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장군에 야권통합 멍군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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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大中총재 “복안 있다" 자신감 보여… 金觀錫목사 대표로 하는 新黨창당설 파다

金大中총재가 직접 야권통합에 나섰다. 그의 이번 出師表는 단순한 야권 단일화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차기 집권구도와 맞물려 있고, 개헌 정국이 될 6공 후반기에 마지막으로 던져보는 최대 승부수가 되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金총재가 하필 이 시점에 야권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여권의 내각제 개헌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야권의 힘이 분산돼 있는 상태에서는 저지 투쟁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그는 청와대 회담 직후 연속적으로 야권통합을 거론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평민·민주·재야의 3자통합 가능성

 청와대 회담 직후인 18일 김총재는 재야지도자 30여명과 만났다. 청와대 회담 내용을 재야측에 설명한다는 형식을 갖췄지만 결과적으로는 여권에 맞서 평민당과 재야를 하나로 엮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한 회동이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재야에서도 야권의 통합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권통합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으나 복안은 서 있다. 임시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한 후 날자를 정해 복안을 밝히겠다. 통합의 前途는 밝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남은 문제는 통합의 방법으로 김총재가 제시할 제2의 복안이다. 빠르면 6월말, 늦어도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7월 중순까지는 선보일 김총재의 통합안 구상을 높고 재야를 포함한 야권내의 의견이 분분하다. ‘常時 대통령후보??설도 그중의 하나다. 야권내에서 떠돌아 다니는 통합안 구상에는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김총재가 이번에 제시하게 될 통합안은 평민?민주?재야의 3자통합을 전제로 하되 지금까지 제시된 ??縫合??식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당을 출범시키는 新黨창당의 형식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다.

 더구나 신당창당설과 관련해 이미 당 지도부에 대한 구체적인 골격까지 거론되고 있어 단순한 낭설만은 아닌 것 같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당설의 핵심은 총재와 대표최고위원제다. 경선으로 선출될 총재는 당을 대표하되 당무를 떠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고, 그 밑에 1인의 대표최고위원을 두어 당무를 총괄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표최고위원 밑에는 5~7인의 최고위원을 두되 최고위원 5인은 평민당에 2명, 민주당에 2명, 그리고 나머지 1명을 재야에 할애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상징적인 총재에는 평민당 김대중총재가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그렇게 되면 당무 일선에서의 퇴진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 셈이고, 대표최고위원에는 기독교계의 金觀錫목사가 거론되고 있다.

 金목사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야권 통합론이 부상할 때마다 범야권을 대표할 만한 상징적인 인물로 거론되어 왔고, 이점은 김목사측에서도 인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직책이라든가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김목사가 야권 단일화에 일정한 몫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신당 구상은 민자당이 택한 바있는 총재-대표최고위원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대중총재가 신당을 대표할 경우 김총재는 여야협상에서 민자당총재인 盧대통령과 동등한 지위에 서게 되고, 당차원의 실무는 대표최고위원선에서 처리한다는 구도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야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신당안은 이미 평민당 및 민주당의 지도부 일부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재야에서는 김대중총재의 위상과 관련해 약간의 異見이 있을 뿐 원칙적으로는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야에서는 김총재가 신당의 총재보다는 상임고문의 위치에 머물면서 실질적으로 당무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제시한 것 같다.

 신당을 태동시키는 방법으로는 3자대표가 동시에 창당선언을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지금까지의 통합논의 과정에 비추어 현실성이 없으므로, 평민·민주의 부총재급과 재야대표가 앞장서는 차선책을 선택,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자통합의 경우 평민·민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반발 위험성이 있으나, 일단 창당이 되면 원외지구당 위원장들도 따라오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실성 없다"비판 목소리도

 이 구상에 대해 평민당 핵심 당직자들은 “常時대통령후보설이 나와 골치가 아픈데 신당설이 또 거론된다면 야권통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인하고 있고, 민연추에서 떨어져 나온 李富榮씨 중심의 先통합파측에서도 ??신당설에 대해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조만간 재야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역시 우려하는 쪽이다.

 신당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실질적으로 평민당을 중심으로 한 구상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범야권 단일신당을 위해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는 재야가 따로 신당을 만들고 평민·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합리적 통합론을 제시, 3자통합 신당을 태동시키는 방법이 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 經實聯이나 民辨 등 진보적 지식인 그룹과 민주당 현역의원 및 영남쪽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된다.

 신당 구상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 실현가능성을 점치기에는 때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개헌의 분위기를 잡고 내년초에 본격적으로 개헌작업에 돌입한다는 여권의 정치일정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야권, 특히 김대중총재로서는 야권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총재는 야권통합에 일단 승부를 걸어보고 실패했을 경우에는 내각제 협상에 임할지 모른다. 김총재의 내각제 밀약설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의 야권통합 복안이 마지막 승부수라는 평을 듣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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