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文玉 불꽃' 상층부로 점화
  • 박상기 차장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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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6共 핵심세력 관련 비리도 폭로 … 여름정국 ‘핫 이슈’로 비화될 조짐

과연 李文玉검사과은 정경유착과 대형 부정부패로 가득차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인가. 아니면 검찰.재벌.감사원측의 주장대로 ??수사결과 사실과 다름??이 입증된 ??터무니없는 소리??를 연발해 이른바 ??총제적 난국??의 수습을 어렵게 만든 반사회적 불평분자인가.

 그는 지금 형법127조(공무상 비밀 누설죄)위반으로 기소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일반 피의자라면 당연히 재판을 통해 범법행위의 경중을 가지려고 그에 따른 刑 이 선고되는 사법절차만 남아 있을 것이다.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행위 그 자체보다도 그가 언론에 제보한 ??비밀??. 또 5월23일 구속적부심 심문과정에서 밝힌 엄청난 ??비밀??들이 어디까지 진실이냐는 데에 여론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제보 및 진술의 구체적 내용은 《시사저널》 31, 32호 게재). 이에 대해 검찰은 단 하룻만에 관련 참고인 18명(감사원 13, 국세청 2, 서울시?중앙일보?은행감독원 각 1명)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그가 진술한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고 밝히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가 여론이 의혹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폭시키고 심화시킨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감사관의 진술을 통해 공개적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들이 한결같이 해당기관의 ‘일급기밀??에 해당되는 것들로서 수사상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삼성?현대?선경 등 대제벌 그룹은 물론 서울시?포항시?군인공제회?80년의 계엄사 합동수사부 등 조사대상 역시 광범위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의 수사관례로 보아 감사관이 진술한 8건중 단 한건의 진위를 밝히는 데도 10여일이 걸린텐데, 검찰은 어떻게 그처럼 발빠른 행보로 조사를 끝내고 서둘러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검찰수사는 이감사관이 폭로한 내용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여론 진화용 ??해명성 수사??에 그쳤으며, 이처럼 검찰이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외압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일 서울 및 대구에서 시민대회를 열고 ①이감사관의 즉각 석방 ②국회의 국정조사권 발동 ③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법 제정 ④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보유실태 전면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全民 은 5월26일부터 이감사관 석방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국민연합은 ‘권력형비리 및 재벌소유 토지조사에 대한 국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기타 사회단체 등에서도 ??이문옥 석방??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평민당·민주당(가칭)·국민연합 공동주최로 열린 ‘진상규명 및 석방촉구대회??에서는 이감사관을 대신한 부인 崔重淑(46)씨에게 ??용감한 공무원상??을 수여하고 그의 구속은 ??재벌 위주 경제정책의 허상??을 감추고 ??87년 대통령선거의 부정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차트를 들고나온 流   의원(평민)은 ??강남구 일원동의 땅 12만평은 삼성생명과 친인척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노른자위 7만평은 서울시의 주택개발지구로 편입되지 않았을 뿐더러 지하철 신설노선이 그 땅의 중앙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그림참조)  ??롯데그룹이 보유한 강동구 신천동 롯데월드건물 건너편의 땅 2만6천여평은 87년 12월 서울시로부터 평당 3백7만원에 매입했는데 채 3년이 안된 지금 땅값이 10배 가까이 올랐으며, 현재 주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으나 이는 업무용으로 위장하기 위한 처사??라고 밝히고, 이런 사례들은 ??이감사관의 폭로사실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는 별도로 평민당 조사대책위원회(위원장 洪英基의원)는 수감중인 이감사관의 2회 접견하고 그의 진술내용을 자체조사한 결과, 지난 80년대 계엄사 합수부(본부장 全斗煥당시 보안사령관)가 부정축재기자들로부터 환수한 1천1백33억원 가운데 3백97억원이 증발 되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환수재산은 차액발생에 대해서는 지난 89년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 때 모두 확인, 보고되었으며 당시 확인되지 않은 차액 21억원에 대한 사항은 오는 임시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어, 이 문제는 여름 정국의 ??핫이슈??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처럼 '이문옥 진술파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계철선으로 이어진 지뢰밭처럼 엄청난 폭박음을 터뜨리며 권력의 상층부로 점화되어가고 있다. 처음 그가 언로에 제보한 내용은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 및 그에 관한 비리??로서 그 주된 공격목표는 재벌기업의 부도덕성이었다. 그러나 그는 구속된 이후, 서울시 예산 88억원의 선거자금 전용?계엄사 합수부의 환수재산 유용?그룹회장이 盧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선경의 법인세 12억원 탈세 등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한 내용들을 폭로함으로써 ??이문옥 진술파동??을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까지 밀어올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

 

관료사회 도덕을 근원적 검증 필요 여론도

“기가 옳은가, 아니면 검찰이 옳은가. 그에게 '용감한 공무원상'을 수여한 야당과 국민연합은 그의 진술이 진심임을 밝혀줄 명백한 물증을 가지고 있는가.?? 진상규명대회의 방청석에 앉은 한 시민은 ??냉정한 눈으로 사태를 주시하자고 한다??며 위와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현시점에서는 ??의문이 곧 여론??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임시국회와 이감사관에 대한 재판과정을 통해 의문의 상당부분이 밝혀질지 모른다. 그에 따라 50세의 감사관 이문옥은 부패와 비리의 城을 향해 ??  돌진을 감행한 義人??인지,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희대의 거짓말쟁이??인지도 판별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술한 사실의 진위를 가리는 문제와는 별도로, 관료사회의 도덕률에 대한 근원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번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80만 공직자가 인간양심의 법칙에 따라 살 수 있는 인본주의적 행정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경색된 관료주의의 石化作用에 의해 공무원 개개인이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반응??마저 포기당해야 하는 메커니즘 속에서 참다운 공직자의 윤리가 싹트기 어렵다??는 게 이러한 여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모든 경제·사회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며, 과세·치안·환경감시·복지후생 등 국민생활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는 공무원의 기능을 고려할 때, 그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어떤 외압이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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