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일엔 ‘불도저’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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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정치공무원

TK 좌장 행세하며 땅투기 · 매관매직 일삼은 金相祚

 친구는 늘 그에게 두터운 방패로 이용됐지만 어느 순간 그를 정면으로 겨누고만 창이기도 했다. 盧泰愚대통령의 경북고 32회 동창생인 金相祚 전 경북지사는 ‘보호받는 신분’을 이용, 매관매직과 부동산투기 등 고위공직자의 처신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를 일삼다 특명 사정활동의 ‘제물 1호’가 됐다.

 이 사건을 보는 국민의 감정은 대통령 주위에, 대통령의 힘을 등에 업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망나니’가 아직도 있었구나 하는 불쾌감을 동반한 분노였다. 구속된 뒤 대구 · 경북지역에서 나온 그에 대한 인물평은 “오래 전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던 문제아”라는 것이다.

 ‘지탄의 대상’이 어떻게 지금까지 중요한 고위직만 골라 앉아 지역사회에서 실력자 행세를 할 수 있었으며 돈받고 관직을 파는 부조리 행각으로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었는가. 김씨가 수감된 지난 6월말 “수치스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이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노여움을 참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결국 여태까지는 그가 오히려 비호받았다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 특명사정반이 아니면 그같은 사람을 잡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일반사정기관은 뭣하러 있는 겁니까?”

 이 시민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불신’이다. “김씨와 같은 공직자가 더 많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지금도 크고 작은 비리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상징적 의미’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전지사의 출세가도와 비리사실, 그리고 부하직원의 구태의연한 태도 등을 살펴보면 그러한 불신이 야기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31년생으로 박정희씨의 고향이기도 한 경북 구미시(당신 善山군 龜尾면)에서 태어난 김상조씨는 경찰에 투신함으로서 출세길에 오른 사람이다. 경북고와 대구대학을 졸업한 뒤, 간부후보 11기로 경찰관의 옷을 입은 이래 69년 영덕경찰서장, 71년 경북도경 정보과장, 76년 제주도경국장, 79년 경북도경국장, 80년 치안본부 보안과장, 83년 치안본부 제3부장, 86년 해경대장 등 거침없는 승진의 길을 걸었다. 해경대장 근무 몇 개월만에 청와대로 발탁, 정무제2비서관과 행정비서관을 지낸뒤, 88년 5월20일 드디어 경북지사로 임명돼 금의환향했다. 그의 동기생이 대통령에 취임한 지 몇 달 뒤였다.

 도지사 김씨는 유난히 도내 순시를 많이 했는데, 지난해 연말에는 34개 시 · 군은 물론 읍 · 면까지 돌았으며 두달 뒤인 올 2월에도 다시 한번 도내를 ‘살폈다’. 순시 목적은 다가올 민선지사 출마를 위한 포석에 있었다. 1억3천만원의 도예산을 유용하여 ‘김상조 드림’이라고 쓰인 달력을 주민에게 돌렸으며 지역에 들릴 때마다 유지들과 기념촬영, 그 사진을 해당자에게 일일이 보내준 사실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평상적 사정활동으로 국민 신뢰 회복해야

 그러나 김씨를 모셨던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그가 ‘파렴치범’으로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는 지금에도 그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한 간부의 말인즉, “김지사님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도내의 모든 읍 · 면까지 샅샅이 둘러보는 등 부지런한 도정활동으로 안정과 화합에 공헌했던 어른이었다”는 것이며 “그래서 이번 일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조사 결과 드러난 김씨의 매관매직 행위는 우리 공무원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우려될 만큼 충격적인 내용이다. 면에서 군으로 전보되는 데 3백만원, 군에서 도청은 5백만원, 부시장 · 부군수 승진엔 2천만~3천만원의 금품이 거래됐다니 그 부패상은 놀라울 뿐이다. 김씨는 또 건설업자들로부터 수주청탁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서울 · 구미 · 제주 등지에 손자 명의까지 써가며 부동산투기도 일삼았다. 이러한 부정에 그의 부인도 한몫했다는 사실은 서글프기조차 하다.

 대구의 김모씨(42.사업 · 서구 죽전동)는 “그는 대구에도 행사 때마다 나타나 TK의 좌장 행세를 하는 등 공직자 본분을 완전히 일탈했고 정호용씨의 사퇴종용에도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기회에 김씨와 같이 정치세력을 등에 업은 정치공무원과 부패공무원은 깨끗이 청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한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냉소적인 시각”이라며 “몇명 인물에 대한 상징적 처리보다는 권력층에도 과감한 메스를 가하고, 사정활동은 지속적이되 ‘평상적’으로 벌여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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