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와 제2의 전기혁명
  • 김정력 (서울대교수·물리학) ()
  • 승인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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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스위스의 과학자 베드노즈와 뮐러가 희토류 금속이 포함된 구리산화물 세라믹의 저항이 절대온도 25도(절대온도 0도는 섭씨 영하 2백73도)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이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보고했으나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당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고온초전도??라는 환상을 추구하는 넋빠진 사람들의 또 다른 보고에 불과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선입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후 일본의 다나카, 미국의 츄 등이 구리산화물 세라믹이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본격적인 고온초전도체 개발이 이루어져 지금은 추전도현상이 보이는 최고임계온도가 값싼 액체질소의 비등점(77K = 영하 1백96도)보다 훨씬 높은 1백 25K까지 상승하여 초전도체의 경제적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

 초전도 현상은 주로 금속을 극저온으로 냉각 시킬 때, 전기적 저항이 없는 완전도체 성질과 외부에서 자장을 가하더라도 도체 표면에 외부자기장을 차폐시키는 전류가 생겨 내부에는 자기장이 없는 완전 반자성 성질(이를 흔히 마이너스 효과라고 부른다)등 두가지 기본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초전도체를 자석 위에 놓으면 뜨게 되는 이유도 바로 마이너스 효과 때문이다.

 초전도 현상은 미국의 바딘, 쿠퍼, 슈리퍼의 이론(BCS이론) 으로 설명되고 있다. 도체 내의 전류는 음전하를 띤 전자의 흐름에 의하여 전달되며 이 과정에서 전자는 주로 열에너지 때문에 진동하는 원자(원자진동을 흔히 포논이라고 부른다)들과의 충돌로 인하여 전기적 저항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물질마다 다른 특정한 임계온도 이하에서는 움직이는 한 전자가 자발적으로 원자진동을 일으켜 전자 주위에 양으로 대전된 원자가 모여 마치 양전하를 띤 것처럼 보임으로써 다른 전자가 그쪽으로 끌리게 돼 결과적으로 두 전자가 하나의 전자쌍(쿠퍼 전자쌍)을 이루게 된다.

 즉 같은 전파를 띤 전자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배척력이 작용하지만 특정한 임계온도 이하에서 두 전자가 원자진동을 매체로 상호작용을 하면 인력이 작용해 하나의 쌍을 이룰 때 전기적 저항이 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나타낸다는 것이 BCS이론이다. 이는 마치 혼자 길을 걸을 때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쉽게 넘어지지만 두사람이 어깨동무를 하면 비록 한사람이 돌부리에 걸리더라도 다른 사람이 받쳐주어 넘어지지 않고(저항 없이) 길을 갈 수 있는 것과 흡사하다.

부상열차 실용화 등 응용 가능성 무한대
 BCS이론에서 예상되는 최고 임계온도는 약 40K에 불과하나 최근 개발된 고온초전도체는 임계온도가 100K를 상회한다. 그리고 통상 부도체로 알려진 세라믹물직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용적 측면에서 액체질소의 끓는 온도보다 놓은 임계온도를 가진 초전도체의 출현은 초전도체의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학문적 측면에서는 고온초전도체의 경우 무엇이 전자간의 ‘어깨동무?? 역할을 하는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가능한 초전도체의 응용은 강한 자장용 초전도자석, 무손실 송배전,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부상열차 등 대규모 응용과 조셉슨소자를 이용한 고속소자, 정밀한 자장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SQUID 등 정밀 센서, 반도체의 배선 등 소규모 응용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고온 초전도체는 실용화에 앞서 기계적 가공성, 임계전류 밀도의 증가, 박막의 균일성 등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초전도체는 반도체에 이어 인류사회에 제2의 전기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초전도체의 특성은 초전도체의 기본구조(저온 금속 초전도체는 원자, 고온 초전도체는 구리산화물)의 크기가 크면 임계온도가 높다는 점과, 상온에서 저항이 큰 물질일수록 초전도 상태가 되는 임계온도가 높다는 점이다. 상온에서 전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클수록 저온에서는 도리어 건설적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질서(초전도 상태)를 쉽게 이룬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우리 사회에 노출되는 많은 욕구불만 요인이 있을지라도 개체 사이에 약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면 욕구불만이 도리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질서가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 개체 사이의 ‘어깨동무?? 역할을 하는 상호작용은 인간사회의 도덕률이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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