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구경도 몸조심 돈조심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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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혼자보다는 단체 관광으로

사업차 중국에 자주 드나드는 ㅇ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이다. 그런 그가 북경에서 사기를 당했다. 미국 달러를 좋은 값에 사겠다는 야바위꾼에게 3백달러를 건네자, 그는 달러를 중국돈으로 바꿔 주는 척 하다가 ‘주변에 공안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ㅇ씨에게 달러를 접어 도로 건네주더라는 것이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야바위꾼이 급히 사리진 뒤 ㅇ씨는 손에 들린 것은 백달러짜리가 아닌 1달러짜리 3장이었다. 사기 당한 사례 중에는 위조지폐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대로 환전하더라도 건제주거나 세는 과정에서 속기도 한다. 잔돈을 가능한 한 많이 섞어 관광객의 혼을 뺀 뒤 건네는 순간 돈의 일부를 교묘하게 빼낸다는 것이다.
 장춘에서 연길로 가는 야간 열차는 백두산을 관광하는 한국인이 가주 이용하는 노선. 무료해진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고스톱판을 벌였다. 날씨가 더워 침대칸 문을 열고 고스톱에 몰두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판돈이 수북이 쌓인 것을 본 중국인 공안원이 돈을 압수하려 했다. 다행히 조선인 공안원이 도와주어 중국돈 2백위안을 주고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 여행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에게 돈이나 지갑을 보이면 사고를 당하기 쉽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이면 다 된다’는 한탕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지니고 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여기에 허술한 치안도 한몫 한다. 실제로 지난 3월말 대만 관광객 24명이 피살된 천도호 사건의 경우 대만측 진상조사단이 4월8일에야 현장에 도착할 정도로 중국에서 발 빠른 행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백두산 인근 길림성ㆍ요령성ㆍ흑룡강성에서는 절도ㆍ강도ㆍ사기ㆍ폭행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이 제일 많이 당하는 속임수는 바가지 요금이다. 특히 술집에서는 술값을 서울보다 더 비싸게 물리거나 억지로 접대부 떠맡겨 매춘을 강요하기도 한다. 간혹 악질 업주는 매춘 현장을 중국 공안원에게 알리거나 공안원을 위장해 돈을 뜯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연길 시에서 한국 관광객과 현지 조선인 사이에 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두산 특산물이라고 선전하는 물건도 가짜가 많아 여행객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곳에서 팔리는 장백산 웅담과 이곳에서 말리는 돼지 쓸개의 양이 같다는 얘기도 있다.

 고려여행사 썬투어 사업부 안원환 부장은 “5~6년 전만 해도 연변 인심은 좋았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이 물을 흐려 놓으면서 이곳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곳 조선족 사람들을 경계할 것까지는 없지만 방심해서도 안된다”라고 말한다.

“예약 문제 없다” 믿었다간 낭패
 지난 4월1일부터 중국 여행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중국 특수가 예상된다. 여행 업계는 올해 최소한 60만명 이상이 중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의 90% 이상이 백두산 코스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숙박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백두산 인근의 하루 수용 인원 1천 6백여명, 연길은 하루 1천5백명이다. 잠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2인용 방에 3~4명이 자기도 한다. 이처럼 숙박 시설이 모자라자 길림성 여유국은 ‘백두산 입산 허가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백두산까지 4시간이 걸리는 용정에서는 숙박하기가 쉬운데, 일정은 빠듯하지만 큰 불편 없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하다). 한국 관광객이 겪는 또 하나의 불편은 예약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국내에서여러 차례 예약 확인을 해서 ‘문제 없다’는 현지 여생하의 말을 믿고 떠났다가 여행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93년 5월 한달 동안 중국을 여행한 만화가 고우영씨는 “중국은 경제는 변하고 있지만 정치는 사회주의특유의 사고와 질서를 작고 있어 아직은 배낭 여행보다는 단체 관광을 권장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한국여행클럽(회장 김 현)이 12일 주최한 ‘중국 여행 자유화와 바른 중국 여행법’ 공개 강연회에서 최진환씨(럭키금성그룹 국제 담당 사장)가 한 충고는 중국 관광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행을 하는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자기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나는 알고 남을 이해하는 것이 여행을 사랑하는 국민의 국제화이다.
錫姜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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