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이 그려낸 새로운 우주
  • 홍가이 (케임브리지대학 처칠칼리지 펠로우) ()
  • 승인 199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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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학 종합 ‘블랙홀 학설’ 뒤집어…독창적인 ‘시간의 역사’ 제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1942년 1월 8일, 갈릴레오가 태어난 날로부터 꼭 3백년이 되는 날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튼이 차지하고 있던 캠브리지 대학의 루키시안 碩座교수직에 교수로선 젊은 나이인 38세 때 취임했다.

 길릴레오가 실험적 관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시작된 현대물리학은 지난 3백여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거듭, 인간은 이제 우주의 생성과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 길릴레오, 뉴튼, 클락 맥스웰, 아인수타인, 하이젠버그, 수레딩거, 폴 디락 등의 위대한 물리학자들이 3백여년의 현대물리학사상 획기적인 이론 발전의 전기를 이룬 높은 봉우리들이라면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체부자유자로서 그들이 버금가는 석학의 거봉이라 할 수 있다.

 호킹 박사의 물리학적 업적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 박사가 말하는 바와 같이 과거의 패러다임(이론적 체계)을 뒤엎고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전된 두 갈래의 이론체계, 즉 일반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할을 종합ㆍ발전시켜 우주의 전체적인 생성과 역학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있다.

 우주의 생성이라는 ‘창세기적’인 문제는 《구약성서》에나 나오는 것이지, 현대물리학에서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룰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20세기말의 지적 분위기는 ‘창세기’문제같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들어가는 것조차 형이상학적인 태도라고 금기시해, 많은 과학자들이 자질구레한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과 우주’라는 가장 근복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학문 분야라고 알려졌던 철학은 형식논리와 언어학으로 전락되다시피 했다.

 스티븐 호키으이 지적활동은 바로 이런 20세기말의 학문풍토를 거스르며 창세기적, 가장 신비스럽고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 그에 대한 대답을 가장 과학적으로 유도해내어, 철학이나 신학같은 분야에 새로운 지적 풍토를 조성하는 획기적인 전기까지 마련할 조짐이다.

 호킹박사가 우주관,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일반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 알고 있거나 가정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깨고 상당히 추상적인,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했을 때에만 표현이 가능한, 우리의 일상적 상식과 어긋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신비의 검은 구멍 ‘블랙홀’

 그의 업적을 대충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거대한 무거운 별은 마지막 진화과정에서 블랙홀(black hole)이 된다. 블랙홀이란 강한 중력을 지닌 작은 천체로서, 그 주위에 있는 모든 물체를 삼켜버린다.

 종래의 정설에 의하면 블랙홀은 물체를 삼키기만 하지 방출하지는 않는다고 되어 있다. 호킹은 이 정설을 뒤집어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가 있고. 그 형태로서 물질의 방출 역시 가능함을 증명했다. 호킹 박사는 EH한 우주의 탄생을 연구하였다. 호킹 박사는 모든 가능한 3차원 형태의 우주를 확률적인 입장에서 생각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의 우주가 될 수 있다고 한, 소위 ’초기조건‘이 없는 우주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블랙홀에 관해 좀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783년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의 펠로우(fellow)로 있던 존 미첼은 뉴튼의 이론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질량이 크기로 밀도가 있는(조밀한) 별들은 큰 만유인력을 갖고 있어, 주위의 모든 물체를 자석처럼 끌어당길뿐 아니라 빛(광선)까지도 흡수하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그 별은 끌어당기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되 보이지는 않는 ‘빨아들이기만 하는 검은 구멍’같이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현대물리학에서 부르는 검은 구멍, 즉 블랙홀이고 그런 별의 존재는 이미 증명되었다.

 물론 그 이후의 물리학은 좀더 일반적이고 발달된 만유인력의 이론을 내놓았다. 그것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또 다른 분야의 물리학도 발전되어 우리는 은하계의 무수한 별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나중에는 만유인력 때문에 다시 무너져 블랙홀이 되어버리는지를 18세기의 미첼 때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우주의 별들의 이런 블랙홀로 귀결은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도 결론지었다. 1965년 영국의 수학자 펜로즈는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서 “순전히 만유인력에 의하여 스스로 수축되는 별들은 부피와 면적이 궁극적을 영(0)으로 줄어들고 물질의 밀도와 시공의 만곡(space-time curvative)이 무한하게 된다”는, 수학적인 개념으로 ‘특이점’(singularity point)이 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새학설 이끌어낸 ‘뒤집어 생각하기’

 그때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막 대학원 과정을 시작한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이론을 갖고 이른바 ‘상상실험’을 했다. 즉 시간과 공간의 변수로 구성된 펜로즈이론에서 시간의 변수를 모두 마이너스 변수로 돌려놓아 보았다. 그러자 만유인력에 의해 수축하는 펜로즈이론은 정반대로 팽창의 이론이 되었다.


