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자생력 절실"
  • 여운연 차장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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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속에 한국을 부각시켰던 서울올림픽의 열기도 과거속에 묻혀지고 이제 세계인의 관심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의 대제전인 내년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 60의 발길도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1년중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특히 이달 말부터 그리스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관계로 더욱 나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교관에서 출발해 ‘태권도 대부??(세계태권도연맹 총재)로 그리고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 IOC 집행위원 등 굵직굵직한 직함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무뚝뚝한 외모와는 달리 한때 피아니스트를 지망했었다는 다감한 체육인인 그를 만나 태권도의 남북교류 전망, 올림픽과 관련한 그의 스포츠 철학 등을 들어보았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준비관계로 더욱 바쁘실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가 몇 번째입니까?
2년에 한번씩 이번이 10회째입니다. 10월28일부터 11월3일까지 아테네에서 열리게 되는데 대회 때문에 특별히 바쁠 일은 없어요.  60여개국이 참가하고 거기에다 여자태권도선수권대회도 함께 열려 15~20개국 정도가 참가하게 됩니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참가국 중 선수단 규모도 가장 크지 않습니까?
 8체급이니까 다른 나라와 똑같이 최대 8명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남자 선수들은 우리가 가장 우세한데 여자팀은 미국 대만 등이 앞서고 있어요.

70년대부터 태권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아그레망 없는 외교사절??이라고도 불리는 해외태권도 사범들의 활약이 눈부신데,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그 열기가  식어가는 듯 합니다.
 국내에선 이제 신비롭지 못한 모양이죠.  꼬마에서부터 전국민이 하는 국기가 됐으니, 외국선 아무래도 새롭게 느껴지니까 상대적으로 그럴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사이는 우리의 입학시험제도도 관계가 있을 겁니다.  입시 때문에 운동할 겨를이 없잖습니까.  그래도 계속 증가추세이지 감소하지는 않습니다.  태권도 인구는 국내 2백만명, 해외 7백만명 해서 전 세계적으로 1천만명 정도 됩니다.

 한국 태권도를 96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미 좌절된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는 먼저 태권도의 남북교류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좌절이니 실패니 하는데 그런 게 아닙니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는 것은 하나의 비전으로서 지곳적으로 노력해야 할 목표이지, 몇 년도를 미리 못박아놓고 추진해보다가 좌절하고 실패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25개 올림픽 종목이 다 50년 내지 1낵년 역사를 갖고 그만큼 된 겁니다.  태권도가 스포츠로서 세계무대에 진출한 지가 겨우 10여년인데 그 사이에 세계태권도연맹과 국기원도 세우고, 국제경기연맹연합회(GAISF)에도 가입하고, IOC승인도 받고, 올림픽 시범종목으로서 두 번째죠.  야구 같은 것은 시범종목으로 여섯 번 하고 겨우 내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선보입니다.  태권도가 하루 사이에 기다가 걷지도 않고 한꺼번에 날으려 하면 세계 스포츠를 잘못 보는 거죠.  태권도인들은 세계대회 팬암게임 아프리카게임, 내년 바르셀로나에서 하는 시범종목을 하나하나 착실히 하면서 세계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경기에서는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가 활발한데요.  북한이 지원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과의 뿌리깊은 갈등을 해소하고,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대안은 없겠습니까?
 내용을 모르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탁구나 축구 교류와 태권도의 교류는 좀 다릅니다.  탁구나 축구는 같은 률을 갖고 같은 국제연맹에서 같은 회원국끼리 교류하는 건데, 태권도는 IOC가 세계태권도연맹을 승인하고 팬암게임 아프리카게임 올림픽까지 전부 세계태권도연맹이 최고 통할단체로서 모든 경기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국제태권도연맹이라는 것은 룰도 다르고 세계 각국 공식기구들이 인정한다든가 공식게임의 통할단체로서 활동하는 공식 세계기구가 아니거든요.  그 때문에 그 기구와 같이 앉아서 할 순 없지요.  하나는 99%고 하난 1%라고 치면 말이죠.  그러면서 저희는 문을 다 열어놨습니다.  세계연맹은 IOC승인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륙경기까지 전부 장악하는 통할단체거든요.  IOC 방침도 합하라는 게 아니고 거기서 태권도를 하고 싶은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라, 또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원하는 국제태권도연맹을 보면 국민들에게 바탕을 둔 스포츠가 아니고, 특수 공작활동을 위해 움직이는 태권도거든요.  하나는 공식 스포츠기구고, 하나는 정치단체인데 1대1로 똑같이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민족적 차원에서 동족끼리 만나고 교류하는 것은 아무도 반대 안합니다.  다만 태권도를 업고 세계태권도연맹을 파괴하려는 공작행위에 우리 연맹이 휩쓸려 갈 수는 없다는 겁니다.  겉에 내호고 민족 통일 운운하면 그럴 듯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요.

