무원 건물에서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분신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3층 베란다에서 석유 1통을 경찰에게 쏟아 붓고 신문지에 불을 붙여 던지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을 투입해 현장에 있던 폭력행위 가담자와 동조자를 연행한 것입니다. 그때 경찰을 투입하지 않아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인명피해가 있었다면 언론ㆍ야당뿐 아니라 국민도 내무부장광이 이 화급한 상황에서 무얼 했느냐고 추궁했을 것입니다. 저는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따름입니다. 다만 경찰이 (총무원측의) 폭력배 동원을 사전에 확인하고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의현 전 총무원장과는 각별한 사이가 아니던가요?
 한마디로 말씀드려 특별한 관계가 없습니다. 지난해 가을 제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서원장이 제 고향집에 문상온 것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만 문상온 것이 문제가 돼서야 말이 됩니까. 문제는 만나서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조계종 분규 당시 부산의 한 모임에서 서원장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완전히 와전됐을 뿐 아니라 모략입니다. 제 선거구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하기위해 내려갔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부산불교신도회 회장 이ㆍ취임식이 있었는데 문정수 곽정출 박종웅 김운환 정상천 송두호 허삼수 의원 등 부산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축사를 했는데, 내무부에서 만든 원고를 그대로 낭독한 겁니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어떤 세력이든 사회질서 안녕을 위해서 단호히 대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요. 이건 누구를 편들어서 한 이야기가 아니고 당시 사회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여론의 지적과 관련해 원칙론을 이야기한 겁니다.

조계종 개혁회의측이 최장관을 고발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공권력 발동 과정에서 생긴 물리적 제어와 진압을 이유로 고발된데 대해 극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직 당국에서 이를 명백히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계종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불행스러운 일로 생각하며, 무엇보다 개혁회의측과 진지한 대화와 이해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조계사 분규와 최장관 고소 사건을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것이 최장관의 기본 시각이 아닌가요?
 배후 세력이 있다 없다보다도 지금 이 사건을 사법부에서 담당하고 있고, 어차피 저 역시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모든 것이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저 자신 죄가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상무대 의혹과 관련해 최장관의 이름도 거론됩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입니다. 상무대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솔직히 상무대가 무엇하는 곳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조기현 청우건설 사장이 지난해부터 최장관과 빈번히 접촉해 왔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이 역시 상무대 사건과 더불어 국회조사 차원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청우건설이라는 업체가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김대중 아ㆍ태평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사찰용 안가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닙니까?
 김대통령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 사찰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시하신 바 있습니다. 주무 장관으로서 문제의 주택에 대해 보고받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언론보도를 접하고 깜짝 놀라 직접 현장에 나가 확인해 보았는데, 그 집에는 전세 든 사람이 살고 있었고 현재로서는 정치 사찰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안가를 매각하도록 했고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동교동측은 전화 도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데, 중요 인물에 대한 정치 사찰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김대통령도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혹독한 정치 사찰을 당한 피해자이시고 저 역시 감시 감독을 받아왔던 사람입니다. 그같은 아픔을 겪은 제가 무엇 때문에 정치 사찰을 하겠습니까. 저 자신 앞장서서 막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대통령께서도 용납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김이사장이 민주당을 사주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계 핵심 인사 대부분의 기본 시각인 것 같은데 최장관의 생각도 그렇습니까?
 뭐 그런 걸 묻습니까. (답변을 채근하자)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김이사장이 지금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선생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된다고 봅니다. 누가 뭐라 해도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김대중 선생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또 오늘날 문민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큰 일을 하신 분입니다. 국민들 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신뢰로 말미암아 그 투쟁의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그대로 저는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최장권께서 취임한 이후 내무부가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제가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강조했던 것은 관료 행태의 개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회의는 30분 이내, 보고 서류는 1장, 문서는 대폭 감축하는 등 내부 낭비 요인을 줄였습니다. 또 출퇴근 시간ㆍ공휴일ㆍ휴가는 가능한 한 철저히 지키게 함으로써 남는 시간을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공무원 각자의 재충전 기회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평생 외국에 가볼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한 일선 읍면동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제화에 대비한 안목을 키우고 사기도 진작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효율성과 적극성을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기업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교환 근무를 추진한 결과 내무행정에도 기업의 진취성ㆍ효율성ㆍ적극성과 같은 경영 마인드가 상당 부분 접목됐다고 생각합니다.

내무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여전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내무부장관에 취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무 공무원들은 일선 시장ㆍ군수를 해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인데 내년 6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면 그 꿈이 사라지게 됩니다. 또 시ㆍ군 통합이다, 기구축소다 해서 자리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겠습니까. 막상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일하면서 보니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보다는 묵묵히 자기 할 바를 다하는 성실한 공무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일부 공무원 때문에 전체 공무원이 복지부동이라고 매도 당하는 현실을 좌시하지 않겠으며, 온당치 못한 일처리로 민원을 사거나 비위를 저지르는 공무원은 누구이든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켜 복지부동이 아니라 변화역동하는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도록 저 자신이 앞장서서 뛸 것입니다.

최장관의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이 복지부동을 깨는 데 기여했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일부 공무원 중에 복지부동ㆍ보신주의ㆍ좌고우면의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에서 솔선수범하면 밑에서는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면이나 동 직원 등 말단 공무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해 왔지요. 대화와 현장 행정을 통해 그들의 애로를 해결하고 사기를 진작하고 용기를 북돋워 줌으로써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장관의 주된 목표가 내년 지자제 선거를 대비해 그 기반을 다지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내무부장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박태권 전 충남지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소한 사회적 물의임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시킨 것은 사전 선거운동을 막아야 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합선거법을 보면 알겠지만 여당의 프리미엄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제 자신 선거 때가지 내무부장관을 맡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계속 이 자리에 있다면 사상 유례 없는 깨끗한 선거를 치를 것입니다.

최장관은 대선 때 현철씨와 긴밀한 협조 관계였는데 그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아버지가 출마했으면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들로서 아버지를 위해 할일을 했던 겁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일각에서 현철씨의 한약업사 이권 문제 개입 의혹을 제기합니다만.
 제가 아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자신 없는 일을 가지고 (현철씨가)고소하겠습니까.

이회창 전 총리와의 갈등설은 사실인 것 같은데, 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수 차례 최장관을  제압하려고 시도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정당인으로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직인으로 생활해 왔다는 말입니다. 이총리는 분명한 제 상관인데,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갈등설은 와전된 것입니다.

문민 정부가 들어선 후 범죄 발생률이 과거보다 오히려 높은데 치안이 더 허술해졌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금년 들어 3개월간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은 작년보다 1.9% 늘었지만, 검거 실적은 10%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전담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6대 도시 경찰서에 강력계를 신설하여, 범죄 수법 영상 장치와 지문 자동 분류기 등 과학적 수사장비를 최대한 확충함과 동시에 수사 전문교육을 강화하는 등 민생 치안 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경찰장비 현대화를 위해 삼성이 전액 부담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제안을 왜 거절했습니까?
 어떠한 명분으로도 기업 등 외부로부터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확고한 통치 철학입니다. 저 자신도 장관 취임후 지금까지 단돈 1원도 성금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비록 현재의 경찰장비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특정 기업의 기부금으로 이를 보강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시ㆍ군 통합으로 남는 공무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통합시에 국을 신설하거나 행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도시 지역에 중점 배치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신분상 불이익이 절대 없도록 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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