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대접받는 직업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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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 금융업이 유망 ‘新天地'…급격한 변화 속 '一生多業' 시대 열릴 듯

사회가 빠른 속도로 전문화 · 세분화되고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는 후기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속도가 오래된 직업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빠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 각광받을 이른바 유망직업은 무엇인가?

 金炯國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는 유망직종이란 “20년 또는 30년 후에 사회적으로 수요가 많고, 경제적인 보상이 보장되며, 그 직업 종사함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일반적으로 20대 전후의 젊은이로서 평생 일자리를 찾는 이른바 최초 직업 발굴자(First job seeker)들이 가장 생산적인 나이인 40대 50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지향적 의미를 담고 있다.


베테랑 선물거래인 연봉은 7천만원

 그렇다면 어떠한 직업이 유망직업인가? 유망업종을 말하기에 앞서 성장직업은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성장직업은 사회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가고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직업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유망직업은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 분명한 직업??, 따라서 ??그 수요와 중요성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직업??이라고 金교수는 정의한다. 현재 성장하는 추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 분명한 직업이다.

 그는 유망직업의 등장을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로 완전히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다. 둘째로는 지금까지 있던 직업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위성이나 텔레비전같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차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다. 이에따라 해당분야에 필요한 교육수요가 늘어나고 기술습득과 훈련이 꼭  필요해진다. 디자이너 하면 흔히 의상 디자이너만을 떠올리던 시대도 있었으나 그 직종이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치면서 컴퓨터그래픽 등 첨단과학을 이용하는 각종 디자이너들이 사회 일선에서 뛰고 있다. 새로운 유망직종이 탄생한 것이다.

 옷감의 원단을 디자인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는 최근 국내 디자인 분야에서 인기있는 업종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올해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이 업종의 선두업체인 ‘누브티스??에서 텍스타일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는 권지연(23)씨는 ??후배들한테 권하고 싶은 직종??이라고 선뜻 말하면서 ??이만큼 장래성이 큰 분야에 뛰어든 것은 운 좋은 일??이라고 덧붙인다. 권씨의 ??선생님??은 이미 텍스타일 디자인계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李瓊順(38)씨. 우리나라 패션업계에서 원단 디자이너로는 개척자적인 인물이다.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직업의 하나로 先物거래 중개업이 있다. 선물거래 중개인은 금융업계의 외환 딜러와 함께 국제화 시대에 호흡을 맞춰가는 직업인인데 그들이 하는 일을 중요성이나 수요추세로 보아 첨단업종이라고 할만하다. 80년대초부터 국내 기업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선물거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상품인도나 대금결제를 실행할 것을 전제로 현재 시점에서 계약하는 거래로, 원자재 등의 급격한 가격변동에 따른 손해를 막기위한 安全辦으로 여러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선물거래 분야에서 베테랑으로 꼽히는 姜東雨씨(2000년 금속 이사)는 “비철금속 곡물원유 등을 주로 다루는 선물거래 딜러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20여명 안팎이지만, 자본 자유화 등 시장 개방이 진행되면서 이들의 숫자도 3~4배, 10년 뒤인 2000년대에 가서는 1백명선을 훨씬 넘어서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도 수석 딜러들은 연봉 7천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선물거래라는 말의 영문표현(futures)이 말해주듯이 ??미래의 직업??이다.

 얼마전 《이러한 직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베스트셀러를 펴낸 趙慶東박사(대한체육과학대학교수)는 “직업은 산업구조와 맞물려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변천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래의 유망업종으로 각광을 받을 분야는 무엇보다도 과학기술 즉 첨단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첨단산업 생산은 88~94년 사이 연평균 20%이상 증가하고 향후 10년 동안에는 10배 이상 팽창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오는 2001년 국내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이 약 20만~3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이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 엿보게 한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정보문명시대의 도래가 더욱 가속화될 때 이를 위한,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직업은 다양해질 것이다.

