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교류 막지 말아야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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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泳禧 한양대교수

“남북한?美평화조약 체결을”

●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한반도 군축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 배경을 어떻게 보십니까?

 남?북간의 군사력 경쟁에서 북한은 아무런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의 경제생활 향상을 위해 ‘낭비적 군사비’의 민간부문 전용도 시급합니다. 또 북한은 현재의 휴전협정체제를 평화조약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상황의 조성을 위해 군축을 진실로 원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지난 5월31일 발표한 군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77년, 78년의 제안과 금년 5월 제안을 비교해볼 때, 그 내용이 더욱 구체화됐고 군축단계 및 소요기간 설정에 있어서도 남한과 미국측이 수락 가능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의 군사력 약화 우려 및 미국의 군사적 불안을 고려하여 미국의 핵무기, 지상 통상군사력, 기지의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남?북 군축의 진행과정에 편입시켰다는 점입니다.

● 최근 정부의 적극적 자세 표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서 반가운 일입니다.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에 대한 남한의 군사적 우위가 분명해졌기 때문에 정부의 군축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일반의 인식이 군부, 정부 및 극우적 개인과 세력으로 하여금 더 이상 탈냉전적 시대정신을 거역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 정부 군축안은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군비통재, 군축의 단계로 이루어진 소위 ‘유럽식 군축모델’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같은 유럽식 모델이 유럽과 상황이 다른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가 하는 점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동?서유럽, 특히 동?서독 사이에 전쟁이 없었고, 헬싱키협정으로 사실상 20년 이상 꾸준히 평화?군축?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남?북한 관계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남한의 신뢰구축 방식은 서로 총을 겨눈 채 교역과 왕래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고, 북한은 총을 겨눈 채 교역만 해서는 신뢰가 구축될 수 없다는 이유로 군축을 전제조건으로 했던 것입니다. 이제 북한이 교역과 왕래도 하자고 나왔고 남한이 군축도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 측면을 겸행한다면 신뢰구축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 민간차원의 군축논의의 초점은 주로 어떤 것입니까?

 군축은 반드시 병력감축이나 탱크의 폐기등 순수 군사적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제의한 ‘8?15를 기한 판문점 쌍방지역 개방조치’ 따위의 정치적 결정이 바로 몇 십 단계의 순수 군사적 군축절차를 한번에 실행하는 효과를 지닙니다. 여러 가지 관련 문제를 고려해야 겠지만 민간대중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왕래하는 것 이상으로 실증적이고 즉물적으로 더 큰 군축효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제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성의와 능력이 의심받지 않을 까 염려됩니다.

● 민간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군축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일정한 기간에 걸쳐 남?북 쌍방에서 군사적 대결구조의 완화조치가 취해지고, 이와 병행하여 민간교류의 촉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당한 단계의 군축진행과 병행하여 미국이 핵무기 및 기지의 철수와 남?북한 및 미국간에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남?북간에 정치?경제?사회적 회의, 접촉, 교류, 합동사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빠른 시일내에 연방제 또는 통일까지의 과도적 국가형태를 수립해야 합니다. 앞으로 민간차원의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논의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1차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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