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이르다' '때됐다' 대결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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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동향 ‘점진 개헌론'쪽으로 기울어… 임시국회에선 여론조성 작업 본격화할 듯

내각제 개헌에 대한 盧泰愚대통령의 입장이 여전히 어중간한 水位에 머물러 있다. 민자당이 당 차원의 내각제 개헌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한 지 꽤 오랜 시일이 지난 지금도 노대통령은 아직 확실한 윤곽의 제시를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평민당 金大中총재와의 영수회담이 있었던 16일 노대통령은 “총선은 내각제 개헌 후에나 하겠다??고 언뜻 보기에는 대통령 자신도 내각제 개헌에 무게를 얹은 듯한 발언을 했으나 ??꼭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여운을 흘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이 대목에 관해 “노대통령은 내각제 개헌보다 현재의 대통령직을 무난히 끝마치는 데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한다. 이 말은 노대통령이 내각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쪽보다는 개헌 이후의 상황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껏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잔여임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이런 망설임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의 처리에 따라 임기말 통치권 누수현상이 빨리 나타날 수도 있고, 14대 총선에 대한 공천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심경을 민자당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 여당의 對野 막후접촉 채널로 알려진 평민당의 한 중진의원은 “노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에 대해 상당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朴哲彦의원이 내각제 개헌의 조기실시를 너무 강력히 주장한 나머지 대통령으로부터 호통을 들은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종합 분석해보면 내각제 개헌 추진은 노대통령보다는 민자당의 몇몇 핵심인물들이 더 열심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들은 이미 알려진 대로 金鍾泌최고위원, 朴泰俊최고위원, 朴浚圭국회의장, 金潤煥정무장관, 朴哲彦의원 등이다. 이들은 내각제가 자신들에게 ‘꼭 맞으면서도 편한 옷??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배경과 입장에 따라 개헌의 실시에 대해 저마다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개헌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金泳三대표와 민주계를 제외한다면 민자당내에서도 조기실시론과 만기실시론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박철언 캠프·공화계 ‘조기실시'강력 주장

 박철언 캠프와 공화계의 핵심은 최근까지도 조기실시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박의원은 지난 4월 외유에 앞서 후임자인 김윤환정무장관을 찾아가 조기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박의원 진영이 개헌론의 연내 가시화를 위해 힘쓴 이면에는 김대표최고위원의 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개헌 분위기를 성숙시켜 김대표를 개헌논의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당 분열로 인해 내년에는 내각제를 추진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월과 5월에 걸쳐 정가에 유포됐던 조기개헌의 일정과 개헌 합의각서설은 바로 김대표의 발을 묶어두려는 월계수회와 공화계의 ‘양동작전??이라는 시각도 바로 이러한 정황에 근거한다. 한편 점차 노골화되는 양 캠프의 압력에 맞서 아예 개헌론 자체를 국민 앞에 일찍 드러내 민정?공화계의 의도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민주계의 고단위 처방이었다는 시각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조기개헌론의 배경이 김대표의 태도하고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박의원 진영에서 흘러나온 조기개헌 일정은 올 정기국회 개헌안 상정→내년 3월경 개헌 및 국민투표 실시→내년 여름 국회해산 및 총선실시의 수순이다. 이같은 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노대통령의 통치권이 확실히 보장돼 있는 기간에만 총선을 실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임기말을 목전에 둔 개헌보다는 노대통령과 민정계의 14대 총선 공천권이 거의 완벽하게 보장되는 조건하에서의 개헌구도라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공천권이 얼마나 행사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박의원 개인의 앞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의 동향은 조기개헌론이 일단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김윤환정무장관 등이 주장하는 점진적 개헌론으로 자리바꿈을 할 것처럼 보인다. 노대통령의 영수회담에서 “연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여권의 최고책임자로서는 처음으로 개헌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이를 말한다. 따라서 개헌일정도 내년 9월경 개헌→내년말 또는 92년초 총선실시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의 임기(93년 2월25일)와 13대 국회의 임기(92년 5월29일)를 최대한 보장하는 개정안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부터 내각제 개헌론의 당위성을 제기하여 여론조성 작업을 본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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