 金炯國교수의 〈장래의 유망직업〉이란 논문은 정보문명시대의 유망직종으로 크게 정보산업 · 로봇공학 · 해양산업 · 우주개발·건강산업 · 에너지산업에 관련된 직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우리보다 미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미국과 일본의 연구조사 결과를 원용한 것으로, 선진국이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 · 연구하여 우리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외국의 경우 직업개발 전문가란 직업까지 등장했으나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직업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다가올 고도산업사회에 대비한 유망직종 연구가 활발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기 위해 일본에서 발행되는 직업 소개잡지의 하나인《벤쳐》에 게재된 첨단분야 유망직종의 순위를 소개한다. 이 잡지는 ①통신 · 뉴미디어 분야 ②인공두뇌 제작자 ③일반 소프트웨어 전문가 ④광학산업기술자 ⑤초전도관련 기술자 ⑥신소재 개발 ⑦주변기기 ⑧우주항공 ⑨해양개발 ⑩반도체 관련분야 ⑪콤퓨터 이용 게임 기기 ⑫로봇 ⑬공장자동화 기기 ⑭대체 에너지 개발 ⑮퍼스콤 ?생화학 기술 ?사무자동화 기기 기술자 등을 ‘전망 좋은 직업??으로 꼽고 있다. 또 서비스 분야에서는 인재 파견업, 무점포판매업, 건강산업, 레저산업, 뉴미디어 이용산업, 리조트개발, 도시개발, 교육산업, 대형 서비스업, 신용?금융산업 등을 들고 있다.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도 최근호에서 90년대에 새롭게 각광받을 직업을 소개하면서 인재 파견업, 골프장 예약 대행업, 남성 요리 강습업 등 이색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직업수 10년새 7배 늘어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늘로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에서 전망할 수 있다. 4년 전 노동부가 발간한《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한국의 직업 종류는 모두 1만4백51종이다. 미국의 2만여종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나. 10년 사이에 7배가 늘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철역의 ‘푸시맨??이나 고층건물의 유리창을 닦는 ??스파이더맨??등 새로운 직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직업 종류는 앞으로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특히 금융업과 반도체산업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관련직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도체부문은 검사기술자, 공정기술자, 설계기술자, 조립기술자와 조립 생산직에 20여종의 직종이 새로 생겨났다. 컴퓨터 관련 직종으로 컴퓨터기기 시험기술자, 설계기술자, 조립기술자, 프로그래머, 체계분석가, 유지 ? 보수기술자 등이 있다. 금융 관련 업무의 경우, 은행지로가 확산되면서 지로 관리 이체원, 지로 사무원이 생겨났고, 신용카드가 보편화되면서 가맹점 관리원, 무효카드 관리원, 물량거래자 관리원, 카드발급원, 회원자격 심사원 등이 등장했다. 신종직업이 쉴새없이 늘고 있다. 심지어 미래전문가들은 후기산업사회의 한국에는 개성창출 상담업, 노인성 질환 전문 간호원, 달표면 채광원, 어린이문제 전문변호사, 유전인자 상담원, 장기이식조정 전문가, 퇴직상담원, 생활편익 분석가, 핵관련 기술자, 수중 고고학자, 인공지능 기술자 등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이같은 미래의 직업이 모두 대학졸업 이상의 고급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朴鍾午과장은 “각 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가기 위한 고급 인력 확보보다는 그 연구 결과를 실제 제품화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자들을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며 저항력 숙련공들의 구인난 현상을 지적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1만여종의 직업 가운데 실제로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직종은 불과 20%선에도 못미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 나라의 산업발전 전망을 점검하지 않은 채 어떤 직업이 미래에 유망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은 탁상공론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연구결과는 한국의 미래 유망직업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산업 조류와 얼마나 맞아떨어지겠는가를 척도로 삼아 ‘크게 유망한??업종은 전자, 금융, ??약간 유망한??업종은 자동차, 정밀기계, 종합상사, ??중간??은 기계, 건설, 유통, 서비스, 제지, 화학, 운수업종이다. 한편 ??유망하지 못한??분야는 식품, 섬유, 철강, 조선업종이고 ??사양업종??으로는 농수산업, 광업부문을 꼽았다. 그러나 농수산물 분야에서 유전공학 부문이 유망분야로 간주되는 것처럼 각 분야에 예외는 언제나 있다.

