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제국주의에 도전하는 제3세계
  • 로마· 신중식 조사분석실장 ()
  • 승인 199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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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아프리카 회원국 FIFA 총회서 백인우월주의 규탄

동서냉전 질서의 붕괴와 미소양극체제의 와해라는 현재의 구제정치 상황에서 유독 세게축구의 최고 집행기관인 세계축구연맹(FIFA)만이 인종주의와 신제국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90년 6월 현재 FIFA 회원국은 1백66개국으로 UN 회원국 수 1백60개국을 능가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회원국 1백67개국에 버금가는, 단일 국제기구로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IOC가 올림픽을 주관하면서 모든 경기규칙과 진행, 예산관계에 있어 막강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축구경기 종목에 한해서는 FIFA에 의존할 정도로 FIFA의 위력과 권위는 대단하다. IOC 사마란치위원장도 FIFA의 아벨란제회장 앞에서는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은 유럽ㆍ남미ㆍ아프리카ㆍ호주ㆍ중동에서 올림픽 경기 못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14회 이탈리아 월드컵도 전세계 1백14개국에 위성중계되고 있으며 시청인구는 25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8일 아프리카의 검은 사자 카메룬이 지난 대회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밀라노에서 격파했던 바로 그날 로마에서는 FIFA 총회가 열렸다. 이 총회에서 74년 이후 16년간 FIFA의 최고 권좌를 지켜온 브라질의 알벨란제 회장이 이렇다할 도전도 받지 않은 채 임기 4년의 회장에 재선됨으로써 영국 스탠리우스경에 이어 최장수 회장이 되었다. 다음날 총회에서는 주로 아프리카 대표들이 FIFA의 제국주의 잔재와 인종차별적 정책에 벌떼처럼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잠비아의 데이비드 피리 회장은“여러분 백인들이 우리의 등을 할퀴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들이 여러분 등을 할퀼 때가 되었다??며 평등원칙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탄자니아의 엘만리 FIFA의 회장단과 각급 상임위에서 배제된 제3세계, 월드컵 본선진출권에 있어서의 차별, 영국의 대표권문제 등에 대해 신랄히 공격하였다. 그는“아프리카도 이제는 축구에 관한 한 제3세계가 아니다??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어 아시아 연맹(AFC)을 대표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레 벤 나르세는??우리 아시아도 1백년 전의 아시아가 아니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고 이제야말로 평등의 시대다??라면서 총회 회장단석을 가리키며??보라 저 기라성 같은 인물 가운데 아프리카인이 보이는가??라고 수위 높은 자극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ㆍ아프리카 대표들이 파상 공격을 퍼부으면서 합동하여 본회의에 상정한 쟁점들은 4분의3 이상이 찬성 규정에 묶여 결국 부결, 다시 한번‘백인위주의 FIFA??라는 철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륙별 본선진출국 수 불균형

 현재 FIFA는 아시아 37, 아프리카 48, 북중미 27, 남미 10, 유럽 36, 오세아니아 7개국 및 이스라엘 등 1백66개의 회원(협회단위)을 거느리고 있으며, 영국은 유일하게 (축구 종구국에 대한 예우 명분으로) 잉글랜드ㆍ스코틀랜드ㆍ웨일즈ㆍ북아일랜드의 4개 협회가 가입돼 있다.

 월드컵 본선진출 티킷의 경우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1950년 제4회 브라질대회까지는 13개국(아시아ㆍ아프리카는 없음), 1954년 제5회 스위스대회부터 1978년 제11회 아르헨티나대회까지 16개국에 들어갔는데 당시 아시아ㆍ아프리카에서는 단 한 장의 티킷이 배당됐다. 현재처럼 24개국이 출전하여 모두 52게임을 치르게 된 것은 1982년 제12회 스페인대회 때부터였고 이때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2개국이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륙별 본선 진출국 수에 대해 FIFA측, 특히 유럽과 남미 회원국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축구 수준은 아직 유아단계에 있기 때문에 최고의 축구제전인 월드컵에 관한 한 양보할 수 없다는 종래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의 경우 본선 출전국이 16개국이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각 3개국, 아메리카(북중미ㆍ남미) 4개국, 유럽 5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으로 돼 있다.

 이에 비해 월드컵에는 아시아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남미 3개국, 북중미 2개국, 유럽 13개국, 개최국과 전대회 우승팀 모두 24개국이 출전하고 있다.

 FIFA의 조직에 있어서 회장단 9명 가운데 아시아, 아프리카는 각 1명이고 유럽 4명 남미 2명, 북중미 1명이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유럽 4명, 북중미, 남미 각 2명, 아시아, 아프리카 각 2명 등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를 대표한 카메룬과 이집트가 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이미 지난 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이, 그리고 지난 86년 멕시코대회에서는 한국이 선진축구 집입에의 가능성을 보였다. 따라서 FIFA는 백인우월주의와 패권주의에서 벗어나 평등의 새 국제질서 재편에 하루속히 순응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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