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장 영향력 5위
  • 김태희 (조사분석실) (sisa@sisapress.com)
  • 승인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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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지나 85년의 경우 미국을 움직이는 10인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당시 직함·이하 같음)이 1위였고 그 다음으로 폴보거 연방준비은행장, 토머스 오닐 하원의장, 봅 돌 상원총무, 워렌 버거 연방최고법원 판사(대법원장),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 조지 슐츠 국무장관, 도널드 리건 백악관 비서실장, 리 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 자동차사 회장 그리고 데이빗 스톡만 예산국장 순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같은 해 5월 언론 경제 종교계 등 29개 분야에 종사하는 여론 주도층 인사 1천1백77명에게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물은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74년부터 12년간 지속적으로 이같은 조사를 실시,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는 단지 뉴스 제공이라는 독자 서비스 차원을 넘어 미국의 사회구조와 국민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하는 것을 평가받았다.

 이 조사에서 거명된 인물들을 직업별로 대별해보면 행정부 5명 입법부 2명 사법부 1명 경제계 1명 금융계 1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시사저널》이 3년째 실시한 여론조사 ‘한국을 움직이는 올해의 인물 10인’에 선정된 인사들은 행정부 2면 입법부 3명 경제계 3명 종교계와 교육계 각각 1명씩이었다.

 이를 미국과 비교해보자. 85년의 미국고 K91년의 한국을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최고 통지권자인 대통령은 양국 모두 1위에 지명되고 있어 대통령의 영향력에 관한 한 이론이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5위로 지목된 대법원장은 우리 경우에는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우리 사법부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우리의 한국은행 총재격인 연방준비은행장이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중앙은행의 독립적인 입장과 영향력을 대변해 주고 있다.

 둘째 입법부에서 우리는 여야 대표급들만이 포진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미국은 하원의장과 상원의 실무권한을 가진 원내총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셋째 행정부쪽에서 미국은 국방장관 국무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예산국장등 각료와 실무자급의 관료가 등장한 반면 우리는 체육청소년부 장관만이 거명되었다. 국무 위원 중에서도 하위 서열인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총리와 부총리 등을 제치고 10위권 내에 든 것은 장관으로서의 위치보다는 ‘정치실세’박철언이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제외하더라도 장관급이 4명이나 거론되었다는 것은 미국 행정부의 권한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미국 행정부는 자기 부처의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에 만족하기보다는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 동시에 부처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개별 이익집단이다. 또한 행정부처의 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정치적인 활동도 하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행정부는 단순한 행정위주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평이다. 장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에게 알리는 권한조차 사실상 제한되어 있고 행정부는 정책의 집행역할만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넷째 경제계 인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재벌 총수들이 거명된 것에 비해 미국은 전문경영인 1명뿐이다. 80년대 중반 파산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사에 뛰어들어 이 회사를 살려낸 리 아이아코카 회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다섯째 미국과는 달리 우리의 ‘베스트 10’에는 종교계·교육계 인사가 각각 1명씩 있다. 이는 정신적 지주를 필요로 하는 경향이 미국보다 크며 도서양의 문화차이에서 연유한다고 보겠다.

 영향력있는 인물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는 정치·경제·사회구조 및 국민의식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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