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강의평가제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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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원응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경희대 교수협의회 회장

 ●교수강의평가제는 물로 교양과목의 강사를 학생들이 추천하는 등 경희대는 학생들의 학습권 주장에 있어 한발 앞서 가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경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과 대학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 대학에서 한발 먼저 실시했을 뿐이다. 경희대는 2년 전부터 총학생회가 일부 강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왔다.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인력, 그리고 예산을 들인 것으로 안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91학년도 1학기 교양 및 일부 전공과목에 대한 설문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결과가 교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학생회가 지난 1학기 15개 과목에 대해 14개 항목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분석한 자료집이 나왔다. 학생들은 이 결과가 교수평가에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학생들은 앞으로 전공과목에까지 평가를 확대할 계획인데 교수들에 대한 올바른 비판의 지평을 확대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다. 학교발전을 위한 순수한 의도는 평가할 만하다.

 ●교수강의평가제 반대론자들은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우리가 나선다”고 말한다. 정총리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유교적 가치관은 아직도 뿌리가 깊다. 그러나 스승의 권위나 스승에 대한 존경심도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군사부일체라고 해서 교수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덮어두라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학문의 질적 발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교수도 적절한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교수평가제는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상업적 계약관계로 전락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존경과 신뢰의 관계는 이상적 관계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추세는 모든 것이 세분되고 데이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교육학의 원론적 측면은 약화되고 있다. 강의에 대한 평가도 이같은 시대적 분위기의 반영일 것이다. 선진국의 대학에서는 학기가 끝나면 교수가 자신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 학교에 제출한다. 교수강의평가제가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생산과 소비의 관계로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극단적인 해석이다.

 ●교수강의평가제에 관한 교수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는 배경과 그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를 반신반의하는 교수들도 있다. 교수강의평가가 소수 운동권 세력의 주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전체 학생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수렴한 것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학생회는 교수강의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교수나 학교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해결 방안은 없는가?
 교수의 모든 강의는 어차피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며 현재에도 받고 있다. 교수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대학사회도 과도기에 처해 있다. 교수 학생 대학당국, 그리고 사회의 모든 분야가 성숙된 사회라면, 즉 대학이 학문탐구의 공간으로 정상화된다면 학생의 교수에 대한 어떤 평가도 당연할 것이다. 학생이 교수평가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수의 강의평가는 실시하되, 우선 교수가 주체가 되어 학생들에게 설문을 실시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싶다. 경희대 교수협의회에서는 이 제도가 대학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판단 아래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교수강의평가제가 교수로 하여금 교수의 연구기능보다는 강의기능에 치우치게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저작 실적은 탁월하지만 강의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한 교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그래서 연구 교수와 강의교수가 구분되어 있는데 우리 대학들도 이같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응순 “학생을 의식하지 않는 강의란 없다”

반. 임인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학회 교육평가연구회 회장

 ●학생들이 학습권을 주장하고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가?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율성·개별성이 강조되는 정치 사회적 풍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의 공백기에 학교 내부문제를 거론하는 학생운동의 한 형태로도 이해된다.

 ●등록금을 내는 학생의 입장에서 질 좋은 강의를 듣겠다는 것은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교육 수혜자의 입장에서 학습권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학생이 직접 교수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강의와 수업과정은 신뢰와 존경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은 스승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승에 대한 이같은 태도가 더 나은 학습결과를 가져온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교육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구로 이해해야 한다. 교수강의평가제는 서구식 발상이다.

 ●10년이 넘은 강의노트를 계속 쓰는 교수가 있다는 지적처럼 불성실한 강의가 계속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평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일부 교수가 강의를 등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가 해당 교수에게 반성의 계기를 주어 강의의 질적 개선을 유도할 것이란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학생의 교수평가가 교수의 수업개선에 변화를 주었다는 경험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강의내용의 질적 향상은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학생들이 평가의 주체가 된다면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인간적이고 교육적인 관계가 아닌 상업적인 계약관계로 변질된다. 그 강의내용도 ‘입에 쓴 것’은 배제되고 ‘입에 단 것’만으로 이루어진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강의의 질은 떨어지고 말 것이다.

 ●교수강의평가제는 서구식 발상이라고 했는데 서구에서는 언제, 왜 대두되었는가?
 미국에서는 스튜던트 파워가 강하던 50~60년대에 교수강의평가제가 대두되었다. 당시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연구와 저작물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인간적인 교육보다는 단순한 전문지식의 전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교수강의평가제는 학교행정가들이 교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학교행정가들은 학생들의 학교행정에 대한 비판과 참여를 교수사회로 우회시켜 학생들의 교수강의평가제를 부채질한 것이다.

 ●교수강의평가제 실시 이후 미국대학은 변화가 있었는가?
 미국의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강의내용이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역기능을 낳았다. 결국 교수강의평가제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지식을 팔고 사는 관계로 떨어뜨리고 만다. 강의와 수업은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적인 차원이다.

 ●현재 강의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현재 교수의 강의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는 없다. 그만큼 교수의 강의·강의실은 독립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교수재임용제와 교수강의평가제를 조화시키면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교수재임용제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나 국립대와 사립대 등 대학별로 시행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개정된 현행 교수재임용제는 상당히 타당하다. 조교수만 2~4년 후에 논문심사로 재임용을 하고 있으며 부교수는 조교수에서 승진할 때 논문심사 1회로 재임용을 하고 있다. 문제는 재임용제보다는 신임교수를 선정하는 방법에 있다. 현재는 학위와 논문심사만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강의능력에 대한 심사가 전혀 없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과 잘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교수 임용시에 강의능력을 심사한다면 교수강의평가제를 실시하자는 주장도 사라질 것이다.

 ●교수강의평가제를 반대하는데,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학생이 교수를 직접 평가하는 방법을 지양하고 학사운영위원회 같은 창구를 만들어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의견조정 기능을 갖게 해야 한다. 학생들의 주장에는 주관이 강할 수 있으며, 대학생들은 법적으로는 성년이지만 교육학의 범주에서는 미성숙한 피교육자이다.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자체 연수를 강조하고 싶다. 교수는 전문 연구직이지만 동시에 가르치는 존재이다. 그동안 우리 교수사회에서 강의법이나 학생들의 수업심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았다.
임인재 “강의가 인기에 영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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