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秉烈 공보처장관
  • 김동선 부국장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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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放은 중소기업중심"

 民放 허용을 골간으로 하고 있는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안은 방송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 학계 · 야권으로부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80년 언론통폐합 조치에서 보였듯이 우리나라 방송구조 개편은 언제나 정권적 이해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일단 부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편안을 발표한 崔秉烈 공보처장관을 만나 이 ‘부정적 여론??과 공보처 방침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공보처에서 방송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뒤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비난의 초점은 여론수렴 과정이 생략된 채 철저하게 비밀리에 검토, 결정됐다는 것이고, 이런 이유 때문에 방송계 일각에서는 개편계획을 ‘방송재장악음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음모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까?

 매사가 상식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송구조를 다시 검토해야 되겠다는 것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고, 나온 지가 꽤 됐습니다. 방송계 · 학계 · 정계 등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얘기가 나오다가 정부가 방송구조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89년 연초였어요. 그때 문공부가 현재의 공영체제는 10년이 됐는데, 과거 방송사를 보면 대개 10년마다 방송제도에 대해서 검토했고, 또 방송여건이 기자재의 발전과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서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방송구조에 대해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대통령께 보고를 했어요. 그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지요. 과거 같으면 제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 행정관료가 중심이 되어 몇 명이 앉아서 검토하고, 여기저기의 얘기를 들은 후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성격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냐 하면, 우선 사안 자체가 대단히 전문적이고 또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송제도에 대해서 폭넓게 검토했으면 좋겠다고한 것입니다. 방송법에 의하면 문공부장관, 현재는 공보처입니다만, 장관이 방송위원회에 방송정책에 관한 검토를 의뢰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규에 따라 방송위원회에 방송제도 검토를 요청한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방송위원회에 방송제도연구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에 40여명의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작업한 것은 공지의 사실 아닙니까? 금년 3월말에 공개적으로 그 연구보고서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또 그와 별도로 학계 · 언론계에서 개최한 세미나 등에서 나온 견해를 우리가 다 모아 방송제도연구위원회에 보고서를 중심으로 하여 각계의 그 의견을 종합해 이번 개편안을 만든 것입니다. 그걸 관리들이 골방에 들어앉아 철저한 보안 속에 ‘우물딱주물딱??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이번 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쭉 훑어보십시오. 과연 그런 비난이 정당한지….

 ●방송제도연구위원회가 만든 보고서를 가지고 공개적인 세미나를 연 적이 있습니까?

 세미나는 열지 않았습니다. 방제연에서는 했지요. 우리의 개편안은 방제연 보고서를 골간으로 만든 것입니다.

 ●현재의 방송구조 개편계획을 보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방송법이 개정되고 내년에 새로운 민방이 출범하게 되는데, 뭔가 서두르는 감이 있습니다. 내년에 민방이 출범해야 될 이유가 무엇인지….

 내년에 민방이 출범해야 될 이유가 있어서 역으로 계산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예요. 나라의 방송제도가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 불가피하기에 일을 추진하는 것이지, 지금 말씀처럼 무슨 의도가 있어 내년에 민방하기로 해놓고 역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불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정말 섭섭합니다.

 ●이것도 불신의 시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정부가 민방도입 방향을 밝힌 뒤 방송제도연구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위원회의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정부는 민방허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흘려왔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정부 의도대로 방제연 활동이 진행되었고 민방 허용안이 확정된 것이 아닌지요.

 방제연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민방허용 문제를 흘렸다고 하시는 데, 뭘 가지고 그렇게 단정하십니까.

 ●이건 제 주장이 아니라 인터뷰 준비를 위해 신문철을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어요.

 우리는, 내가 주무장관으로서 그런 얘기를 흘린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일부 신문에서 그런 걸 의도적으로 많이 쓰더구만요. 우리가 보니까, 예컨대 한겨레 같은 데서, 그러나 우린 그렇게 한 적이 없습니다.

 ●개편안의 골격인 ‘민영골간 공영 부수체제'는 방송의 저질화를 촉진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요.

 그럼, 거꾸로 여쭤봅시다. 우리 국민이 현재의 공영방송프로에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KBS파행방송 때, 이건 여론조사를 해본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과학적인 근거는 아닌데, 우리는 그때 많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중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얘기를 들었어요. 오히려 파행방송이 더 낫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겁니다. 다큐멘터리니 하는 프로가 많이 나오니까 그게 더 좋다는 거에요. 혹시 그런 얘기는 못 들으셨나요? 이건 뭘 의미하느냐 하면, 현재의 우리 방송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에요. 우리도 현재의 공영방송이 국민의 기대에 못 따라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방송구조를 개편하려 하는 것입니다. 제가 발표할 때 기자들에게 얘기했습니다만, 현재 방송에 관계된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위성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 과거에 없던 채널이 생기면서 이른바 전파의 개방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건 세계적 추세이고, 또 생활이 향상되고 국민의 의식이 높아지면 뭐든지 다양한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획일을 싫어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는데, 채널을 늘리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쓸 수 있습니까? 새 채널을 만들기 위해 세금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민방허용이 불가피한 것이지요. 또 한가지는, 지금 서울에 일본 위성 텔레비전 채널이 다섯 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듣기에 금년 여름에 일본 위성이 또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세개의 채널이 늘어납니다. 92년까지는 일본에서만도 여러 개가 올라간다는데, 중국에서도 올린다는 거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방송을 닫아놓고 있는 게 올바른 방향인가요? 우리는 국민에게 우리방송의 접촉 기회를 넓혀주는 게 옳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또 한가지, 현재 KBS와 MBC가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방송을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예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새 민방이 나와 서로 경쟁하게 되면 방송이 오히려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개편안의 최대 관심은 민영방송의 소유주체인데, 재벌 배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러면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 아직 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각 부처의 관련자들이 모여서 토론을 거의 공개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은 국민에게 모두 밝혀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인데 새 민방설립에 있어 재벌 배제 원칙을 세운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재벌이 안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재벌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재벌에게 전파마저 안겨준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지요.

