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淇春 검찰총장] “뇌물 준 사람도 엄벌”
  • 김동선 부국장 ()
  • 승인 199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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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명사정반 활동으로 고위직 관리들이 ‘賣官’‘受賂’등의 혐의로 속속 구속되고 있어 특명사정반과 검찰 활동에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특명사정반은 그 설치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비판이 있고,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비리를 제대로 캐지 않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

 사정 회오리 속에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검찰 활동에 대해 金淇春검찰총장으로부터 검찰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김총장은 6공화국 들어 도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2년 임기제 검찰총장이다.

 

●청와대 특명사정반 활동이 사회의 비장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정반 설치에 대해 법적 근거 시비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비리척결은 검찰의 고유권한 아닙니까?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절차는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임을 명시하고 있고, 검사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의 소추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밖의 모든 행정기관의 자료는 수사를 개시하는 데 필요한 범죄자료로 활용되고, 특명사정반에서 수집되는 자료 또한 검사의 범죄수사에 관한 범죄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기관이나 자료를 수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권 행사로 기강을 잡고, 나아가서 이것이 징계 이상으로 형사처벌권을 행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그 기관에 처벌권이 없으니까 검찰에 자료를 이첩하지 않을 수 없고, 이첩된 자료는 검찰 스스로 수립된 자료와 마찬가지로 범죄수사의 자료가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정반에서 수집한 자료도 범죄수사의 자료에 불과하지 이것이 우리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나 공소권 행사에 저촉되는 것은 아닙니다.

●엊그제 신문에 보도되었지만 구속된 전 철도청장 사건에 대해 비리를 더 캐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수사에 대한 의혹인데, 이런 의혹이 검찰에 대한 불심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검찰은 신분 여하를 불문하고 어떤 국민이든지 범죄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개시하고 처벌권을 행사하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 형사소송 절차의 근간이 되는 증거주의 원칙에 입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위 증거재판주의를 말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검찰은 어떤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세론과 비난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그러나 비난 세론이 있다 해서 증거없이 과도하게 국민 사생활에 개입하면 그것 또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인에 대해서 범죄혐의가 있고, 또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수사도 주저해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6공 들어서 검찰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작년 공안정국 때 보였듯이 검찰권 남용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검찰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세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현재의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견해에는 결단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은 검찰권을 비롯한 경찰권 등 국가 공권력이 보다 단호하게 행사되어 범죄를 진압하고 사회의 평온을 확보해주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제6공화국 정부는 국민적 저항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른바 권위주의적 정부는 결코 아니며, 국민 스스로 투표로써 선택한 정통성있는 정부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화염병을 던져서 쟁취해야 할 ‘민주’도  없으며, 자기 일터를 불지르지 않고는 쟁취할 수 없는 ‘근로조건개선’도 없습니다. 이제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더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직 이 나라가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잃어 버리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따라서 민주정부 아래서의 모든 욕구와 불만은 실정법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입니다. 나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법치주의의 위기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폭력의 난무현상이지요.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정의이고, 불이익이 오면 탄압이라는 이중적 가치판단 태도는 곤란합니다. 살인 · 강도를 비판하는 것과 똑같은 강도로 화염병과 투석을 비판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범죄가 있으면 검찰권이 발동되는 것은 당연하며, 그래서 6공검찰이 범죄에 대해서 성역없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을 뿐이지, 결코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권 행사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비판 기준은 구속된 범죄자수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되며 원칙과 일관성과 형평에 얼마나 충실하냐의 여부로 판가름해야 되는 것이지요.

●6공 검찰에 대한 세평 중에는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또는 체제수호의 선봉장이다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히시는지….

 저희 검찰은 정부수립 이후에 6 · 25 비극을 거치고 40여년이 지나면서 가장 의연하고 일관성이 있고,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투쟁해온 기관으로 저희들은 자부합니다. 많은 정치적 격동기와 전환기를 거쳤지만 검찰만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기관이었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저희 선배들도 건국 초기에 좌우익 투쟁 속에서 자유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고, 지금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체제가 서독처럼 공고해지지 않으면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고 봅니다. 즉, 반공이데올로기를 통해서 반공을 넘는, 말하자면 로마를 통해서 로마를 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4천만이 우리의 체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번영하고 결속되지 않으면 7천만이 될 수 없다. 이런 생각에서 우리 검찰이 체제수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총장인 제가 선봉장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치안의 수요가 증가되어왔습니다. 경제가 낙후됐을 때는 남해안에 밀수가 성행했는데 이때는 대검찰청 검사를 밀수합동수사반장에 임명해 남해안에서 쾌속정을 타고 다니며 밀수선들을 퇴치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밀수를 잠재웠고, 또 최근에는 민생치안에 역점을 두어 조직폭력을 소탕하고 있고 부동산투기가 사회악으로 사회에서 지탄받자 우리가 여력을 투입했고, 노사분규가 극렬해지자 우리가 개입하여 점차 안정시키고 있지요. 그래서 검찰은 체제를 유지하는 선봉장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되는데, 이것은 국민의 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제수호 선봉장이라는 평은 정권안보 차원의 평 같은데요.

