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지나 무대접”허덕이는 忠北 산업
  • 청주ㆍ김재일 경제부차장 ()
  • 승인 199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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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ㆍ자금난에 힘겨운 경영…지역불균형 심화 추세

 유리 튜브 가공실은 수소가 타면서 내뿜는 섭씨 2천~3천도의 불꽃 대문에 후끈하다. 충북 진천군 만승면 회죽리 만승농공단지 진입로에 위치한 반도체용 석영유리 제조업체 영신쿼츠(주)(대표 李基萬). 위층에는 헬멧을 쓴 30여명의 남자 근로자들이 용접기구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유리제품을 가공하고 있다.

 종업원 63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신쿼츠는 동양화학 계열로 석영유리를 수입, 가공해 삼성반도체ㆍ현대전자ㆍ금성일렉트론에 공급한다. 작년 매출액은 29억원이었으며 올 매출목표는 49억원. 85년 설립 이래 매출이 매년 1백% 이상 신장했으나 88년까지는 적자였다. 지난해 처음 5억 이상의 흑자를 올려 그동안의 누적적자 4억원을 단번에 상쇄했다. 올해는 8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는 것이 成聖模관리과장의 말이다. 그러나 그는 높아가는 인건비와 기능인력 부족 현상을 걱정했다.

 급여수준은 지방 중소기업으로는 비교적 높아 고졸자 초봉이 29만7천원선, 상여금은 지급액의 6백%, 5년 경력자의 월급은 60만원선이다.“업종의 전망이 밝고 봉급도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종업원들의 사기도 높은 편??이라고 3년 경력의 곽재실씨는 말했다.

 충북지역의 중소기업 중 대부분은 영신쿼츠처럼 대기업의 계열회사 또는 현지공장이다. 향토 중견기업은 청주의 한국도자기와 충주의 일신산업 등 손꼽을 정도다. 충북은 지역연고 재벌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청주공단에 있는 한국특수인쇄(주)(대표 金聖洙)는 한국도자기의 계열회사로 도자기에 붙이는 전사지, 전자제품에 부착하는 인쇄명판, 자동차용 특수 스티커를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35억원, 올 매출목표는 40억원이다. 金海潤상무는“금융이 많이 개선돼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대출 절차가 복잡하고, 융자금액이 적을 뿐 아니라 금리가 높다??고 불평했다. 그는 특히 시설대체ㆍ홍보ㆍ전문인력확보에 따르는 고충을 털어놨다.??특수인쇄 분야의 영세성 탈피와 국제화를 위해 정부가 우리 인쇄산업을 세계시장에 홍보해줘야 한다. 또 학교와 직업훈련원에서 전문인력을 양성,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1백40명을 고용한 한국특수인쇄의 고졸 초임은 남자가 32만원, 여자가 25만5천원이고 보너스는 기본급여의 5백50%이다. 일당으로 계산하면 남자는 9천1백원, 여자는 7천3백원으로 청주공단내 80여개의 업체의 평균 일당(남자 8천원, 여자 6천8백원)을 훨씬 상회, 봉급수준은 3위다. 가장 높은 남자 초임은 대농의 9천9백원이며 여자의 경우는 삼화전기의 7천4백원. 김상무는“영세업종으로서 전자ㆍ식품업종과 임금수준을 겨루려니 힘에 부친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해만 남기고 수익은 서울로 빠져나가

 앞에 예로 든 두 회사의 경우는 경영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한다. 충북 제조업은 경공업 중심인데 대기업의 방계회사를 뺀 대부분은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업체들은 임금상승ㆍ인력확보ㆍ자금조달의 순으로 경영상의 애로점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은 정부의 공업개발전략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충북 경제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2%는 이 지역경제의 취약성을 잘 설명해준다. 수도권에 밀집해 있던 공장들이 진천ㆍ음성 등지로 이전해온 것은 불과 2~3년 전의 일인데 그나마 중부고속도로가 87년말 개통된 덕택이다.

 88년초 1천1백개이던 충북지역의 업체수는 현재 1천5백40개로 늘어났다. 이중 진천ㆍ음성지역에서 1백40개 정도가 늘었다.