 90년대 각광받을 유망산업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1순위에 사무자동화 반도체 중권 보험 정보서비스 항공운수를 꼽았고 △2순위로 컴퓨터 통신기기 전자부품 뉴미디어 첨단가전제품 카메라 시계 계측기 자동차 중장비 전자재료 陸運 海運 부동산 유통 레저 국내건설 △3순위로는 가전 진료기기 항공기 조선 플랜트 산업용로봇 공해설비 의약품 신소재 정밀화학 패션 가공식품 악기 종합상사 뉴서비스 해외건설 등을 꼽고 있다.

상경계 졸업자 45%가 금융기관 취업 희망
 이같은 분류와 전망은 그 산업의 성장성 · 시장규모 · 경쟁력을 기초로 하고 있다. 성장성은 우선 산업의 도입기나 성장기에 처해 있어야 하고, 시장규모는 대형산업이어야 하며 다른 산업부문과의 차별화가 가능해야 한다. 경쟁력에서도 대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거나 기술 향상이 가능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사회의 상황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도 유기체와 같이 생성소멸을 거듭한다. 특히 고도 산업사회에서는 직업의 세분화 · 전문화가 가속화돼 미래업종·유망직업이 생겨나지만 기존의 직업은 소멸되기도 한다. 전자시계의 등장으로 시계수리공은 길목 한구석을 차지한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던 굴뚝청소부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지금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연금술 학자는 수백년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앞으로 5~10년 후에는 어느 업종, 어느 산업 분야가 성장을 하고 각광을 받을 것인가?????미래에 시퇴하는 직업은 어떤 분야인가???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주)가 국내 상경계 대학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5%가 은행, 증권회사, 투자신탁 등 단자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에의 취업을 희망했다. 그 다음 40% 정도가 종합상사, 언론, 출판, 광고, 디자인, 정보, 통신, 호텔, 유통등의 서비스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분야에 대한 취업희망자는 전체의 20%에도 못미쳐 제조업 기피현상이 두드러졌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보수 수준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 대한 교육부재 큰 문제
 그러나 미래의 직업관과 그에 따른 직업 선택의 양식 등이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형국교수는 젊은이들의 직업 선택 경향으로 첨단 분야에로의 진출 욕구가 매우 크다는 점과, 전망 있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一生一業??전통에서 탈피해 ??一生多業??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도 대기업 선호에서 중소기업 선호로 바뀌고, 문화 산업 쪽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본다. 금전적인 대가보다는 권위와 명예, 가시성, 보람 등이 직업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金光雄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현재 인기있는 의사나 법조계 분야는 계속 유망한 직업으로 남겠지만, 그 직업을 택하는 동기는 권력을 손에 쥐거나 존경받기를 원해서라기보다는 직업인으로서 그 직업 자체에 대한 선호가 될 것이다??라고 진단한다. 이같은 추세는 과거와는 달리 검사보다는 판사를, 판사보다는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권력의 핵이라 불리던 검사 자리를 박차고 일찌감치 전문변호사의 길을 택하는 젊은 엘리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세태의 반영이다.

 김광웅 교수가 2년전 서울과 지방 8개 고등학교 학생 4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들은 미래를 ‘막연히 낙관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실제 사회에 나가 어떤 직업을 택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한 상태였다. 김교수는 이같은 사실이 그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의 부족과 교육부재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직업이 창출된다기보다는 정부의 시책이나, 대학의 학과별 입학정원 조정 등 문교  정책에 의해 공급이 결정되는 것도 문제이다.

 학생들 자신이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물론 문제이다. 그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장래 지도가 거의 유명무실한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일선 학교나 문교당국은 미래의 일꾼인 학생들이 장차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기초조사를 하는 일마저 등한시하고 있다. “문과 ? 이과 구분이 있는 정도이다. 구체적인 자료는 다른 데서 알아보라??는 어느 고등학교 진학상담 교사의 말 한마디가 미래에 대비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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