 “수축의 결과 특이점이 되어 부피와 면적은 영(0)이고 물질밀도와 시간의 만곡은 무한의 심연이 된다”는 펜로즈의 이론은 호킹의 팽창의 이론으로 탈바꿈하여서는 “바로 그 특이점에서 팽창이 시작된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것은 우주전체에 적용되어 “우주는 한 특이점에서 대폭발(빅뱅)로 팽창하여 수많은 별이 생겨났다”는 것이 된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 별이 만유인력에 의한 수축으로 특이점으로 되어간다면, 그것의 시작도 특이점에서의 대폭발인데 그것은 곧 전우주의 ‘대폭발’일 수밖에 없다. 단 전우주의 마지막 수축, 즉 하나의 특이점으로 전우주가 수축되는 것은 오로지 만유인력에 의한 것이다. 좀더 거대한 블랙홀은 덜 거대한 블랙홀을 끌어당겨 더 둔중한 블랙홀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우주의 물질이 하나의 블랙홀로 빠져버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이론은 우주의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

 대폭발로 우주의 팽창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현상은 기존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신비한 것이다. 심지어 우주의 탄생(빅뱅을 통한). 팽창. 그리고 국부적으로는 지구라는 별의 생명현상 원리까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런 빅뱅 모형을 수학적으로는 약간 다를 뿐이지만 철학적으로 크게 다른 개념의 우주와 시간과 공간의 모형으로 새롭게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새모델은 빅뱅으로 시작해서 빅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팽창과 수축을 계속하는 , 그래서 시작도 끝도 없는 닫힌 우주의 모델이다. 이 모델에 의하면 우주라는 하나의 시스템이 스스로 팽창과 수축을 계속 할 뿐이다.

 한 조그만 인간으로서 전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한꺼번에 꿰뚫어보려는 엄청난 지적 야심을 가진 호킹 박사의 창의력과 집념은 그가 불구의 몸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정말 논랄 만한 일이다. 그는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 근육의 움직임이 무력해지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온몸이 거의 마비가 됐다. 이 근육위축증이 언젠가 심장을 조절하는 근육에까지 미치게 되면 그는 죽게 된다. 그 악화의 속도를 줄이도록 투약을 계속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다만 손가락 몇 개만 간신히 움직일수있어 훨체어에 장치된 컴퓨터 키보드의 터치톤으로 음향을 내어 자신의의사를 어렵게 발표할수있을뿐이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조그모 위축되지 않고 갈릴레오가 시작한 현대물리학을 집대성해보려는 호킹 박사는 갈릴레오와 3백년 간격을 두고 같은날에 태어난 것을 생각할 때 어떤 운명적인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시사저널》독자에게 큰 애정 표시

 끝으로 이 커버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관여한 사람으로서 호킹 박사의 귀중한 원고를 얻기까지의 곡절을 덧붙인다.《시사저널》발행인으로부터 스티븐 호킹을 한번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몰랐기 때문에, 처칠칼리지으 lgkr장 허만 경(허만본디)에게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허만경은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이자 수학자로서 60년대에 호킹박사가 케임브리지의 키스칼리지의 조사 연구원이 되고자 추천서를 요청하였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소개자라고 생각됐다.

 호킹 박사는 현재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구의 정도가 훨씬 심했다. 그런 상태에서 인터뷰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학회에 1년에 한두번가서 논문을 발표하는 일 외에는 다른 ‘활동’은 거의 않는다. 되도록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그의 시한부 인생을 오로지 그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우주생성과 팽창수축의 모델이론에 쏟아넣으려 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고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것이 쑥스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그 대신 그가 쓴 작은 일반적인 글을 얻었수 있었다. 세기의 대과학자답게 그는 과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ㆍ태도에 관해 주의를 기울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조그만 글을 쓰는 일도 그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말도 못하니 힘들게 손가락을 움직여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만한 분량의 글을 쓰는데도 3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물리학을 하는 건 오히려 더 쉽다. 생각은 머리로 하고 간단한 방정식 몇 개만 컴퓨터로 치면 그의 연구학생이나 조교가 알아서 정리하면 될테니까.

 그러니 그가 이렇게 어렵게 쓴 ‘과학과 대중에 관한 비전문적이고 일반적인 글’《시사저널》독자에게 굉장한 애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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