화제를 올림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최근에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 올림픽 3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열려 많은 문제들이 논의도니 적이 있었지요.  여러 논의 가운데서 올림픽이 끝나자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우리의 올림픽 열기가 너무 빨리 식은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림픽 개최 전에는 ‘올림픽 열기가 없다??그랬습니다  그러다 막판에 가서 열기가 올랐고, 물론 그때보다 많이 퇴색했다고 그러죠.  또 그게 당연한 거고. 올림픽이란 게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평화시 인류의 최대 종합제전 아닙니까.  지금까지 올림픽을 치른 16개국 중 우리가 가장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의 하나라고 합니다.  큰 나라는 별로 실감이 안 나겠지만 우리는 단결과 긍지를 갖고 국민이 한데 뭉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성취를 이뤄 이를 발판으로 도약을 했지요.  3년이 지난 이제 그것이 많이 퇴색했다고 하는데 올림픽이란 게 치러놓은 뒤 밤낮 그 열기만 먹고 살 수는 없거든요.  그것은 이미 우리의 역사 유산의 큰 발판이 됐으니까 열기는 식었지만 이루어놓은 저력은 그대로 있어 발산되는 것이 많지 않습니까.

김위원께서는 서울올림픽 이후 오히려 한국스포츠가 방향을 잃고 있다.  이를 되찾기 위해선 각종 시설과 올림픽 대회진행 역량을 발휘해 국제대회를 유치해야 된다고 주장해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도 국제스포츠대회 유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전국체전 때 대통령께서도 “한국스포츠가 올림픽 이후 빛을 잃었다??고 지적하면서 체육이 발전하려면 큰 국제대회도 유치하고 활성화시키는 게 좋지 않겠느냐 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체육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90년대까지라도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회도 유치할 게 많아요.  우린 대회를 하면 덮어놓고 국고보조를 타내려고 하는데 외국은 마케팅을 많이 합니다.  일본의 세계육상대회도 NTV란 일본방송이 2천8백만달러를 내놓았어요.  우리도 좀 그런 마케팅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스포츠도 세계 속의 한국체육이지 한국체육 혼자 동네 볼차기처럼 하는게 아니거든요.

얼마 전부터 IOC위원들이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거액의 접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올림픽정신을 계승해야 할 IOC가 타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림픽 1백년이 되는 96년 올림픽 개최지로 올림픽 발상지인 아테네가 탈락되고 아틀랜타가 선정되면서 더욱 그런 소문이 무성해졌는데...
 일본 잡지를 보니까 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나가노시가 18억엔을 썼다고 했더군요.  이 잡지는 또 46대42로 솔트레이크시티를 꺾었는데 18억엔을 46으로 나누면 1인당 얼마가 된다 그렇게 썼어요.  매스컴이 그렇게 계산까지 했지만 사실은 유치위원회 사람들 자기네가 쓴 겁니다.  버밍햄에 6백명의 유치단이 왔고 또 1년내내 수십명이 돌아다녔으니까요.  덮어놓고 46표가 나왔다고 해서 그런 계산을 하는 것은 얘기가 안됩니다.  IOC는 그래서 앞으로 올림픽 유치 도시에 갈 때 위원들 비행기표는 전부 IOC가 지출하고, 한번만 가고, 2박3일에 수행원 1명으로 제한했습니다.  어린애 같은 얘기지만.

