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모임 먼저 개혁하자”
  • 정리.문정우 기자 ()
  • 승인 199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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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민주당 부대변인, 개혁모임 회원에 편지 보내

민주당 김용석 부대변인은 최근 민주개혁정치모임(개혁모임) 회원에게 편지를 한통씩 발송했다. 개혁모임 이사이기도 한 김부대변인은 이 서한에서 ‘김영삼 개혁’의 한계가 너무 빨리 드러나고, 김대중 이사장의 정계복귀론과 개헌론이 나오는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정계에 진출한 재야 출신들이 오늘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그의 서한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개혁모임은 지금 모든 논의 구조가 무너진 상태이다. 상임운영위는 늘상 정족수 미달이고, 안건 토론도 시중 복덕방 수준이며, 마지못해 어거지로 내는 의원님들의 몇푼으로 사무실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실무 상근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몰라 지도자(?)들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자진해 회비를 내려는 이사는 한명도 없는 것 같다. 공개적인 토론과 비판은 은연중 금기로 돼 있다. 다른 견해와 입장을 뒷구멍 골방에서 재단하는 일이 일반화해 있다. 이것이 민주화운동을 수십년씩 했다는 이른바 재야 출신 제도권 진입 정치집단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왜 이런 꼴로 하루하루를 지탱해가는 것일까.

 우선 그동안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비조직적 활동을 서슴지 않았다. 당에 대한 공헌도와 피해도를 저울질하면 아마 후자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당을 틀어쥘 명분은 상실한 것이 아닌가. 혼자만 잘났다고 고집피우는 회원,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회원이 너무 많다. 우리는 오랫동안 군사독재와 싸우면서 외롭게 결단하고 버텨왔다. 우리의 이러한 자부심은 내세울 자랑이요 긍지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생각과 처지가 다른 이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피눈물나게 노력하는 일을 처음부터 봉쇄한 암적 요소로도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장은 있었지만 한데 모으고자 하는 끈기있는 노력이 없었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자리를 박찬다. ‘같이 못하겠다’는 얘기 한번 안해본 회원이 있으면 나와 보라.

 우리도 지역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 쪽은 대체로 의원이고 다른 데는 원외이다. 원내가 원외를 이끌어야 한다. 국회의원 안하면 그만 아닌가. 지난 세월 선배들이 치른 고초에 비하면 우리는 상팔자 놀음이다.

 철저하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경선하자.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자. 개혁모임이 여기서 돌파하지 못하면 회원들은 이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여러 계파에 편입된 채 씁쓸히 만나거나, 미미한 정치력과 영향력만 지닌 채 앞으로 필연적으로 탄생할 새로운 개혁 그룹의 후미에 초라하게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을 쇄신하고 강화하자. 우리는 지금 개혁모임을 하고 있다. 개혁모임을 강화하고 쇄신하는 노력을 기울이자.

 6인모임(새시대 광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 자기가 발을 디디고 있는 영역의 힘을 강화하면서 어떻게 민주대연합을 이루어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정보 교환이나 의견 조정을 위해 공식으로 만나는 것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이다. 민자당에 입당한 재야 세력들이 날치기 통과나 상무대 사건 등에 대한 입장 표명 등 민주 세력의 일원이라는 징표를 보여 주지 못하면 재야의 변절 세력이라고 규정하든가 하는 정도의 반성을 했어야 한다.

 철저한 반성 없이 지도부를 자처하거나 자기 영역 활동에 게으르면서 조직 확대를 꾀하는 것을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것이다.
 정리.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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