 제가 6공화국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소위 정부로부터의 간섭이라는 이름의 외부 영향력으로부터는 확실히 독자성을 확보했다고 자부합니다. 또 전국 검찰가족들이 저를 믿고 따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검찰은 국민적 이익을 위해서 선봉에 나서는 기관이지 특정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우리는 국민 전체를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6공 출범 이후 시국사범이 5공 때보다 더 많아졌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6공정부는 전통성있는 정부입니다. 이 점을 전제하고 말씀드리면 이 정부에서의 법 집행은 국민의 입장에서 단호하고 철저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정부가 되면 법도 더 냉정히 잘 지켜야 되는데 민주와 자율이라는 사회가 갑자기 오자 사회 전체가 다소 기장이 풀린, 질서가 이완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과도기적 현상이고 누구도 부인못할 것인데, 이런 이완된 질서를 방치하는 공권력은 자기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지요. 따라서 검찰이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바로 잡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과거와 똑같은 기준과 척도를 가지고 범죄현상에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나 범죄현상이 많아지다 보니까 우리가 대처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고, 국민들이 보기에는 검찰이 과하다는 시각이 있을는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가평, 작년에 정부를 배제하고 제각기 평양에 가자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검찰은 거기에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정치인 가톨릭신부 학생 모두에게 단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만일 그냥두었더라면 오늘날 정부 주도하에 남북대화가 가능했겠으며, 한 · 소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까지의 말씀으로는 검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계시는데, 외부에서는 검찰이 아직도 권위주의적이라고 보는 비판이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여타 조직원이나 전국 검찰가족에게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라는 의미의 권위는 더 가져야 된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나 국민에 군림하려는 이른바 권위주의는 과감히 불식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고 그런 노력을 위해서 우리는 상당히 분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사건관계자나 재야 변호사들로부터 상당히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이 보는 이상적인 검찰상에 도달했다고 자만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과거에 비해 현저히 향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 것이 숙명적으로 서로 싸우는 당사자 어느 일방에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즉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는 평가를 해야 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에 검찰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찬사를 받기는 어려운 애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타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권위주의는 계속 버리고 체질을 더 민주화해야 된다는 데에는 동감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외지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부패부터 배우라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대단히 수치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점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공직사회가 그 만큼 부패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데, 공직사회의 부패근절책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저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국리민복을 위해서 책임있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가 발생해 사법적 제재가 가해질 때는 안타깝고 국민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우리 공직사회에 명예를 중히 여기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직자 비리가 자주 발생한다고 생각되는데 상급자가 자기조직을 지휘함에 있어서 신상필벌하고 솔선수범하여 명예에 부끄럼이 없는 몸가짐을 가다듬는 자세를 견지하여 이것이 아래로 흐르면 공직사회 부패가 근절되겠지요. 명예를 중시하는 공직자는 비위에 물들지 않아요. 그러나 명예를 우습게 여기는 공직자는 부정에 물들기 쉽지요. 공직사회가 급료나 처우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명감 명예심 등이 더 한층 고양되는 풍토가 조성되면 공직사회도 깨끗해질 것입니다.

●요즘 공직자들이 수뢰혐의로 많이 구속되고 있는데 왜 돈받은 공직자만 구속되고 돈을 준 사람은 처벌되지 않는지…. 돈을 준 사람도 똑같이 처벌되어야 부패가 없어질 것 같은데요.

 원칙적으로 저는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수사의 관행상 수뢰자가 중하게 처벌받고 증뢰자는 경하게 처벌하는 것은 한국적 현실이라고 봅니다. 공직자를 엄히 처벌하는 것은 공직자에게 책임을 더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역시 증수뢰 사건도 형사사건인 만큼 증거확보가 무시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증뢰자이면서 수사협조자일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수사협조자는 주범죄자와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만, 이 관행도 점차 시정되어서 유혹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유혹당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앞으로는 유혹하는 사람도 엄히 다스려야 될 것입니다.

●듣기 거북하실 것 같은데, 검찰 내부에도 비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까?

 우리 검찰은 수사의 주체지요. 따라서 검찰은 수사의 객체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 총장 이하 검찰 전가족들의 일치된 인식입니다. 그래서 대검찰청에 감찰부를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 내부에 대해 1년 사시 감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처벌도 하고 징계도 하고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라고해서 잘못이 없을 수 없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하면 우리도 가차없이 엄히 다스림으로써 사정의 중추기관으로서 위치를 계속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 조직의 명예 때문에 한 건 한 건 발표는 안하지만 끊임없는 자정할동을 하고 있습니다.

●총당 임기제는 4당구조 때 야당이 강력히 추진했는데, 지난해 공안정국 때 오히려 야당이 곤욕을 치렀지요. 이건 아이러니로 보이는데….

 저는 취임사에서 검찰은 여야 어느 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었습니다. 검찰권 행사가 그걸 가려서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지요. 작년에 공교롭게도 사상적 혼란이랄까, 혼돈기여서 일부 정치인들이 검찰의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 검찰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 독직사건에서 보듯이 우리는 성역없이 여야불문, 빈부불문, 노사불문 등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검찰권을 공평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 당시에 혹시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탄압이 아니냐 하는 세론의 시달림을 받았지만 그 뒤 사법부의 판결로 모든 것이 공명정대하게 밝혀졌지 않습니까.

●최초의 임기제 총장이신데, 임기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검찰을 지휘함에 있어서 임기제가 긍정적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 문제는 검찰가족의 신념 문제이지 제도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직책에 연연하지 않는 총장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의 확고한 위치가 조직원에게 안심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요. 수사기관 ‘개입’과‘자제’의 균형을 유지해야 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국민에게 폐해를 끼칩니다. 지나치게 개입하면 국민에게 불안을 주고,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자제하면 무능한 기관이 되지요. 의사가 개인의 생명을 다룬다면 검사는 개인의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검찰조직은 안정을 유지해야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임기제는 긍정적이지요.

 

 김총장은 ‘형식은 실질의 반이다’라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다. 형식을 갖추지 않으면 내용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인데, 그는 후배 검사들이 자신의 신념을 본받는다면 검찰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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