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에도 마침내...
  • 본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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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시위 국외탈출 등 ‘동유럽사태’ 재연

 ‘유럽 스탈린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일컬어져온 알바니아가 마침내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7월 2일부터 시작된 알바니아인들의 국외탈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수도 티라나에서는 요즘 간헐적으로 민주화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면, 집권 알바니아노동당은 고위 당직 및 정부 요직 개편을 단행하는가 하면 경제자유화 조치를 약속하고 나섰다. 뒤늦게 변혁의 돌풍을 맞고 있는 알바니아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스스로 ‘세계 최초의 無神국가’라고 일컫는 알바니아는 모든 종교를 헌법에 의해 금지하고 있다. 성경을 소지한 사람은 징역 10년, 십자가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징역 5년, 공공연하게 십자를 긋는 사람은 징역 2년이라는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알바니아의 지도자들은 “알바니아인의 종교는 알바니아주의” 라고 선언해왔다. 이 알바니아주의의 핵심은 ‘자력강생’이다. 거의 자폐경제와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80년대의 연간 수출입 규모는 7억~8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알바니아를 찾은 외국관광객의 수는 약 2만명에 지나지 않았고 금년에도 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기술도입 등을 위해서는 외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외화수입원이 될 수 있는 관광개발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이데올로기적 순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소련 및 중국과도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스탈린에 대한 흐루시초프의 비판이 있은 이래 소련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알바니아는 소련의 최근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련이 알바니아에 대해 ‘팽창주의적’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바니아가 이처럼 낡은 고립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국내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외부의 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도 티라나에서 아직도 마차가 수송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이 나라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달 국민 1인당 고기나 소시지가 1kg, 요구르트나 치즈가 1kg씩 선택적으로 배급되고 있을 정도로 식량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몰락한 후에는 고기가 1kg씩 더 배급 되었으나 이 조치도 한달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알바니아 노동당의 4백명 고관들은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다. 이들은 코카콜라에서부터 연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수입상품을 살 수 있고 아드리아해 연안의 별장에서 위성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면서 휴가를 즐긴다. 라미즈알리아 서기장의 딸들은 간혹 로마에서 목격되는 일이 있으며 그의 아들은 파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알바니아에서는 기업들에 약간의 자율성이 부여되었고 소비재 부문에서 시장메커니즘이 도입되는가 하면 농민들은 텃밭을 가꾸고 소수의 가축을 기를 뿐만 아니라 이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되었다. 알바니아는 대외적으로도 조심스럽게 개방을 모색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최근 분출되기 시작한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어떤 식으로 충족시키며 변혁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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