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토환경칼럼
  • 장 미셀 쿠스토 (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2006.04.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희망의 뜰’에 포탄 퍼붓는가



 중부유럽에 포탄이 쏟아지고 아이들이 죽어간다. 해묵은 경쟁이 탈냉전 세대의 희망을 짓부순다.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우리가 가졌던 희망은 어디로 갔는가.

 동·서 진영의 대립과 갈등을 벗어버리고 다시 태어난 유엔은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제기된 새 과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9월 개막된 유엔 총회에서 사무총장은 평화를 위해 새로운 의제를 제출했다. 그는 유럽에서 유혈 내전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

 그러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구환경 보호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리우 정상회담에서는 ‘지속발전위원회’라는 유엔 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리우회담에서 여러 나라 정상이 지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지키기 위해 약속한 의무사항을 잘 실천하는지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는 어떤 국제기구보다 선을 향한 의지로 응답되어야 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이 위원회가 해야 할 임무 중 하나는 환경보호 정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평화분담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세계는 평화보다 전쟁을 준비해왔다

 80년대에 미국 의회는 방위비로 2조7천억달러를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는 행정부가 요구한 금액의 95%에 이르는 것이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 미국 의회는 방위비의 25%를 삭감했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실업 사태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미국기술평가소 보고서에는 실업의 심각성이 잘 나타나 있다. 95년까지 방위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1백4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해마다 35만명, 매일 1천명이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방위 부문의 잠재력을 민간 부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초작업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세계는 지금까지 평화보다 전쟁을 준비해왔다.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한 국방 분야 전문가는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의 ‘전환 정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는 그것이 아예 없다는 점뿐이다. 미 정부가 방위 분야에 쓰던 자원을 다른 분야로 돌리기 위해 세우는 계획은 보잘것없는 몇몇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재미있는 것은 제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 국민총생산(GNP)에서 방위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44년 국민총생산 중 방위비 비율은 41%였으나 3년 뒤에는 6%로 떨어졌다. 미국이 이처럼 군수 부문을 민간 부문으로 쉽게 전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군수업체 대부분이 전시에 일시적으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군수산업은 민간 부문과 연결된 항구적인 산업구조 속에 속해 있다. 대통령조차 일자리 수백개가 없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군수품 계약을 취소하기보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낼 포탄을 더 많이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인간은 힘·기술·재능을 환경을 지키는 데 써야 한다. 포탄이나 미사일, 레이저로 유도되는 현대식 병기들이 아니라 인간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써야한다. 최근 방사능 낙진을 최소화하는 작은 핵폭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형 핵무기는 지역분쟁에 대비해 배치될 것이다. 이것은 살상효과가 크나 방어하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이러한 소형 폭탄이 손쉽게 사용된다면 전쟁의 혼란 속에 있는 중부유럽에서 우리가 보게 될 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잔악한 일에 잠재력을 낭비하지 말고 인간의 힘을 건강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돌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환경 상품과 서비스 시장이 2000년까지 매해 5.5%씩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새 희망이 싹트는 정원에 계속 포탄을 쏟아붓는다면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인간 자신과 잠재력,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