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민자 집안 거물 북새통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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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료·국영기업체장 등 출사표 폭주…공천갈등 심화될 듯

 민자당이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현역 의원 및 원외 지구당위원장, 3역 의원 및 원외 지구당위원장, 3당합당으로 인해 조직책에서 탈락된 3계파 인사들, 재기를 노리는 5공 인사들, 정치 입문을 꿈꾸는 초년생 등 가릴 것 없이 14대 공천을 위해 뒤얽혀 뛰고 있다.

 최근 유포되었던 ‘14대 공천 50% 물갈이설’은 이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金潤煥 사무총장이 “아직 공천작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탈락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도 언어도단”이 라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도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 단의 한 고위 당직자가 “14대 총선은 영남에서의 여권후보 난립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5공 및 6공 장외 실력자들의 대거 출마를 극히 우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 사무처에 따르면 공천을 원하는 5공 인사만 하더라도 25명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치권의 총선바람이 행정부에도 파급, 관가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 행정부에서 총선열기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이 출마할 뜻을 비치고 있거나 출마권유를 받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전직 의원 출신 국영기업체장들도 강한 집념을 가지고 총선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총선열기를 달구고 있다.

출마 희망지 대부분 여권 세력권 중복
 총선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의 출신지가 대부분 여권 세력권과 중복된다는 데 민자당의 고민이 있다. 이러한 양상은 민자당 공천이 극심한 혼미국면으로 빠질 수도 있음을 예고해준다. 행정부 고위관료들의 출마 움직임 역으로 민자당 공천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민자당 14대 공천의 향방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3계파 간의 역학관계상 현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을 공천이 이루어지고 일부 교체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계 내지 신민주계 인사들은 주로 계파지분 엄수 내지 金泳三 대표의 공천권한 확대를 강조한다. “대폭 물갈이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은 주로 민정계쪽에서 나오고 있다. 민정계는 “공천이야말로 당 총재의 고유 권한임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후보로 YS(김영삼 대표)와 어(金大中 민주당 공동대표)가 나올 경우, YS가 불리하지 않겠느냐”고 민주계를 건드렸던 朴哲彦 체육청소년장관은 이날 14대 공천과 관련, “결국 노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발휘할 것이다. 13대 총선에서 보았듯이 일부 중진의원들의 탈락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관 발언은 민정당 대표를 지냈던 權翊鉉씨까지 공천에서 탈락되는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13대 민정당 공천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은 이를 두고 ‘금요일의 대학살’이라고 명명했다.

 현재 14대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고위 관료들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출마 예상 지역구와 그 지역 현역 의원).

 먼저 장관급을 살펴보면 李相淵 내무장관(성주·칠곡 張永喆) 李龍萬 재무장관(철원·화천 金在淳) 李衍澤 총무처장관(고창 鄭均桓) 安弼濬 보사장관 (충주·중원 李鐘根) 崔秉烈 노동장관(산청·함양 盧仁煥) 진념 동자장관(부안 李熙天) 林寅澤 교통장관(무안 朴錫武) 宋彦鍾 체신장관 (고흥 朴上千) 玄敬大 평통사무총장(제주 高世鎭) 등 10명에 달한다. 徐東權 안기부장의 출마설도 나왔으나 대통령 임기말의 권력주수 방지 차원에서 이번 총선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관급에서는 姜賢旭 경제기획원차관(익산 金得洙) 韓甲洙 환경처차관(서울 동작갑 徐淸源) 金容鈞 체육청소년차관(합천 權海玉) 李相龍 건설차관(홍천 李應善) 崔枰旭 산림청장(남해·하동 朴熺太) 이대의 병무청장(예천 兪學聖) 崔相曄 법제처장(포항 李珍雨) 등 7명이다. 이중 한차관과 김차관은 출마가 거의 확정적이다. 특히 월계수회 김차관의 경우 全斗煥씨 장남 全宰國씨와 같은 선거구로 5공과 월계수회의 상징적인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현직 고위관료라는 점 대문에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어떤 방식으로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리라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에서 이번 총선에 나가려는 인물들이 많다”고 확인해주면서 “청와대에서도 이들을 풀어주기 위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개각과 더불어 청와대 비서실의 대폭 교체도 예상된다.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은 丁海昌 비서실장(대구) 金鍾仁 경제수석(서울 관악을 李海瓚) 孫柱煥 정무수석(마산) 林栽吉 총무수석(대덕·연기 李麟求) 崔永喆 정치담당특보(인천 또는 서울) 李良熙 정무비서관(대전) 廉弘喆 정무비서관(논산 金濟泰)등 8명이다. 이중 임수석 이비서관 염비서관 등은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들의 출마 여부가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과연 누가 노대통령과 함께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할 것인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정실장과 김수석의 경우 대통령 임기말을 같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막판 급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출마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영기업체 장들이다. 모두 23명의 장 중에서 과반수를 넘는 이들이 벌써 오래전부터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다. 이들은 鄭在哲 산업은행 이사장(속초·고성 崔正植) 金榮珍 토지개발공사 사장(원주·횡성 朴炅秀) 朴敬錫 국정교과서사장(포항) 李範俊 조폐공사 이사장(명주·양양 金文起) 羅午淵 중소기업은행 이사장(양산 金東周) 朴翊柱 도로공사 이사장(남해·하동 朴熺太) 崔明憲 무역진흥공사 이사장(서울 구로) 尹恒烈 국민은행 이사장(광명 金炳龍) 閔泰求 수자원공사 이사장(진천·음성 허탁) 梁正圭 관광공사 이사장(북제주 李基彬) 등 10명이다. 崔同燮 토지개발공사 이사장(남원 趙贊衡) 柳根桓 가스공사 이사장(서산 朴泰權) 趙英吉 관광공사 사장(청송·영덕 黃昞禹)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민자당이 공천과정에서 겪어야만 되는 난관은 수도 없이 많다. 우선 총선 이전 후계구도 확정을 주장하는 민주계의 요구가 최대 걸림돌로 첫 골목에 버티고 서 있다. 민자당은 이 문제 하나만을 해결하는 데도 치명적 전력 상실을 감내해야 한다. 3계파 간의 지분을 적절히 나눠야 한다는 어려움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공화계도 최근들어 결코 자파 몫을 뺏길 수 없다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여권세력의 분열을 막기위해 5공세력 및 6공의 장외 실력자들에 대한 안배도 필수적이다. 그야말로 고비고비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과반수 획득 어렵다”
 그러나 이 모두를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해답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어떤 결과도 이에 대한 반발 세력을 잉태하고 있다. 현재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는 대부분 인사들이 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구 서구갑 보궐선거 경우처럼 6공 정부가 최대의 ‘정치력을 발휘, 막후조정에 나서 출마 포기를 종용한다 해도 불만의 불씨 자체를 끌 수는 없다. 여권세력의 분열은 거의 필연적이다. 야권이 분열되고 여권이 안정돼 있었던 13대 총선상황과는 정반대다. 민자당으로서도 이런 양상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잇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과반수 획득이 어렵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처럼 불안한 체제로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는 자탄도 나온다.

 공천과 후계구도 문제는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두 사안은 서로 떼어서 논의할 수 없고 결국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민자당 핵심부는 곧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최종 담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철언 장관은 “막판 배팅에서 김대표가 내각제를 받지 않을 경우 자유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정·민주계간의 개헌 및 권력분점 협상이 결렬로 끝난다면 그것은 곧 13대 민정당 공천을 연상시키는 ‘대학살’의 서곡일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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