 ●그럼 준재벌이나 중소기업이 주체가 됩니까?

 민방설립에는 돈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재력있는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재벌은 배제되고 중소기업은 참여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민방설립추진위가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관계되는 부처인 우리 공보처 · 체신부 · 재무부 · 총리실 등이 참여하고, 방송전무가도 위원회 구성원이 되겠지요.

 ●지금부터 허가조건을 연구해 가지고 내년에 민방이 방영될 수 있겠습니까?

 회견 때 기자들이 그걸 묻더군요. 그래서 연내에 허가권이 나갈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방송국이 설립되어 첫 전파가 언제 나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빨리 되면 1년 안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는 했는데, 이건 그저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지요.

 ●그래서 이런 관측이 있습니다. 첫 전파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내년에 민방이 뜬다는 얘기 때문에 주체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무엇이 정해져 있습니까?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계에 문제가 많습니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80년대 아픈 일들의 유산이라고 보지만 불신이 너무 심합니다. 너무 지독해요. 이건 빨리 극복해야 됩니다.

 ●정부의 각종 기금과 투자기관이 민방주체로 참여한다는 설도 있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뭐 체육진흥공단? 기자가 그런 걸 묻던데 그게 어디 민방입니까, 민방이 아니지요.

 ●제가 개편안을 보니까 방송국의 장은 편성 · 인사에 관해 누구로부터 규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요.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이 조항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노조의 간부추천제, 중간평가제 및 공정방송위원회의 활동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방송노조에서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고요.

 그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왜 그런 조항이 들어갔느냐 하면, 민방이 생기면 주주들이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사 중에서 대표이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주주들이 대표이사를 앉혀놓고 보도국장 누구 시키자, 정치부장 누구시켜라 하면 되겠어요? 그 조항의 기본적인 발상은 이것 때문입니다. 일단 사장을 임명하면 사장에게 인사권과 편성권을 맡기라는 것이 그 조항의 취지입니다. 또 그게 맞습니다. 여기서 노조문제가 나오는데, 노조문제도 이제 극복해야 됩니다. 노조가 편성이나 인사에 관해서, 다시 말하면 방송국의 경영에 관해서 콩 놓아라 팥 놓아라하는 나라는 아무 데도 없어요. 한번 보세요. 미국이나 일본이 그렇습니까? 단, 독일에는 있어요. 그러나 제도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 노조가 왜 그렇게 됐는가는 80년대 아픔의 반작용입니다. 그건 극복해야 돼요. 언제까지 그럴 겁니까?

 ●80년대 아픔 얘기를 하셨는데, 10년 전의 방송개편은 거의 완벽하게 정권적 이해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 일부에서는 방송통폐합 때 없어진 TBC나 DBS는 강탈당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 하는 얘기도 있어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방송위원회의 방송규제 강화는 방송통제 기능으로 작용할 게 아닙니까? 현재의 정치구도 속에서 방송위원회가 친여 성향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제가 우리 언론계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 두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친여로 구분하자면, 4당구조 때는 12명 중 9명을 친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정부 마음대로 되었습니까? 또 한때 정부가 민방을 재벌에게 허가해주어 뒤에서 조정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재벌이 경영하는 신문을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까? 방송사가 생기면 노조가 만들어지게 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미 방송장악 운운 단계를 뛰어넘어 있습니다.

 ●개편안에는 방송위원회가 최고 정책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하됐습니다. 공익자금 심의권도 공보처로 넘어가고요.

 격하되지는 않습니다. 공익자금문제는, 방송위원회가 공익자금을 쓰고 있는데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모순이지요.

 ●KBS에 상주하고 있는 경찰은 언제나 철수하게 됩니까? 경찰과 직원간의 충돌이 잦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데요.

 사전 영장이 떨어진 사람들은 법을 어겼으니까 떳떳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쪽에서는 경찰이 철수하면 한판 벌일 것 같으니까 철수를 안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언론인이니까 경찰 앞에 당당하게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6 · 29 3주년인데, 우리 언론은 6 · 29이후 많이 변모했습니다. 대변혁을 하고 있는데, 이 변혁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와 관련해서 세가지를 강조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자유는 선진국 언론자유 수준에 손색이 없습니다. 단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아직도 우리가 남북간의 대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문제, 특히 북의 대남 적화노선과 관계된 부분에서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한 부분 즉, 권력에 대한 비판은 아주 구김살 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사이비언론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자유와 80년대 문제의 반작용이 합쳐져 정부가 하는 일은 깔아뭉개야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지요. 이건 우리 언론의 성장을 위해 극복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 언론계에서는 6공식 언론장악음모라는 얘기를 왕왕 하는데, 물론 기분 나쁜 기사가 나가면 투덜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6공의 기본철학은 언론자유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언론에 손을 대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해서도 안되고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압니까. 나중에 청문회에 불려나가요.

 

 최장관은 자신이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언론을 대하고 있는데, 언론계에서는 자신을 5공 때의 문공장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섭섭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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