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속뜻과 국민뜻
  • 박중환 정치부차장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07.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자당 일방적 시도…국민지지 얻어내기 큰 난관

 내각제 개헌, 과연 가능한가? 여름정국이 내각제 개헌을 놓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6일 蘆泰愚ㆍ金大中 청와대 영수회담은 지금가지 한갓 잠복성 이슈이자, 6공 출범이후 산발적으로 거론돼온 내각제 개헌 문제를 놓고 여야 최고지도자가 지정된 시간ㆍ장소에서 벌인 첫 공식‘대질’의 터가 됐다.

 3시간에 걸친 단독대좌에서 여야 영수는 내각제의 명분을 놓고 티격태격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각제 개헌은 가깝게는 3당통합 때부터, 멀리는 6ㆍ29 및 6공 출범시부터 정국의 밑바닥에 깔려온 정치이슈여서 회동에 임한 두 영수의 관심사는 개헌 자체에 대한 상대측 의중의 타진, 그리고 실시 가능성의 진단쪽으로 쏠린 듯하다.

 내각제 개헌은 6공이 추진하는 최대의 役事로 보인다. 민자당 탄생은 내각제라는 집이 들어설 터를 잡은 것에 불과하며 1盧2金 사이에 이미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합의각서’는 내각제의 설계도면이랄 수 있다.

 건축의 총책임을 맡은 사람은 盧대통령이다. 그는 이날 金大中평민당총재에게 그 기초공사의 순서를 밝혔다.“내각제 개헌을 한다음에 총선을 치른다”는 것과“개헌을 추진할 경우 평민당과 사전협의하겠다”는 그의 두마디는 처음이자 공식적으로 개헌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다. 盧대통령은 또“임기가 끝난 뒤에는 어떤 형태로든 국정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임기중 자신의 책임아래 내각제라는 집을 짓되 집이 완성된 후 집주인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자당 쪽으로선 이제 남은 것은 시기와 방법의 문제뿐이다.

 ‘내각제 불가’쪽을 택한 김대중총재는 6공정부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盧대통령은 임기중 대통령직선제를 지킬 의무가 있을 뿐, 내각제 개헌을 할 권리는 없다”고‘불가’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에서 돌아온 김총재는“거대여당이 야당을 야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을 이렇게 멸시할 수 있느냐”고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김총재는“개헌을 추진할 경우 평민당과 사전협의하겠다”고 한 노대통령의 말을 비중있게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눈치가 역력했다. 김총재가 청와대에서 돌아와 분통을 터뜨린 것은 여권의 내각제 개헌 추진의사를 확인했다는 사실보다는 평민당이 국정의 파트너로 대접받고 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사전협의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말은 유일하게 평민당을 대접한 발언이다.

김대중총재의 선택이 변수

 노ㆍ김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이것뿐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내각제 개헌 자체를 놓고 두 사람이 심각하게 대립했거나 고심한 흔적은 거의 없다. 내각제 개헌 반대 입장인 김총재가 왜 개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여권의 내각제 개헌 추진을 바라보는 김총재의 시선에 자못 흥미로운 데가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3당합당이 전격으로 이루어진 직후 김총재는“합당의 다음 단계는 이원집정부제라 할 수 있는 내각제 개헌이다. 정계개편의 종착목표는 내각제이며 이를 통해 盧대통령이 군사ㆍ외교ㆍ안보ㆍ통일 문제를 전담함으로써 계속 집권하려는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내각제 개헌에 대한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 6월 들어 정가에서는 내각제 개헌 논의와 관련, 그럴싸한 소문이 나돌아왔다. 3당통합의 정계개편은 내각제 개헌을 위한 중간驛이고 정부여당은 이제 평민당을 상대로 제2의 정계개편을 단행, 영구집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운신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야당가에서 특히 회자돼온 이 해석과 김대중총재의 견해 사이에 부분적인 유사점이 있어 흥미롭다. 김총재의 입장은 한마디로 내각제를 이원집정부제로 해석하고 이를 반대하는 것이다. 김총재가 이원집정부제가 아닌 순수내각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그는“언론이 그런 방향으로 몰고가는 것 같다”며 순수 내각제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비쳤다.

 하지만 평민당이 내각제 반대의 목청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국민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김총재의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내각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한 단서는 평민당 스스로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김총재는 3당합당 이후 지금까지 줄곧 13대국회 해산과 총선 재실시를 주장해왔다.“그렇게 내각제가 좋다면 현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실시해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내각제를 논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내각제 자체에 대해서는 김총재가 반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국민 대다수가 내각제를 지지한다면 받아둘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13대국회는 내각제 개헌을 할 자격이 없다”는 그의 말은 뒤집어보면‘14대국회는 내각제로 가 수도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작 내각제 개헌 추진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민자당의 입장은 어떠한가. 지난11일 민자당의 朴俊炳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개헌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적합하고, 권력형태는 순수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 파문을 일으키자 그는 이튿날 보도내용이 부분적으로 비약 됐다고 수정했다. 박총장이 언급한 내용은 그의 당내 위치로 보아 예사롭지 않고, 특히 민자당 창당전당대회를 사흘 앞두고 비밀리에 있었던  盧대통령ㆍ김영삼대표ㆍ김종필최고 등 3계파의 수장 회동에서 합의됐다는‘5ㆍ6헌합의 각서설’과 관련시켜 보면 개헌추진일정이 한층 구체화된 듯 한 기미를 느끼게 된다.