올림픽이 경제적 이익을 위한 비즈니스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에서는 로잔의 금고에 계속 돈이 쌓여가고 있다고 하는데 올림픽 이념은 계속 강조하면서 실제로 현실은 그것과 동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텔레비전 방영료를 IOC가 다 벌어쓰는게 아닙니다  잘못 알고 있어요.  서울올림픽 때 제일 큰 수입원이 텔레비전 방영권인데 4억8백만달러였어요.  그게 어떻게 배당이 됐냐 하면 1억2천5백만달러는 서울에 이미 기술보조비로 떼줬고, 나머지 3분의 2는 서울 조직위가 갖고 갑니다.  3분의 1인 9천만달러 중 3분의 1은 1백67개국 올림픽위원회 지원훈련 연구기금올 다 나가고, 나머지 남은 3천만달러는 1천2백명 심판의 항공료, 1백67개국 올림픽위원회 각 8명씩 항공료 숙박비로 8천달러씩 지불했어요.  그리고 남는 게 IOC로 귀속되는데 서울올림픽위원회가 그냥 돈버는게 아니라 IOC의 오륜휘장으로 든을 버는 겁니다.  사마란치 위원장 방침은 지금 상업화 상업화 하는데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돈 없인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돈이 어디로 들어가느냐가 문제죠.  밖에서 잘못 알고 있어요.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스포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반대했는데 자꾸 프로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요즘은 육상대회도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돈 안 받고 일류 육상선수가 나갑니까.  칼 루이스난 존슨 같은 선수들은 돈 몇만달러 안주면 안 뜁니다.  테니스 선수도 마찬가지예요.  올림픽만은 그래도 돈 안 받고 뜁니다.  영광을 위해서.  19세기 쿠베르탱하고 지금은 달라요.  21세기를 향하는 마당에서 올림픽게임이나 IOC가 거기에 적응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 듣는데 요즘 농구선수고 육상선수고 돈 안 받고 뛰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올림픽만 놓고 보면 돈 안 받고 뜁니다.  보기에 달렸어요.  IOC가 세계 전부를 통할하는 기구는 아닙니다.  조정하고 가이드하는 건데.  테니TM 같은 것을 보면 국제테니스연맹이 선수들 관리를 못해요.  전부 상업적 기업체들이 관리하니까 그런 각도에서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김위원께서는 외신을 통해서도 IOC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중의 하나로 종종 거론되고 있고 차기 IOC위원장 후보로도 거명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신문에서 그러는 거죠.  현재 집행위원이니까.  지금은 자기하는 일 열심히 하는 걸로 족합니다.

본래 태권도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시진 않으셨지요? 국방장관 보좌관으로 출발해 외교관생활을 하다 어떻게 스포츠분야와 관계를 맺게 됐습니까?
 원래 태권도를 좋아했는데 해외공관 근무할 때 태권도가 ‘가라데라 해서 막 해외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국내 태권도계는 분파가 심했습니다.  중앙도장도 없고.  그후 청화대에 있을 때 국기원도 만들고 세계태권도연맹도 만들고 규칙도 통일하고 국제기구 속에 집어넣어 공인받아 일차적으로 국기화하고, 그 다음 세계화시킨 거지요.  옛날엔 서양에서 스포츠를 동양으로 수출했는데 동양서 서양으로 수출해 가장 성공한 게 유도고 태권도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6개국어에 능통해 국제스포츠 무대를 누비고 계시다는데 언제 외국어를 익히셨습니까?
 6개국어는 아네요.  원래 어학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스포츠분야에서 웃사람 노릇 하려면 어학을 잘 해야 합니다.  영어 불어로 회의를 다 주재하고, 외국사람보다 더 잘해야 따라옵니다.  어학은 자기 소질하고 노력인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그런 노력을 했다면 스포츠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외교관이나 국제법학자가 희망이었습니다.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다시 학위를 땄지요.  공부를 좋아해서 늘 두세가지를 한꺼번에 했습니다.  길이 옆으로 흘렀는데 지금은 외교관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일을 하니까요.

 피아니스트인 따님 金   의 활약이 크던데 실력도 우수하겠지만 아버지 덕을 많이 볼 것이라 생각되던데요.
 그런 것 때문에 본인이 손해를 많이 봅니다.  시기도 하고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잘해도 아버지 힘으로 됐다 하고.  88년에 모스크바 교향악단과 협연했을 때도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 스포츠외교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계신 셈인데 마지막으로 스포츠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모든 분야가 이젠 국제화시대입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큰 국제 물결 속에서 물결을 남보다 먼저 타고가야 이길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비전도 있고 힘도 키워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데 스포츠도 이젠 혼자 동네서 볼차고 씨름하던 시대가 아니지요.  간접적으로 우리 생활에 굉장한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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