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俗의 나라 참회의 기록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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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행≫ 강석경 지음
≪갠지즈 강물 따라≫ 김양식 지음
≪인도명상기행≫ 폴 브런튼 지음

 인도는 거대한 느낌표인가. 아니면 영원한 물음표인가. 인도의 무엇이 인도 밖의 인간들을 끊임없이 불러 순례하게 하는가.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와 그 체험들을 글로 옮긴 책 3권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여류작가 강석경씨가 민음사에거 펴낸 ≪인도기행≫과 여류시인 김양식씨가 인문당에서 펴낸 ≪갠지즈 강물 따라≫ 그리고 한 영국 저널리스트의 글을 정신세계사에서 펴낸 ≪인도명상기행≫(이균형 옮김)은,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이즈음 앞의 질문에 일정 수준 값하면서 동시에 어느 만큼은 ‘배반’하고 있다.

 세 지은이들은 인도를 기행하면서 인도와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하여 모두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 자신들의 세속적 삶을 부끄러워하면서 살아온 생을 반성하고 그 ‘정신의 위대한 땅’에 무릎 꿇는다.

 강석경씨는 ‘자신의 習(삶의 습관)’으로부터 떠나기 위해, 자신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인도를 찾는다. 인도 밖에서 그가 그리던 인도는 문명의 여백이며 정신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이 일기체 여행기는 지난해 1월26일 델리를 떠나는 풍경에서 시작되어 인도 전역을 돌아보는 약 4개월간의 기록이다.

 그가 인도에서 받은 첫충격은, 거개의 첫방문자가 그러하듯 가난과 비문명이었다. 그는 “몇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충격”을 받는다. 이 순례의 길에서 그는 힌두교와 불교의 차이를 읽어내며 인도의 문화, 인도인의 삶, 인도의 風光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이방인들을 그려낸다. 광활한 황토와 무서운 태양빛 아래서 그가 순간순간 깨달은 것들은 대개 ‘한국에서의 일상’을 반성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타고르와 간디 그리고 석가모니의 흔적들에 감동하면서 인도의 地氣와 미술, 특히 조각에 예민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인도기행≫이 강석경씨의 인도의 첫인상에 대한 문학적인 기록인 데 비해 김양식씨의 ≪갠지즈 강물 따라≫는 인도를 여섯차례나 방문하면서 남긴 글을 모은 것이다. ≪인도기행≫이 개인적인 현장감각에 충실했다면 ≪갠지스…≫는 부피가 크다. “우리 문화의 뿌리와 우리 존재를 확고히 알기 위해” 인도를 찾기 시작했다는 그는 75년 첫 방문 후 6개월간 실어증에 걸렸다. 이 ‘인도충격’은 인도에 다녀온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것 같다.

“인도는 낯선 지혜의 귀한 보석”

 인도의 대륙과 태양, 큰 나무와 수많은 새, 그리고 가난한 인도인에게서 충격적 흥미와 거부감을 함께 느꼈던 지은이는 인도가 인간의 “마음의 거울”이라고 결론 짓는다. ‘한국인도문화연구회’ 회장으로 있는 지은이는 인도여행 체험보다는 인도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면서 우리와 인도 사이의 역사적인 관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인도의 문화를 비롯, 역사 사회 경제 종교 문학 그리고 인도의 오늘과 내일 등을 다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잠언같은 단상의 연속이어서 책읽기의 즐거움은 제공하지만 인도의 정신세계를 깊숙이 보여주지 않는다는 ‘갈증’을 갖게 한다. 한편 ≪갠지즈…≫는 행사(세계시인대회등)의 스케줄에 따른 ‘안내원이 있는 여행이란 점과 기행에 대한 ’평이한 서술‘이 서운하다. 이 기행문들은 “인도를 좋아하지만 인도인들은 싫다”는, 인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모순된 경구‘를 상기시킨다.

 한 영국 저널리스트가 본 인도는 색다르다. 우리가 본 인도가 동양이란 범주에서 직관적으로 이해되거나 거부될 수 있다면, 기독교문명의 합리주의에 철저한 ≪인도명상기행≫의 폴 브런튼은 ‘집요한 질문가’이다. 55년 전에 이 책을 쓴 그는 인도의 정신문화를 비전문적인 언어로 서구에 알린 최초의 인물이다. 이 책은 인도의 풍경화가 아니라 인도의 정신세계에 대한 地圖이다. 인도의 성자, 요기(요가수행자), 밀림 속의 수행자 등을 탐사한다.

 3백여년간 인도를 지배하면서 권위를 지켜야 했던 영국인들이 인도의 내면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이나. 폴 브런튼은 “어디를 가거나 비평적이면서도 적대적이지 않은”, 즉 과학적인 의구심과 영적 감수성의 균형감각으로 인도의 정신세계를 찾아다녔다.

 밀림에서 한 성자를 만나 자신의 삶을 각성하고 사고의 전환을 일으킨 그는 서양 실용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동양의 새로운 사실과 낯선 지혜의 보석”을 발견해야 한다고 서양인들에게 전한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이번 여행으로 ‘인도’를 잃었다”는 강석경씨의 말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는 오직 자신 안에 있다는 ‘냉혹한 진리’를 발견했다. ≪인도기행≫의 중간쯤에는 인도를 방문한 바 있는 헤세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인용되어 있다. “덧붙여야 할 점은, 우리가 (인도의) 너무 많은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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