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각
  • 편집국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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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얼마나 들까


엄청난 통일비용이 통일에 대한 기대를 가로막고 있다. 통일 비용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식 (산업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남북한 ‘공동지출’  바람직


 통일비용이라고 할 때는 먼저 통일이란 무엇이며, 비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을 달성해야 할 목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주어지는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통일비용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소요되는 것이다. 반대로 통일이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라면, 예컨대 남북한의 국민총생산(GNP)균등화 등 통일이라는 현상에 수반하는 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통일이라는 개념은 설정하는 목적(통일한국의 모습)이나 방법, 시기 등에 따라 상당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통일비용을 하나의 함수개념으로 표현한다면 비용이란 하나의 기간 개념이며, 목적함수(통일의 모습)와 그 달성 방법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비용을 생각할 때는 이득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 경우 통일 그 자체보다 통일에 따르는 이득과 비용의 차이(통일의 순이득)를 극대화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경우 통일의 달성 방법과 추진 기간의 설정에 따라 이득과 비용의 크기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통일비용은 합의된 개념이 아니어서 개인이나 기관에 따라 서로 틀리게 나타난다. 대체로 현대까지는 동서독 통일의 경험에 비추어 남북한 통일도 경제력 차원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합하는 것을 가정하고 이에 소요되는 통일비용을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각 기관이 발표한 통일비용의 추계치는 자료의 제약성과 방법상의 지나친 단순화 등으로 인해 각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과 한계자본계수 등을 이용한 통계적·거시적 추계방법에 국한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하고 있는 통일비용의 추계치는 대체로 다음 세가지를 전제로 하여 산출한 것이다. 첫째, 남북한 경제통합은 남한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북한 경제는 사실상 남한의 경제 체제로 흡수된다. 둘째, 가까이는 내년 멀리는 2천년대초 또는 그 사이의 시기에 이와 같은 통일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한다. 셋째, 통일비용이란 북한의 1인당국민소득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과 같게 하거나 그에 가깝게 만드는 데 소요되는 투자액을 뜻하며 그 조달은 남한측에 의해 거의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

 위와 같은 전제로 이루어진 이른바 ‘통일비용’은 정치적 통일 이전의 경제교류나 경제협력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치적 통일을 전후한 경제외적인 비용이나 무형적 비용은 일절 논외로 하고 있다. 또한 통일한국의 모습이나 통일이 달성될 때까지의 과정 또는 달성 방법도 단순화시켜 마치 남북통일도 속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동서독 통일과 거의 흡사하게 이루어진다고 전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통일비용 산출에서의 목적함수인 ‘통일’은 두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의 균등화’이며 그에 따르는 비용 부담은 남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통일비용 추산은 향후의 남북통일을 대비해야하는 우리의 입장으로 보아 그 나름대로 하나의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추산의 전제가 갖는 제약에 유의하여야 한다. 예컨대 1인당 국민소득이 두 지역에서 같게 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통일에의 필수적 요건인가가 문제시된다. 그것은 하나의 바람직한 목표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자체가 통일과는 무관한 것이다. 비록 통일이 이루어진 나라에서도 각 지역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동서독과 남북한은 서로 다소 유사한 점도 있으나 통일을 추진할 주체인 서독과 남한은 경제적 수준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특히 남북한은 동서독과는 달리 통일의 기반인 인적교류 및 경제교류협력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통일을 논하려면 통신·통행·통상을 먼저 실천하여 정치·사회적 이념 극복을 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한의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하는 데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럴 때 한쪽에 의한 일방적인 통일비용 부담을 줄이고 남북한이 통일의 주체로서 공동 비용을 지출함으로써 막대한 통일비용을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단계로서는 정치적 통일 이후의 비용보다는 정치적 통일이 달성될 때까지의 준비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며, 형식적 통일보다는 실질적 교류와 상호 협력을 증진시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의 균등화와 같은 계량적·지표적 접근보다는 체제와 제도의 조화나 통합을 단계적으로나마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에 소요되는 경비를 감안하고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요청되는 일이다.

 

배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적 비용 등 구체적 산출 필요

 경제통합이란 서로 틀린 경제체제가 합치는 것을 말하며, 그 과정은 세 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경제통합 전 양국 간의 경제협력, 조약 체결에 의한 실질적인 경제통합, 경제통합후의 경제적 조정 과정이 그것이다. 경제통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두나라의 경제적 충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합 후의 경제체제 형태와 통합의 속도와 시기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비용은 통일비용 추정의 목적과 방법에 따라서 매우 자의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용어 그 자체만으로 볼 때 통일비용이란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또는 통일 때문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컬으며 일반적으로 후자의 비용을 통일비용이라 한다. 비용은 어떠한 형태이든지 그 목적과 보상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통일비용이 비용 자체만을 의미하는가, 또는 보상까지 감안한 통일비용을 의미하는가라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논란이 크게 제기될 수 있다.

 보상까지 염두에 두었을 때 통일비용은 통일로 인해 양국민에게 가져다 준 통합 전과 다른 물적·정신적 후생 변화의 총체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물적인 복리 변화에 한정한다. 비용 자체만을 고려할 때 통일비용은 통일 때문에 순수히 추가로 지출하는 경제적 비용을 의미하며, 통일비용이라 할 때는 보통 이것을 의미한다.

 통일비용은 통합 과정에 있는 두 나라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나 일반적으로 체제 전환을 시도해야만 하는 국가(동독 또는 북한)를 지원하는 국가(서독 또는 남한)에서 통일로 인해 추가적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일컫고 있다.

 또한 통일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정부와 주민 또는 기업인으로 구분하여 고찰할 수 있으며 종종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통일비용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통일비용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고 이의 추정에서도 추정 목적에 따라 서로 틀린 가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추정 결과는 추정자에 따라서 매우 커다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통일비용은 일반적으로 항목이나 계량모델에 의해서 추정된다. 계량모델에 의한 경우는 주로 투자 소요액이 추정된다. 항목별로 추정할 경우는 각 항목별 추정치를 합산해서 통일비용을 산출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비용과 기타 통일로 인하여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한다. 항목별 추정이든지 계량적 추정이든지 통일비용 추계에 있어서 결합 후 경제수준일치의 기준과 목표 ,그리고 일치 기간에 따른 통일비용 추계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최근 필자는 경제통합 후 남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같아지기 위해서 남한측이 순수히 부담해야 할 투자 지원액이 어느정도 소요되는지 계량모델을 통하여 추정하였다. 추정 결과는 몇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경우 경제통합을 일찍 체결할수록 투자지원액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나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를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경우 경제통합이 늦을수록 오히려 투자 지원액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클수록 북한의 낡은 경제 구조를 가능한 한 신속히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 격차가 적을수록 이러한 경제 정책 방향은 잘못일 수 있다. 북한의 경제 구조를 점진적으로 시장경제에 상응해 나가도록 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셋째, 북한 경제회복에 대한 정책 목표를 남한 수준의 80%로 책정하였을 경우 투자 지원액은 약 30%로 절감되며 60%로 하였을 때는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경제통합은 한 국가 안에서만 일어나는 체제 전환과는 달리 두 국가의 합의 아래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통합에는 통일 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논리보다 정치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게다가 통일비용에는 제도·사회·역사적 요소와 같은 수치화할 수 없는 여러 측면이 무시되기 때문에 통일비용 개념이 신중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통일비용은 이의 정의와 추정에 필요한 가정에 따라 그 추계치가 서로 틀리게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이나 심리적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통일비용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개념, 예를 들어 투자지원액, 사회적 비용, 정부의 재정적 부담과 같은 보다 명료한 용어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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