개헌 길목에 놓인 3개의 고비

 이런 일련의 여권 동향을 종합해보면 당 수뇌부에서 구체적인 개헌일정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몇가지의 안을 짜놓았거나 신중한 검토단계에 들어갔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몇가지의 안 가운데 박총장의 발언내용과 가장 유사한 것이 개헌일정표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언론의 관심도 여기에 모아졌다.

 ‘유력한 일정표’는 올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인 연말께 논의를 본격화시켜 내년 2월 임시 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한 뒤, 5월중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것이다.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는 대학이 방학중이어서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수월한 편이고, 투표시기를 5월로 잡아 시위정국을 정면돌파하면서‘이대로는 안된다’는 여론을 조성한다는 배경설명도 여기에 덧붙여지고 있다.

 이런 일정은‘5ㆍ6회동’에서 나타났던 내용 즉,“1년 이내 내각제책임제로 개헌한다. 이를 위해 금년중 개헌작업에 착수한다”와 일치한다. 문제의 5ㆍ6합의각서설에 대해 당사자 3인 모두가 합의각서실 보도는 오보라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김대표는“사실과 다르다”며 자세한 언급을 되도록 피하고 있고 김종필최고는“모르는 일이다”라고 여운을 남길 뿐이다.

 개헌 일정표‘추측’에 신빙설을 더해주는 또 한가지 사실은 3당통합 전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한 중진의원이‘합의각서’정보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자 이를 부인하면서“각서는 내집 금고 속에 있다”고 실토했다는 점이다. 또‘합의각서설’이 보도된 다음날 김윤환장관은“김영삼대표최고위원도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해 합의내용이 사실임을 비쳤다.

 그러나 이와 다른 견해도 있다. 김대표최고의 한 측근은“개헌에 관한 이야기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꼴이다. 유감스럽게도 코끼리 다리는 하나가 아니라 4개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측근은“‘각서설’과 일치하는‘일정표’는 4개의 다리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코끼리가 앞으로 내디딜 한다리처럼 사전에 검토되는 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다리는 두개이고 서로 교차되면서 방향을 잡는다. 골인점을 밟을 앞다리가 둘 중 어느 다리가 될지는 지금 장담할 수 없다”라고 다소 의미있는 주석을 단다.

 개헌으로 가는 길목에서 크게 3개의 고비가 놓여 있다고 정가에서는 분석한다. 김대표최고, 김대중총재 그리고 국민투표가 그것이다. 국회에서의 개헌안 처리는 김대표최고만 동조하면 민주계 일부의 반발이 있더라도 거대여당으로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김대표최고가 개헌을 반대하고 나설경우, 개헌은 커녕 또다시 당이 내분사태에 빠질 것은 분명하다. 김대표최고가‘합의각서’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반대할 경우에는 다음의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그가 3계파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헌 이후 소수의 민주계 보스로 머물러 내각정부의 수반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이다. 둘째, 갈등은 수습되더라도 민정ㆍ공화계의 밀착으로 개헌 후 그의 내각이 단명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일 때이다. 셋째, 순수내각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로 개헌됨으로써 수반이 되더라도‘內治총리’에 그치게 될 경우이다. 넷째, 개헌반대 여론의 파고가 높아지고 야당의 다음번 대통령후보가 김대중총재로 압축될 경우이다.

 그러나 최근 당내 계파간의 알력을 극복하기 위해 김대표최고 자신이 노력했고 노대통령의 배려가 따랐으며 개헌시 순수 내각제를 수용하자는 당내 중론이 있었다. 이울러 각급 여론조사 결과 내각제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점을 고려한다면, 김대표최고가 그리 쉽게 개헌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집정부제냐, 순수 내각제냐?

 김대중총재는 자칫 개헌반대의 여론을 증폭시켜 개헌 자체를 아예 무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여권에 골칫거리가 됨이 분명하다. 또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거부되거나 근소한 차이로 통과될 경우 여권이 져야 할 부담도 고려해야 할 고민거리이다. 시쳇말로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그 성패를 알 수 있다지만 찬밥을 가리는 국민투표는 거의 찬성으로 통과되어온 것이 지금까지의 전례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국민투표에서는 여권의 일방적인 찬성홍보가 불가능할 성싶다. 3당의 밀실합당에 대해 국민여론의 상당부분이 부정적이어서 야권의 공동투쟁에 직면할 경우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자당은 어찌됐든 김대중총재를 개헌 대열에 끌어넣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김윤환장관이 노대통령과 김평민총재의 영수회담을 주선하면서“평민당에 줄 마땅한 선물이 없다”고 고민했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김총재는 영수회담에 임하기 직전까지“현 13대국회는 3당합당으로 개헌을 할 정당성을 잃었다”며 재총선후 개헌을 주장해왔다.

