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중산층 그리고 여성
  •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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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씨 장편 <그 많던 싱아는???>과 산문집 펴내



 작가 朴婉緖씨(62)가 전작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23년 동안의 창작 생활을 정리한 산문집 <박완서 문학앨범>을 웅진출판사에서 펴냈다.앞의 책은 작가가 그동안 여러 글에 띄엄띄엄 삽입했던 성장기를 한데 묶은 어린날의 자화상이고, 뒤의 책은 작가의 삶과 문학을 작가와 평론가, 가족이 조감한 예술가의 초상이다.

 이 두책의 출간은 박완서 문화의 ‘중간평가’라는 문학적 의의말고도, 출판기념회의 진정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서도 문단과 출판계의 눈길을 모았다. 그의 출판기념회는 지난 10월 8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열렸는데, 여느 자리와 달리 사회자를 비롯한 발제자와 토론자 7명이 ‘박완서의 작품 세계와 90년대 한국문학’이란 주제를 놓고 심포지엄을 가졌다. 저자의 책 한권 받아들고 술잔이나 기울이는 ‘비생산적인 자축연’을 벗어나 문자 그대로의 출판기념회를 선보인 것이다.

 <그 많던???>은 그가 묶어낸 소설과 조금씩 겹쳐지듯이, 이번에 함께 나온 <문학앨범>과도 많은 공통분모를 갖는다. <그 많던???>은 작가가 태어난 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과 서울에서의 20대까지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1931년부터 1950년대 사이이다. 이 시기는 <문학앨범>의 ‘나에게 소설은 무엇인가’와 6?25 체험과 연결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문학정신을 공개한다.

 “남들은 잘도 잊고 용서하고 언제 그랬더냐 싶게 상처도 감쪽같이 아물리고 잘만 사는 데, 유독 억울하게 당한 것 어리석게 속은 걸 잊지 못하고 어떡하든 진상을 규명하려는 집요하고 고약한 나의 성미가 훗날 글을 쓰게 했고???” 그 억울함과 어리석음은 전쟁속에서 겪은 가족의 죽음이다. 극악한 두 이데올로기가, “이데올로기 나고 사람난 세상”이 섬약한 지식인 청년(오빠)을 죽인것이다.

 <그 많던???>은 그의 연보에 전반에 살을 붙인 빼어난 이야기집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소설은 허구이다’라는 등식에 익숙한 독자를 당혹케 한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은 자서전인 것이다. “고약이 엉겨 붙은 것처럼 새카만 더께”로 소맷부리에 앉았던 코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자서전은 출발한다. 강한 생활력을 가진 어머니와 조부모, 섬세한 기질의 오빠, 그리고 어머니 못지 않게 자존심이 센 작가 자신 등이 엮어가는 가족사를 중심으로,이 소설은 30년대 개성의 풍속과 산하, 인심의 풍경 등을 “옥시글 옥시글”과 같은 순우리말로 복원한다. 그는 “소설은 이여기”라고 정의하면서 “나는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라고 밝혔다.

 평론가 김윤식씨가 지적했듯이 박완서가 6 25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은 작가가 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처럼 그의 문학은 분단 문제에 염원을 두고 차츰 분단 문제가 파생시킨 계층 간의 갈등과 여성문제로 확장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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