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지면 튼튼해진다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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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목욕, 피로 회복 효과 탁월…목욕물 40~41도 유지해야



‘술독에 빠져 사는 여성이 늘고 있다’. 술을 마시는 여성 얘기가 아니다. 술, 특히 청주 목욕이 피로 회복에 효능이 크다고 소문 나자 건강비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이다.

‘술탕’으로 알려진 청주 목욕법은 도인술을 하는 일본의 하야시마 마사오(早島正雄)씨가 개발한 것으로, 큰 효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85년 목욕용 술을 처음 개발했으며 요즘에는 수십 개 회사가 목욕용 술을 시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순당이 오는 10월 전통 누룩을 사용한 ‘목욕 술’을 시판할 계획이다.

청주 목욕법은 간단하다. 욕조에 섭씨 40~41도 정도의 물을 3분의 2 가량 채우고 청주 1.8ℓ 한병을 부어 저은 다음 입욕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탕의 온도가 내려가면 체온을 빼앗기고 체력이 소모된다. 대개 5분 정도씩 2~3회 반복한다. 가만히 욕탕에 누워 있지 말고 목욕물을 얼굴에 끼얹고 아래 위로 부드럽게 문지르거나, 머리카락을 린스해 준다.

또 마사지를 병행하면 좋다. 마사지 방법은, 물 속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부위를 손으로 문지른다.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오랫동안 하는 것이 좋다. 피부마사지의 경우 문지르는 방법과 꼬집는 기분으로 쥐었다 놓는 동작을 함께 하면 효과가 커진다.

술 목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전통 누룩을 사용한 목욕 술에는 곡물의 껍질에 함유된 수용성 물질인 오리제브렌이 거친 피부를 보습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 미량의 알코올이 기름을 녹여 땀샘이나 모발에 낀 때를 말끔히 씻어낸다고 한다. 실제로 목욕할 때에는 눈에 띄지 않으나 목욕을 끝내고 몇 시간 뒤에는 탕물이 약간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이것이 바로 몸에서 땀을 통해 나온 노폐물이다. 피로 회복과 숙면 효과 면에서는 목욕 술 속의 자연 발효 포도당이 근육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며, 특히 잠자기 전에 하는 술 목욕은 더워진 몸을 오래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숙면을 통해 피로를 풀게 한다는 것이다.

“박철순 투수 호투도 청주 목욕 덕분”
청주에 포함된 아미노산.구연산.비타민은 미생물의 발효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연발생 물질이라 부작용이 없다.

일본 요코야마 국립대 보건관리센터의 우치노 교수는 온열 생리학적 측면에서 술 목욕의 효용을 연구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술 목욕을 하면 피부 혈관이 쉽게 확장되고 뇌의 온도가 다소 떨어지면서 한랭 자극을 받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술 목욕의 독특한 체온 조절 작용을 신경통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술 목욕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82년 말이다. 일본에서 전지 훈련을 하던 프로야구 구단 OB 베어스가 일본 야구선수들이 청주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을 보고 들여왔다. 베어스 구단 트레이너 진춘장 과장은 “체력 소모가 심한 투수나 부상에 시달리는 야수를 대상으로 10여 년째 청주 목욕을 실시하고 있는데, 선수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청주 목욕을 한 뒤의 개운함은 사우나의 2~3배 정도로 보면 된다”라고 주장한다.

진과장은 “39세로 팀내 최고령 투수인 박철순 선수가 최근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청주 목욕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덧붙인다. 박철순 선수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다가 청주 목욕으로 몸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에도 1주일에 2~3회씩 청주 목욕을 한다. 베어스 구단은 계열사인 백화로부터 청주를 지원받아 시즌 전반기에 2백 병을 썼다. 베어스 선수로부터 청주 목욕의 효능을 전해 들은 다른 구단 선수들도 청주 목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청주 목욕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있으나, 가족 단위로 사용하면 비싼 편도 아니다. 즉 식구들이 목욕을 미리 하고 나서 술 목욕을 교대로 하고 샤워로 몸을 닦아내면 1.8ℓ 청주 한 병으로 가족이 청주 목욕을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인은 먹거리를 하늘이 준 것으로 생각하는데, 먹는 술로 목욕을 하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은 있다. 그러나 술 목욕 애호가들은, 술을 마셔 돈 버리고 몸 버리는 것보다는 술 한잔 값으로 시도해볼 만한 건강법이라고 지적한다.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이사는 “비싼 영양크림으로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클린싱크림을 이용해 억지로 화장을 지우는 것보다 술 목욕으로 하는 자연 미용이 훨씬 몸에 좋다. 실제로 집에서 양조장을 하던 20년 전, 시골 양조장에서 술을 빚던 막일꾼의 손이 선비의 손보다 훨씬 매끈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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