 내각제 개헌 가능성이 보이자 개헌안의 권력형태가 어떤 것이 될지에 적지않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은 제2공화국 당시 시행된 바 있는 내각책임제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아직 이렇다할 구상을 밝힌 바없으나 민정계의 김윤환장관, 박준병총장, 박철언 전장관, 이종찬 전총장, 남재희 전정책위의장 등 중진들은 개헌을 한다면 순수 내각제인 내각책임제를 체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계의 김종필최고, 김용환정책위의장은 순수 내각제를 소신으로 밝혀왔다. 민주계인 김대표최고, 김총무는 일절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개헌이 구체화될 경우 내각수반이 입법과 행정 전권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순수 내각제쪽을 택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개헌에 대한 최근의 온갖 추측은 최종결정권자인 노대통령의 뜻이 어떤 것인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여권의 생리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5월 국민투표설은 노대통령의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다소 성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헌논의가 정치권의 특권이라면 개헌성사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이것이 바로 마지막 고비인 국민투표이다.


“공개ㆍ자유토론 있은 뒤 절차 밟아야”

 개헌논의가 정치권의 막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제헌의회 때부터 순수 내각제 소신을 지켜오다 4ㆍ19혁명 이후 국회개헌안기초위원장을 역임한 원로 鄭憲柱전의원은 요즘 개헌논의에 대해“감회는 깊지만 그 행태가 유감스럽다”고 말한다. 그는“개헌은 무엇보다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이 있은 뒤에 투표로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합의성을 다질 수 있다. 당리당략에 의해 개헌을 할 경우 또다시 개헌이 불가피하게 되고 제7ㆍ8ㆍ9공화국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연속성에 단절과 악순환이 생긴다. 내각책임제야말로 모든 정치를 의회에서 수렴하고 그 책임을 함께 지는 제도인데 몇몇이 모여서 당을 통합하고, 개헌을 밀약하는 자세가 지속되는 한 개헌을 해도 곤란하다. 또 특정 정치인이 자신의 인기만을 믿고 대통령제하에서 선거를해야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계산하여 개헌을 반대하는 행동도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 내각제에 대한 국민의 찬성도가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실정에서, 집권당이 굳이 내각제 개헌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데체 어떤 저의가 있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내각제 개헌에 관해 상당수 정치평론가들은“아킬레스건을 숨기기 위한 정치 형태”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킬레스건은 6공정부가 안고 있는 취약성, 다시말해 출범 당시 36.6%의 저조했던 지지율, 5공청산의 미진, 완치되지 않은 光州문제 등이다. 집권정부와 여당은 이런 취약성이 노출될 때면 산발적으로 내각제 개헌을 들먹여왔다는 것이다.

 야당측의 반응이나 반발도 문제의 하나다. 金大中평민당총재가 내각제 개헌을 보는 시각을 정부여당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총재의 결심 여하에 따라 내각제 개헌의 발진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민자당내의 對野시각은 예민한 것이다.

 당시 평민당쪽 반응을 검토해본다. 김총재는 16일 청와대회담이 있기 전“6ㆍ29의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얘기를 하겠다”면서“구체적인 특정사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이나 정치형태의 변화 등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현정권이 추진하는 내각제 개헌은 전두환정권이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을 다시 감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평민당과 내각제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만한 단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1일 김총재가 내각제 수용을 시사한 발언이 그것이다.“대통령제와 내각제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민이 바라는 대로 따르겠다. 내각제가 제기되고 국민여론이 이를 지지한다면 우리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발언의 핵심이다. 대통령중심제의 상징처럼 비쳐졌던 김총재가 내각제 수용의 가능성을 비치자 여야가 나란히 손잡고 내각제로 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이 무성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과거처럼 민정ㆍ평민의 동반자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북방정책의 급격한 전전 등 여러 조건으로 미뤄볼 때 민자ㆍ평민의 동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한다. 민자당내 민정계가 평민당을 향해 부드러운 손길을 뻗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결코 양보할 성싶지 않던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4석씩이나 내주는 등 선심공세를 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이런 현상만을 근거로 평민당이 내각제를 수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평민당이 택할 수 있는 차기 집권전략을 생각할 때 김총재와 내각책임제를 떼어놓는다는 것도 합리적인 진단은 못된다. 확고하긴 하지만 그만큼 한계가 뚜렷한 지역기반을 가진 김총재에게 대통령직선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더 유리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측면이야말로 평민당과 내각제가 그리 멀지 않다는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김총재의 측근들은“盧정권은 계속 반칙을 하고 있다. 그 버릇을 고치지 않는 한 평민당이 盧정권을 돕는다거나 내각제를 함께 논의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거나“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김총재가 내각제를 수용 까닭이 없다. 내각제에 뜻이 있다면 지난 정계개편 때 이미 손잡았을 것이다”라며 현정권과의 제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발언들이 과연 김총재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의 朴澯鍾이 창당대회 직후“평민당은 내각제 개헌저지에서 손놓은 것 아니냐. 내각제 개헌에 관한 한 이제는 민주당만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서슴없이 말한 사실은 다시 음미해 볼 대목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