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陽氣가 陰氣 누르는 부조화가 고혈압"
  • 김선엽기자 ()
  • 승인 199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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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錫璉박사, 道家의 음양설로 서양의학의 한계 극복 방안 제시

 東과 西는 하나가 될 수 있는가.‘고혈압??에 관한 한 대답은??가능??이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朴錫璉박사(내과ㆍ전한양대의대 초대병원장, 현 뉴욕 앨머스트 시립병원)는 고혈압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의 한계를 동양철학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혈압은 암과 함께 인류 2大 사인의 하나. 그러나 아직까지 명쾌하게 원인 분석이 안될만큼‘난해한??병이기도 하다.

구구한 학설 모두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고협압은 존재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1827년 브라이트라는 영국의 학자에 의해서 였다. 만성 신장염 환자를 치료하다 브라이트 박사는 이 환자가 정상인보다 혈압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고혈압은 신장이상 때문에 생긴다는 브라이트 박사의 주장이 한동안 학자들 사이에 별 이견없이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1879년“고혈압의 원인은 신장이 아닌 다른 부분의 이상에서 유래한다??는 미국학자 마호메드의 주장이 학계에서 상당한 호흥을 얻으면서??고혈압 원인론??은??신장설??과??타원인설??로 압축된다 이후 계속된 연구로 현재 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속발성(신장설에서 유래)과 본태성(타원인설에서 유래)의 2종류로 구분되고 있다. 전자는 고혈압 환자 중 약 5%를 차지하는데, 콩팥 등의 이상으로 병이 발생한다고 그 원인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시 되는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지금까지 유전인자설 腎인자설 소금인자설 등 10여가지의 학설이 제시됐지만, 모두??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었다.

 분분한 원인설명 학설들이‘통합??의 기미를 보인 것은 1988년. 미국 이탈리아 호주 영국 등에서 고혈압을 연구하던 학자들이 서로 비슷한 연구결과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이른바 경계역 고혈압환자(고혈압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계속한 끝에??교감신경과반응ㆍ부교감신경 저반응??이 경계역 환자들의 공통적 특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감ㆍ부교감신경은 의지의 지배를 받지 않는??식물성 신경??으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작용한다. 교감신경은 혈압상승을 촉진하고, 부교감신경은 혈압강하를 돕는다. 따라서 교감신경이 과반응이고 부교감신경이 저반응인 사람은 혈압상승 촉진력은 왕성한 반면 혈압강하 능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5/95mmHg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경계역 고혈압 환자는 165/95~120/80mmHg(정상혈압) 사이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경계역 고혈압환자는 만성 고혈압환자들과는 달리 혈관이 굳지 않고, 신경계통의 반응이 좋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학자들은 고혈압의‘전개양상??을 파악키 위해 경계역환자들을 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朴박사는‘교감신경 과반응ㆍ부교감신경 저반응??이론이 고혈압의 近因만을 설명할 뿐 遠因은 파악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서양의학의 본질이 분석적ㆍ말단적ㆍ국소적이라면, 동양의학은 종합적ㆍ중추적ㆍ전체적입니다. 바꿔 말하면 서양의학은??밑으로부터의??의학이고, 동양의학은??위로부터의??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교감신경 과반응ㆍ부교감신경 저반응??이란 현상이 어떤 틀 속에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서양의학의 단점이자 한계라는 것이다.

 고혈압에 대한 서양의학적 분석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朴박사가 동원한 것은 동양철학의 陰陽說. 朴박사는 道家의“道生萬物, 負陰抱陽, 沖氣而爲和??(도가 만물을 지배하는데, 만물은 음과 양을 다스려, 和를 얻는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동양의학에 있어 陰은 서양의학의 부교감신경을, 陽은 교감신경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서양의학에 있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括沆작용은 동양의학에 있어 음과 양의 조화에 다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朴박사는“음양설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과학지식은 아니지만 현대물리학에서 인정된??相對相補說??의 개념과 비교해보면, 음양설의 과학적 타당성을 짐직할 수 있다??고 만한다. 量子論의 창시자이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닐스 보어의??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Contraria Sunt Complementa)이라는 명제가 바로 음양설의 원리라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 차원에서 해석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대립적인 역할을 하지만 건강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바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교감신경 과반응ㆍ부교감신경 저반응??은 음양의 원리에 따른다면 양이 盛하고 음이 喪한 형태. 朴박사는 이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이 陰盛人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성ㆍ음성 구분 과학적 척도 마련이 과제
 그러나 陰盛人이라는 사실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朴박사는 설명한다.“陽盛人이든 陰盛人이든 모두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陽盛人은 체질상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는 것일 뿐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부모 모두가 고혈압 환자일 경우 자식의 3분의 2가, 부모 중 한사람이 환자일 경우 자식의 3분의 1 가량이 고혈압 환자이며, 부모가 정상일 때 자식에게서 고혈압이 나타날 확률은 5분의 1 정도라는 겁니다.??

 체질이 유전된다고 믿는 朴박사는‘陽盛’이 고혈압 발생의 內的 인자라면, 外的 인자로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실험은 물론 다른 학자들의 실험에서도 스트레스가 혈압증가의 가장 큰 요인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암ㆍ수 원숭이한쌍 중 수놈을 다른 암놈과 살게 하고 그 모습을 원래 암놈에게 보이면 암놈의 혈압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이같은 실험을 할 수 없지만 스트레스가 혈압을‘올리는??과정은 밝혀졌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뇌피질에 자극이 전달된다. 대뇌피질은 몇 개의 경로를 통해 교감신경과 부신피질축으로 자극을 전하는데, 이때 몇가지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은 심장의 박동을 빨리하며,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장량의 증가 등을 유도, 고혈압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고혈압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던 소금은 스트레스가 주어졌을 때 혈압 상승을 돕는 역할만을 한다는 것이 朴박사의 주장이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어쩌면 그 자체가 陰陽으로서 의학의 건전한 발전의 기초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박교수는 陽盛人과 陰盛人을 구분할 수 있는‘과학적??척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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