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정책만으론 인력난 못 푼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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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확대·수요조정·직업안정망 확충 필요 …경제정책과 연계 종합대책 세워야

 노동부는 인력부족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다. 경제기획원 상공부 교육부 과학기술처 등 관련부처와 빈번하게 회의를 열어 지난해 ‘7·6 산업인력수급대책’, 올해 ‘3·14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에 살을 붙이는 여성인력 등 유휴인력 활용 및 직업안정기능 확충방안이 지난 8월 확정됐다.

 인력난 타개방안으로는 우선 노동력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확대책은 양을 늘리는 것으로 유휴노동력의 활용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2백40만9천명의 활용가능한 유휴인력이 있다. 주부 등 여정(1백32만명) 고령자(18만명) 장애자 등이다. 이들을 다시 세분하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가 47만명,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으나 일할 의사가 있는 ‘잠재노동력’이 1백69만명이다. 임시·일용직 등 1주일에 36시간 미만의 불완전 취업상태에 있어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도 24만명쯤 된다.

 노동부는 이들의 10% 정도만 제조업의 단순기능공으로 유인되어도 현재의 인력부족이 상당 정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그들의 취업을 막아온 장애물을 제거해주어야 실효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고령자 여성 등의 취업촉진을 위한 법령 정비, 탁아시설 지원, 직업교육 및 훈련체계 보강, 구인·구직자 간의 연결체계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노동연구원 魚秀鳳 연구위원은 기술수준을 높이고 근로의욕을 북돋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문 간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택하는 노동력의 양적 확대정책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야말로 생산성 향상과 취업기회 확대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동시장 효율화 꾀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는 데는 직업안정망 등 기간 조직의 강화가 선행요건이다. 구인자와 구직자가 제도속에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부 曺舜文 직업안정국장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부실하면 성장이 저해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서도 직업안정망의 낙후가 인력난 해결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서둘러 직업안정기구 및 요원을 보강해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기능을 강화, 노동시장의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확대 외에 인력난 해소방안의 다른 한 축은 인력수요의 감축이다. 이는 노동집약에서 자본집약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부산의 신발업체인 성보산업은 자동화로 인력절감을 꾀한 회사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신발창 성형공정을 자동화했다. 88년 6월부터 3억원을 투자해 프레스 금형 자동개폐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 결과 기계 1대당 필요인력이 3명에서 0.5명으로 줄었고 1대당 하루 생산량도 2백50족에서 3백60족이라는 생산성 향상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설 노동경제연구원 梁炳武 수석연구원은 “자동화는 인력절감을 가져와 기업이 인력난을 타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노동생산성의 획기적 향상·불량률 저하·작업공간 축소 등도 아울러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자동화가 여의치 않거나 투자능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대거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때 우려되는 국부유출과 자동화가 너무 빠를 때 야기도리 수 있는 대량실업을 감안해 정부가 이를 잘 저울질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아끼고 키워야 한다”
 인력부족을 타개하는 정책은 공급확대와 수요조정, 그리고 직업안정망 확충이라는 3각축을 확보하고 이 정책을 다른 거시경제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긴요하다. 금융·조세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 주택정책 등의 경제정책과 연계된 종합대책이어야 한다. 인력흐름을 제조업으로 유인하기 위한 서비스업의 규제 강화나 자동화 지원, 산학협동 강화, 근로의욕 고취 등도 포함된 종합대책이 되어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朴來榮 교수(홍익대·노동경제학)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투기구조가 인력난을 가중시켰기 때문에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말도 인력정책 차원만으로는 인력난을 풀지 못한다는 뜻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노동력 공급과잉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정책목표가 인력의 수급불균형 완화에 맞춰져야 하며 ‘사람값’이 높아진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국민경제제도연구원 金仲秀 부원장은 “앞으로 인력정책의 관건은 기업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인력난 해소에 나서느냐에 달려있다. 과도한 정부 의존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소겐매니지먼트사 사장인 아오야마 유키오씨가 쓴 《일손부족을 이겨내는 경영》이란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결론은 “사람을 아끼고 키워 기업의 발전과 사원의 행복을 연계시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만이 일손부족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성장가도를 달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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