 대기업 계열로 청주에 현지공장을 가진 회사는 금성계전 럭키 대농 롯데햄 삼립식품 해태산업 동아식품 우성모직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의 방계회사가 지역경제를 얼마나 활성화시키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방계회사가 고용과 소득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점도 있으나 생산 하청기지에 공해만 떨어뜨리고 자금은 서울로 역류시킨다고 많은 사람이 불평한다.

 산업연구원 安相吉충북지원장은“방계회사가 없는 것보다 나으나 법인 소재지가 타 지역이기 때문에 지방 세수증대와 별 관계가 없다??며 이들 방계회사들은 28%에 불과한 이 지역 재정자립도를 호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충북지역에서도 청주ㆍ충주ㆍ진천ㆍ음성 공단의 업체는 경영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나머지 지역의 업체는“극히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안지원장은 말했다. 1천5백여개의 업체 중 종업원을 3백인 이상 고용한 큰 기업은 60개도 채 안된다. 특히 종업원 50인 이하의 업체가 전체의 3분의 2정도이고 20인 이하의 영세업체는 절반에 가깝다.

 청주시 북쪽 변두리인 사천동 버스종점 부근에는 7~8개의 제약·전자부품조립·벽지 제조업체가 있다. 회사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한 종업원 10~30명의 영세업체들이다.

 한국물산은 축제 때 쓰이는 비닐등(燈) 제조업체로 종업원은 17명, 매캐한 냄새가 나는 20평 남짓한 넓이의 우중충한 작업실에는 12명의 여성근로자들이 두줄로 마주보고 앉아 접착제로 비닐 조각을 철선 위에 붙이고 있다. 제품은 전량 일본에 수출하는데 지난해 수출액은 1억1천만원.“작년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秋鉉洙공장장은 말했다. 비닐등 1개에 1달러인데 한달에 1만5천개 정도 생산한다.??호황이던 77~79년 동안은 지금보다 3배 가량을 수출했는데 지금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필리핀ㆍ대만 등에 주문 물량이 많이 빼앗긴다.?? 여자 일당은 5천5백20원, 남자는 6천3백원이다.

 그는 인력난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임금이 올랐어도 이 수준으로는 도무지 사람을 구할 수가 없고 은행대출은 절차가 복잡하고 제출서류가 많아 생각지도 못한다.?? 현상유지가 최상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소외된 만큼 더 많은 투자 있어야"

 충북지방의 공업이 낙후된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청주상공회의소 姜泰戰홍보실장은“기업환경으로 볼 때 충북이 어느 지역에 못지않다. 도청소재지와 서울과는 1시간30분 거리이고 전국 어디로나 사통팔달 할 수 있는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또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아 양질의 인력과 풍부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충북지역은 지난 30년 동안 정부의 경제성장ㆍ국토개발 정책에서 소외돼왔다. 80년대 들어서도 호남권에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나 중부내륙지방은 국가적 프로젝트에서 계속 도외시되고 있다??고 개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호남 푸대접이라고 하나 푸대접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 충북은 아예 무대접이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그는 말했다.

 강실장은‘충북 무대접??사례로 청주~제천간 도로 확장ㆍ포장이 수십년 동안 미뤄지고 있고, 대청댐의 물을 청주의 무심천으로 방류하는 계획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등을 들었다.??그동안 소외되어 발전이 늦은만큼 다른 지역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에서 도로ㆍ공공시설ㆍ주택ㆍ문화시설, 그리고 대단위 공업입지를 조성해주기 바란다.??산업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간 불균형문제는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총인구의 64%가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과 동남권이 제조업 사업체 수의 86%와 생산의 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역간 불균형 심화 현상은 지난 70년대 중반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대도시 인구집중 억제시책, 공장의 지방이전 등 지역간 균형개발 전략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 중소기업 중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경남 경북 등 수도권과 동남권의 기업은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데 반해 광주 전남 충북 강원지역의 기업은 수익성ㆍ안정성 모두 낮았다.

 산업연구원의 白洛基전문위원은 지방경제의 활성화 정책을 산업구조고도화정책과 연계하여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즉 첨단기술단지의 조성은 지방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지방의 토지자원을 최대한 활용, 개발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공업입지를 조성하고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인력을 지방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지방중소기업 장기근무자에게 주택청약시 우선권을 주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육성 문제는 사회적 갈등 해소뿐만 아니라 임박한 지방자치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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