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토세 과표1백% 현실화하라"
  • 이진순 (숭실대교수. 경제학)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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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초 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를 둘러싸고 경제기획원과 내무부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경제기획원은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지방세 토지분 과표현실화 방안으로 내무부 시가 표준액을 공시지가로 대체하거나, 공시지가 기준 과표현실화율을 현재의 15.6%에서 60%수준으로 일시에 인상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인 내무부는 일시에 과표를 현실화할 경우 조세저항이 우려되므로 점진적으로 과표인상을 하자고 주장했다.  당초의 과표현실화 계획대로라면 90년 과표는 전년에 비해 61%를 인상해야 했지만, 결구 내무부 주장대로 23%인상하는 데 그쳤다.  나아가 내무부는 최근 국감자료에서 과표현실화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밝혀 경제기획원과 계속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토지세는 종전의 ‘토지분 재산세'와 '토지과다보유세'를 종합하여 개인별 토지과다보유세??를 종합하여 개인별 토지보유액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조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토지보유에 대하여 낮은 세금을 부과하여왔다.  우선 법이 정한 명목세율 자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무척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내무부는 그동안 보유세의 산정기준이 되는 토지평가액을 시가의 10%에도 미달하는 수준으로 억제함으로써 토지보유세를 허구화시켜버렸다.  그리하여 토지분 재산세의 시가기준 실효세율은 0.02%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지난해부터 실시되기 시작한 종합토지세는 과표인상과 누진효과를 반영하여 약 2배로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기준 실효세율은 아직도 0.0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시가기준 실효세율이 1% 남짓 되는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며, 세계 토지경제학자들의 웃음거리가 되어온 일본의 4분의 1수준이다.

합산과세는 재벌에 대한 특혜
 내무부는 과표현실화에 반대하면서 조세저항을 그 구실로 삼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종합토지세 납세액을 보면 전체 납세자의 84.6%가 1년에 3만원 미만이고 92.3%는 5만원 미만이다.  10만원 이상 종합토지세 납세자는 상위 4.3%뿐이다.  사실상 과표인상으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 사람은 상위 1%미만인 재벌들과 땅투기꾼들뿐이고, 대부분의 국민은 조세저항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정밀 조세저항을 우려한다면 최저세율 계급을 현행 2천만원 이하에서 상속세의 주택공제액과 맞추어 3어권 이하로 조정하고 세율 계급도 50억원 이상의 최상위 계층에서 세분화함으로써 급격한 누진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내무부가 과표현실화 후퇴를 주장하는 또다른 논거른 얼토당토 않은 조세전가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종합토지세를 강화하면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상품가격을 상승시켜 결국 그 부담이 서민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속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조세전가에 관한 이론이나 실증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토지를 보유하는 데 대해 부과되는 조세는 토지 소유자에게 귀착되는 것이지 임대료 인상을 통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없다.  종합토지세가 상품가격에 전가된다는 주장 역시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  땅값이 치솟아 높은 한계 세율에 직면하고 있는 도심의 백화점이 종합토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상품가치를 인상하면 구매자들은 땅값이 낮은 변두리 지역의 상점으로 이동할 것이다.  누진 세율체계를 가지고 있는 종합토지세는 기업이 신규 입지를 땅값이 상재적으로 싼 지방권을 선택하도록 작용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종합토지세 강화는 땅투기를 억제하고 토지의 유효이용을 촉진하여 제품가격을 파열시켜 땅값을 정상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임대료 집값 및 상품가격을 하락시키리라는 게 정통적인 경제이론이다.  현행 종합토지세가 호텔 백화점 등 영업용 건축물 부속토지를 종합합산하지 않고 별도합산하여 훨씬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일부 재벌에 대한 특혜이지 정당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별도합산과세??제도는 폐지하여 영업용 건축물 부속토지도 종합합산 과세하여야 한다.

  양도소득세 및 상속증여세와의 일관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도 종합토지세의 과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1백%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세산정 기준을 시행령이 아닌 법에 명시하여야 한다.  내무부장관 혹은 지방세제 국장이 땅부자들의 압력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취득세와 등록세를 폐지하여 부동산의 원활한 유통을 촉진하고 건물분 재산세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국민 대부분의 세부담을 경감시켜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종합토지세라는 세목 하나로 매년 12조원 가량의 세수를 확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넉넉하게 하여 사회간접자본 정비와 교육시설 개선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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