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시대“글쓸 수 없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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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인 河鍾五씨‘절필선언’논란…金周榮씨는 집필모색중

지난해 10월, 글쓸 에너지의 탈진과 독자를 속일 수 없다는 문학에의 외경심 등을 이유로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 金周榮(51)씨가 최근“문인이 영원히 붓을 꺽을 수는 없다??면서 집필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0년대 대표적 민중시인의 한사람으로 평가받은 河種五(36)씨가 절필을 선언, 다시 절필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시선집《젖은 새 한 마리》(푸른숲 刊)를 펴내며 시쓰기를 포기한다고 밝힌 하씨는“운문(시)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항하는 세속적 일상인 사이의 갈등이 괴로웠다. 진흙 속에 피는 연꽃을 오래 생각했다. 당분간 일상적 삶 속에서 푹 썩을 계획이다”라고 털어놓았다.《젖은 새 한 마리》의 서문‘참괴스러움 속에서??에서 그는 자신의 시에서??오만한 지식인적 도의성??과??현실과 괴리된 민중적 정서??를 발견했고??그러한 시를 발표해놓고도 뻔뻔할 수 있었던 자신을 반성하면서 이 자성을 바탕으로 시를 그만 쓰겠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쓰고 있다.

 위의 글에서 그는“왼쪽다리는 이념의 메마른 땅을, 오른쪽 다리는 세속의 질펀한 땅을 딛고 엉거주춤 서있었고, 전진을 할 때는??이제는 왼쪽다리를 들어올려 오른다리 옆에 갖다붙이고 세속의 질펀한 땅을 걸어간다??고 쓰고 있다.

 그는 신문의 확대보도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내가 추구해왔던 민중문학 진영이나 이념을 매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민중ㆍ민족문학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반성일 뿐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어떤 이념을 갖고 살아간다. 10년 넘게 민중문학에 참여했던 내가 어떻게 이념을 거부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또한 시를 포기한 것이지 문자행위 전반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앞으로 자본주의의 본질을 경험하고 난 뒤 내 이념이 강고해지면 새로운 장르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면적 절필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종오시인의 고뇌는 문단 전반의 현상일 것??이라고 전제한 평론가 강형철씨는??시인과 凡人의 분리, 이념과 예술에 대한 개념의 혼란, 추상성 등 그의 절필논리에 모순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하시인이 새로운 작품 세계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분간의 휴식기??로 나타난 김주영씨의 절필과 이번 하종오시인의 절필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張錫周씨는??정치ㆍ사회적으로 반성이 증발해버린 이 시대에 작가의 절필선언은 사회 전반에 환기하는 바가 크다??며 공적 존재인 작가의 절필선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자칫 유행의 기미가 보인다면 독자들은 작가의 도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절필선언 부정론??도 많다. 글쓰기는 매 작품이 완성 될 때마다 창작자로 하여금 ‘절필’을 요구하며, 반성과 자각 그리고 새로운 전망으로 그 절필은 매순간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필은 작가의 내면적이며 개인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필선언은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언론의 상업주의에 편승한??도덕성 선언??은??남아 있는 작가??들의 도덕성과 사회적 역할을 훼손하는 역기능도 있다는 지적이다.

 70년대 중반“박정희정권 아래서의 문학행위는 정권을 돕는 일??이라며 2년간 절필했던 작가 朴泰洵씨는??식민지시대의 절필처럼 작가는 어떤 경우에 침묵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유가 분명치 않은 절필은 작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절필행위 자체도 하나의 진지한 문학행위일 때 그 절필은 사회와 문학을 충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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