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생명은 필터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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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교환해야 안전

가정용 80%가 자연여과식  4단계로 정수하나 과신 금물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정수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17개 정수장 중 8개 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이 허용기준치인 0.1PPM의 2∼5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고 발표하여 물을 더욱 불신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문제의 정수장을 보사부가 재조사한 끝에 ‘안전한 식수’라고 판정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국민의 물에 대한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아 ‘조금이라도 걸러낼 수 있는’ 정수기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국내 정수기 제조업체는 1백10여개, 수입업체는 2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업체는 85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며, 필터만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나머지 부품은 자체 생산?조립하고 있다. 수입업체는 거의 미국에서 제품을 들여온다. 가격은 2만∼5백만원까지 천차만별.

 

끓인물도 밑바닥의 20%는 먹지 말아야

 정수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내에 정수기 전담부서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소비자단체 관련자들은 지적한다. 여러 소비자단체가 보사부나 공업진흥청 등에 정수기의 규격과 시험방법을 만들어 이를 통고한 제품에 대해서만 시판을 허용해주도록 건의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시안 마련되지 않고 있다.

77개 정수기 제조업체가 모여 지난해 12월 결성한 한국정수기공업협회의 李仁碩전무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화하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정수기의 과대효과를 남발하는 광고를 심의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정수기연합서비스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은 전체 사업자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또 이권이 개입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정수기업자들의 자체 진단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시험검사부 徐貞姬주임 연구원은 “가정에서는 물을 끓인 뒤 잠시 두었다가 침전된 밑바닥 5분의 1정도는 버리고 나머지 물을 먹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권한다. 또 정수기를 구입할 경우에는 각 기능을 충분히 알아보고 용도에 알맞은 것을 구입하라고 충고한다.

 자연여과식 : ‘등나무 가구식’이라 불리며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커다란 항아리나 플래스틱 용기에 받아논 수돗물을 정수기에 부어 물의 무게에 의해 여과시키는 방법이다. 세라믹필터?활성탄?이온교환수지?맥반석의 4가지 과정을 기본적으로 거치면서 불순물이 제거되도록 만들어졌으며 한두 가지 과정이 첨삭되기도 한다. 각 단계마다 제거되는 불순물이 틀린데, 세라믹필터에서는 물속의 흙이나 녹 등 고형물질을 걸러낸다. 활성탄은 수돗물에 남아 있는 염소나 합성세제, 썩은 유기화합물을 ‘흡착’하여 통과시킨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트리할로메탄은 활성탄으로만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활성탄은 흡착된 찌꺼기가 남아 세균을 번식시키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세균번식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은활성탄을 첨가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전과는 달리 함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게 정수업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수능력은 통과시간과 접촉면적에 비례하므로 활성탄과 은활성탄이 많이 함유된 것이 좋다. 맥반석은 이 물질을 흡수하고 칼슘 망간 규산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성분을 뿜어낸다고 하나 지나친 과신은 금물이다.

 취급시 부품을 청소하거나 교환할 시기에 유의해야 한다. 항아리는 한달에 한번 이상 청소해야 한다. 필터는 각 제품의 설명서에 쓰인 대로 시기를 맞춰 교환하는 것이 좋다. 물이 잘 안 떨어지면 불순물이 끼어 있다는 증거이므로 그때마다 필터를 씻어내야 한다. 필터의 사용기간은 1∼2년이며 가격은 2∼4만원. 활성탄은 보통 3∼6개월에 한번 교환하는데 가격은 1∼2만원선. 맥반석은 1개월에 한번 정도 소독해야 한다. 정수기 자체의 가격은 일일정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15만∼35만원선이다.

 직결식 : 수돗물의 불순물이 필터와 활성탄을 거치면서 제거되는 이 방식은 자연여과식을 간단히 하여 수도곡지에 연결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착이 간편하고 값이 싸다. 그러나 정수 과정이 간단해 단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정화시키므로 필터의 수명이 짧아 약2∼3개월에 한번씩 교체해야 한다.

 구입시에는 필터커버가 투명해 필터의 오염도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택해야 한다. 또 어댑터(정수기를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부품)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어댑터는 두 종류가 있다. 나사로 부착하게 만들어진 경우, 설치하기가 번거로우나 설거지물과 식수를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원수?정수 전환장치가 있다. 외제를 살 경우 아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필터 가격은 1만5천∼3만원선. 정수기 가격은 9만∼22만원선.

 이온교환수지식 : 센물을 단물로 바꾸는 장치로 첨단소재인 이온교환수지를 이용하여 중금속을 걸러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수기이다. 단국대 화학과 金德?교수는 “수돗물 자체는 그다지 걱정할 게 아니나 파이프에서 묻어나오는 녹이 문제다. 그러므로 이온교환수지식 정수기는 수도관이 오래된 지역에서 쓰면 좋다”고 권한다. 단 이온교환수지식은 트리할로메탄을 제거할 수 없다.

 이온교환수지식과 혼동하기 쉬운 ‘이온수기식’은 물을 음이온과 양이온으로 전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의료용이다. 최근 이온 수기식에 정수기능을 부착하여 일단 정수된물을 알칼리성과 산성으로 분리시켜 골라 마시도록 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보사부에서 지정하고 있는 음용수의 수질기준은 PH(수소이온농도) 5.8∼8.5. 알칼리이온수(양이온이 많은 물)는 만성설사?소화불량?위산과다에 효과가 있으며 산성수(음이온이 많은 물)는 미용을 위한 수렴수로서 세안에 사용하면 아스트리젠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격은 직결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역삼투압방식 : 원래는 염분제거용으로 개발한 산업용을 가정용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이 대부분으로 가격이 1백만원 이상 가는 고가품이다. 3,4단계를 거쳐 불순물을 제거한 뒤 삼투압원리를 역이용하여 깨끗한 물과 오염된 물을 가각 다른 출구로 배출시킨다. 정수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金元善씨는 “역삼투압을 적용할 때 인공심장 재료인 멘브레임을 사용하여 0.001 미크론까지 걸러내므로 거의 순수한 물성분만 배출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 오염물질뿐 아니라 몸에 좋은 미네랄까지도 제거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층아파트의 수압이 약한 저층에서는 ‘워터펌프’를 설치해야 하므로 비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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