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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경·수전 페어즈 통신원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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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 1주년-변화조짐 안보이는 北京

천안문사태의 망령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북경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학깃발을 앞세우고 시위하던 학생들의 긴 행렬, 화물차로 시위현장에 참석한 노동자들의 무리, 오토바이로 현장주변을 정찰하던 노동자 ‘결사대??, 단식투쟁자들을 병원으로 실어나르던 앰뷸런스의  날카로운 사이렌소리, 이 모든 기억들이 한꺼번에 마음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요즈음이다. 유혈사태의 혼락속에서 사망한 시민과 군인들의 염원은 여전히 천안문광장에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 6월 이후 북경은 외견상으로는 평정을 되찾았다. 대학이 다시 문을 열었고 지난 1월 11일에는 게엄령이 해제되었으며 상점엔 물건들이 쌓여 있다. 노동자들의 수도 유입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북경의 유동인구도 줄어들고 있으며 무작정 상경해서 무허가 노동시장을 떠돌아다니던 실업자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북경에서는 정부 당국에 대한 조직적 저항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말없는 순종 뒤에 자신의 생각을 은폐하는 중국인들의 오랜 인습이 지금 이 나라의 국민들을 침묵시키고 있다. 즉 분노와 항의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충성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지배층은 반대파가 다시 소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거나 통제정치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왜냐하면 보안대·무장경찰·군병력이 1년내내 북경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날인 4월5일의 淸明節, 작년 학생시위의 ‘불티?? 역할을 한 전 당총서기 호요방의 사망 1주기 4월 15일, 5?4운동 71주년 기념일, 계엄령선포 1주년인 5월20일 등 중요한 기념일들은 별 사건없이 지나갔다. 마찬가지로 6월4일도 별다른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제한적인 지식인 활용이 중국의 한계

 중국당국은 강압통치와 동시에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쏠리게 하는 수법도 쓰고 있다. 연례행사인 청년출전과 더불어 젊은이들도 참여하는 여러 가지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다가올 아시안게임을 지지하는 운동조직도 움직인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9월22일부터 10월7일까지로 예정된 아시안게임은 대중적 열광을 집결시키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있다.

 나라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국민의 사기진작 문제는 아직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타협할 의사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에로 89년 6월사태 이후 구속됐던 사람들이 지난 1월 석방된 데 이어 5월에도 일부 석방되었다. 그러나 약 4백명은 아직 조사를 받고 있다.

 풀려난 사람들과 아직 구속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자·학생·교사·언론인·예술가·과학자 등의 지식인이다. 지난 12개월간 그들 대부분은 사상적 재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개혁과 기술개발정책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인집단의 제한적 현실참여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지식인들의 지나치게 독립적인 사고방식은 억제하되, 그들이 정부에 끊임업싱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문제와 지식인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문제는 모택동 이래 중국지도자들이 고심해온 과제이다. 강택민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5월초 연설에서 중국 현대화와 개혁을 위한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의견차이는 오직 과학과 문화 분야에서만 허락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식인의 창의력과 열정을 어떻게 동원하는가가 당의 ??지도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임을 역설했다.

 중국에서 '지식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거의 절반은 젊은이다. 이들의 정치참여가 특별히 우려된다는 것이 중국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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