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세금 내고 즐겨라
  • 양동표 (딜로이트 & 투시 책임사원) ()
  • 승인 199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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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Sin Tax, 즉 죄악에 대한 과세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담배나 술에 부과하는 물품세를 말하는데, 담배나 술을 소비하는 것이 청교도적 처지에서 보면 죄를 짓는 일이라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현재 담배 한 갑에 연방정부가 24센트, 주정부가 많게는 75센트를 물품세로 부과하는데, 연방정부는 곧 1달러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흡연자에 대한 노골적인 괄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므로 큰 저항 없이 세금을 올릴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세금을 올리면 비싼 담배를 피우느니 아예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아져 막상 기대한 세수 증대는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에 따르면, 연방물품세가 1달러가 되면 약 4백50만명이, 2달러가 되면 7백60만명이 담배를 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세수를 올리지 못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금연자가 많아질수록 끽연으로 발생하는 질병이 줄어 연방정부 전체 살림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금 5천만명에 가까운 흡연자가 있는데, 이들이 걸리기 쉬운 폐암을 포함한 갖가지 호흡기질환 때문에 연방정부가 써야하는 예산이 엄청나게 많다.

 듀크 대학의 한 경제학자는 담배보다 술에 대한 물품세를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끽연자가 사회에 끼치는 해보다 음주자가 끼치는 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가만히 혼자서 제멋에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데 반해 술취한 사람은 싸움에 연루되거나 강도.강간.살인까지 저지를 가능성이 있고, 온순한 사람이라도 음주 운전을 하다가 엄청난 재산.인명 손실을 유발하여 사회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음주라는 죄악에 대한 과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세’ 올리면 애연가 줄어… 10대 흡연율도 감소

 그러나 30년대 금주법 시절에 오히려 범죄가 늘어난 현상을 체험한 미국인들은 술보다 담배에 세금을 더 높이 매기기를 원한다. 담뱃값이 아주 비싸면 적어도 10대들이 새로 끽연 습관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캐나다가  82~92년 담뱃값을 1백54% 올렸더니 담배 소비가 38% 줄고, 특히 10대 청소년의 흡연 인구가 61%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담뱃값이 10% 오를 때마다 수요가 3~5% 준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6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43%, 85년에는 30%, 94년에는 35%가 담배를 피웠다. 흡연자가 줄어들자 미국 담배 회사들은 자연히 외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이들 담배 회사의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아시아가 담배 회사의 ‘장래이며 구원자’라고 보도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구미에서 앞으로 10년간 담배 소비가 15%가량 줄어드는 데 견주어 아시아에서는 33%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대만.태국에 담배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폐쇄된 시장으로 유명한 일본조차 외국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20%나 된다.

중국 사장 개방에 담배상 ‘열광’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자 전세계 담배상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이 열광하고 있다. 해마다 7%씩 담배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의 현재 흡연 인구는 3억이다. 이들은 연간 1조6천만 개비를 태워 없앤다. 미국에서 설 자리를 잃은 담배 회사에게는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보건 관계자들은 이러한 외국 담배의 침공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90년대의 담배 공세를 19세기의 아편전쟁과 비교하는 사람도 많다. 영국은 자기 나라 아편 경작자의 이익을 위해 중국에 아편을 수입하라고 강요했는데 이제는 아편 대신 담배의 홍수 상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한 연구원은, 아시아의 이러한 담배 소비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질병과 건강 문제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었던 결핵.말라리아.에이즈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흡연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세계에서 3백만명 정도인데, 앞으로 10년 안에 이 숫자는 천만명으로 늘어나리라고 전망한다. 이 가운데 20%는 중국인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아시아인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자의 70%가 흡연자이다.  캄보디아의 90%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65%로 3위, 필리핀 64%로 4위, 일본과 중국이 61%로 함께 5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죄악에 대한 과세 같은 것을 통하여 담배 소비를 줄이고 뒤따르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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