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뚝배기보다 ‘민주화’장맛
  • 김재봉 기자 ()
  • 승인 1990.07.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각국의 의원내각제/정치ㆍ사회적 여건에 맞게 제가끔 변형시켜 수용

민자당의 朴俊炳사무총장은 지난 11일“내각제 형태는 순수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그동안 평민당과 재야측으로부터‘장기집권 음모’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원집정부제개헌론에 관해 민자당 지도부의 입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총장이 의원내각제라는 말 앞에 굳이‘순수’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이원집정부제 같은‘非순수’내각제 형태와 분명히 구분짓기 위한 강조의 의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그 만큼 변형된 내각제도 많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의원내각제는 행정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대통령중심제와 달리 내각이 입법권과 행정권을 갖고 의회에 대해 그 책임을 지는 정부형태이다. 순수 의원내각제는 그러한 사전류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70여개국정도. 영국을 비롯, 영국의 식민지였거나 영연방의 영향권에 있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과 서독 일본 이스라엘 같은 국가가 순수 의원내각제 형태의 정부를 갖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영국,양당제도 확립돼‘정국불안’극복

 그러나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ㆍ사회적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완벽한 법과 제도를 갖추고도 권력의 균형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政情불안이 계속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순수 내각제든 비순수 내각제든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치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의원내각제의 모범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정부형태와 제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영국: 의원내각제의 종주국이자 가장 전형적인 순수 의원내각제 국가이다. 입헌군주국으로서 세습적인 국왕은 법률안 발효권, 전쟁선포 및 강화권에서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권한만 갖고 외교ㆍ국방 등 모든 행정권은 내각에 귀속되어 있다. 국방의 수반인 총리는 국왕이 지명하지만 통상적으로 하원의 다수당 당수가 맡는 것이 관례이다. 하원은 내각에 대해 불신임권을 갖는다. 반면 내각은 하원해산권을 가짐으로써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의회는 상원인 귀족원과 하원으로 구성되며 하원의원은 총 6백50개 선거구에서 각 1명씩 직접선거로 선출되고 임기는 5년이다. 총리가 대통령중심제의 대통령 못지 않게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일찍부터 양당제도가 확립돼 있어 흔히 의원내각제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정국불안정의 위험성은 쉽게 극복해나가고 있다.

 서독:대통령은 연방 하원의원과 각 주의회가 선출한 선거인 등 1천36명으로 구성되는 연방대회의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형식적이며 의례적인 권한만을 가질 뿐이고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총리에게 집중돼 있다. 총리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하원인 연방의회에서 선출되며 조각권을 갖는다. 군통수권은 평시에는 국방장관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또는 비상시에는 총리가 행사한다. 의회는 양원제로서 상원인 연방참의원(41명)과 하원인 연방의회로 구성되며 연방의회 정원 4백96명의 반수는 소선거구에서, 나머지는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된다. 정국불안정을 막기 위해 독특한‘건설적불신임결의제’를 두고 있다. 의회가 후임 총리를 선출하기 전에는 총리에 대해 불신임결의를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내각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권 남용을 예방하고 있다.

 일본: 세습제의 국왕은 상징적인 권한만 가질 뿐 총리를 대표로 하는 내각이 모든 행정권을 담당, 집행한다. 총리는 국회가 의결하여 지명한 의원을 국왕이 임명하는 형식으로 선출한다. 각료는 총리가 임명하는데 그 과반수는 국회의원이어야 한다. 의회는 참의원과 중의원으로 구성되며 참의원 의원은 전국구 1백명, 지역구 1백52명으로 임기 6년. 중의원 의원은 정원 5백12명으로 임기 4년이다. 여타 의원내각제 국가들이 대부분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중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 등은 이원집정부제 채택

 이들 국가 이외에 상당수의 나라가 그들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실정에 따라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의 정부형태를 갖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권이 대통령과 내각에 이분화돼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대통령중심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절충형 정부형태를 갖고 있다. 임기 7년의 대통령은 국민들의 직선으로 선출되면 내각의 수반인 총리 및 각료의 임명권과 법률안의 국민투표회부권, 의회해산권, 긴급조치권 등을 갖고 있다. 총리는 하원 다수당의 당수를 임명하는 것이 관례이다.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의회는 내각에 대해 불신임권을 갖고 대통령은 총리 및 양원의장과의 협의를 거쳐 의회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대통령이 외교ㆍ국방의 권한만 가지지만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핀란드: 프랑스와 같이 대통령중심제에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정부형태를 가졌다. 3백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간선되는 임기6년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외교ㆍ국방등 국가적 권한을 행사하며, 내각은 내정을 담당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