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탈출구 ‘소점포’ 경영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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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보다 ‘사업’으로 인식해야 ??? 입자와 업종 선택이 가장 중요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직장 때려 치고 장사나 해야겠다” 직장인들이라면 으레 한번쯤 해보는 말이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보다는 조직체 구성원으로서 위기감을 느끼는 경력사원일수록 이같은 생각을 더 자주한다. 그러나 노트북 명함 전화 책상 컴퓨터가 구비된 사무실 문화에 인이 박힌 직장인이 자신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점포를 개업했다가 장사밑천으로  쏟아부은 돈을 몽땅 날리는 이들도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더러는 손바닥처럼 뻔한 월급에 얽매인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업을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이것 또한 장시간 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는 무리다.

 만년 샐러리맨의 탈출 작전으로 직장인들이 ‘환상’처럼 떠올리는 소규모 점포 경영은 한낱 신기루인가. 전문가들은 충분한 계획과 치밀한 경영전략 등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점포 경영을 ‘부업’이라는 개념보다 ‘소규모 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국유통연구소 이범렬 소장은 “사업은 장난으로 하는 木刀 시합이 아니라 인생을 거는 眞劒 승부”라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사업이란 처절한 승부의 세계인 만큼 ‘직장 따로 부업 따로’ 식의 양다리 작전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시작해야

 한 해운회사에 근무하는 강철수씨의 경우를 보면 직장인이 부업을 가질 때의 한계점이 잘 드러난다. 강씨는 3년전 2명의 직장 동료와 함께 각각 9백만원씩 투자. 동숭로에서는 처음으로 화방과 속성사진점을 열었다. 그동안 ‘낮에는 회사, 밤에는 가게’에서 일해온 그는 점포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을 “주변환경이 바뀌어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 근처에 경쟁 점포가 여럿 생기면서부터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졌다. 낮에는 종업원에 맡겨야 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어 지금은 그 지역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인데다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 악재가 겹쳐 지금은 은행 이자 정도의 수익금밖에 못 건진다. 그는 가게운영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분 보장이 불확실한 직장의 다른 동료들보다 ‘뒷힘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든다.

 소규모 사업은 직장인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않은 도전과 모험의 세계이다. 따라서 기왕에 사업을 하려면 30대 후반이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50대나 정년퇴직 후에는 처절한 경쟁과 모험이 따르는 이 세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평생 깨끗하고 안정된 생활에 안주해 온 이들의 성향은 강한 도전이 있는 사업의 세계에 그만큼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큰 조직 속에서 주어진 일만 하여 급여가 지불되던 것과는 달리 소규모사업은 모든 걸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에 대한 두려움과 부족한 자금 사정 때문에 초보자들은 흔히 친구?친지 등과의 동업을 생각한다. 그러나 <유망점포120>을 엮은 이종원(길벗미래 사회연구소 연구원)씨는 “소자본 점포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 마음대로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인 만큼 동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본 운영자금은 자기 자본으로 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 타인 자금을 조달해야 할 때도 50% 이상을 넘지 않응 것이 좋다.

“입지가 성공 50% 이상 좌우”

 10여년 동안 생활경제의 동향을 연구?분석해온 유광선씨도 자본금이 많지 않을 때는 “몸으로 때운다는 각오로 임할 것”을 당부한다. 세계에서 모자를 많이 판매하는 ‘모자왕’이며, 국내 50대 기업에 꼽히는 영안상사의 백성학 사장이 재봉틀 2대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에 투신한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이다. 한국유통연구소 이범렬 소장은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4가지 요체로 입지력· 상품력?판매력?관리력을 꼽고, 그 중에서도 “입지력이 50% 이상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흔히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는 말 그대로이다. 장소를 정할 때는 통행인구수와 배후지역 주민의 수?연령?소득수준 등을 조사해야 하지만, 임대료가 비싼 시내 중심가 지역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임대료가 싼 주변지역에서는 ‘목을 잘 잡아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초보자일수록 장사 안목이 생길 때까지는 임대료가 낮은 지역에서 개업하는 것도 좋다.

 일단 장소가 정해지면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사업성?성장성?적성?사업환경과 함께 자금력?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업종을 정하되 반드시 사업 장소의 주변환경에 어울리는 업종이어야 한다. 자녀들이 다 성장한 40~50대 연령층이 주로 사는 대형아파트 상가에 유아용품점을 낸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회변화와 추세를 파악하여 사양업종이나 과당업종을 피해야 한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비디오?노래방?양념통닭?화장품 할인코너 등은 과당업종이다. 기왕이면 직장의 업무와 연관된 업종을 선택하여 자신이 터놓은 인맥이나 거래처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업종이 정해지면 본사?도매상 또는 해당분야 종사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한다. 이때 전문가에게 사업장소를 그냥 훑어보게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주변환경을 상세히 조사?작성한 지도를 구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 뒤에는 사업 전략을 세운다. 대상 고객을 설정하고, 그 계층에 맞는 품목 및 가격을 사전에 확정한다. 점포의 이미지를 목표계층의 취향에 맞도록 가꾸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최근 소규모 점포의 경향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인력관리가 어려운 세태를 반영하듯 코인 세탁기나 팝콘?감자튀김 구두광택 등 자판기 판매업이 부각되고 있는 점이다. 또 ‘우유세대’를 겨냥한 젊은 감각의 업종이 유망하게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니 도넛?크레페?햄버거 등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셀프서비스 체제로 인력난을 극복하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 여기에 든다. 근래에는 독립점보다는 체인점 형태의 업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자신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독립점은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으면,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경영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견주어 체인점은 본사의 여업 방침에 따라 동일한 브랜드로 판매하는 형태이므로 초보자들도 쉽게 개업할 수 있다. 그러나 독립점보다 마진이 적고 본사의 경영방침을 거스를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야심이 있는 이라면 가맹점보다는 독립점을 경영하는 것이 사업가로서의 승부를 더 빨리 낼 수 있다.

 강남역 부근에 있는 커피전문점 아르쯔 1호를 경영하는 양무일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으로 성공한 이다. 주식회사 대우그룹에 77년도 공채로 입사하여 그 곳에서 김우중  회장의 경영방법을 배워온 그는 91년 5월 12년 동안 몸담아온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의 부친은 대우그룹의 수많은 전화번호가 적힌 그의 명함을 보면서 “그것 다 네 것이 아니고 너는 그 회사의 종업원일 뿐이다”라고 말했으며, 그 영향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매장 40평 규모의 커피 전문점을 개업한 뒤 심각한 인력난을 10명의 아르바이트생으로 극복한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직장인은 중간 관리자가 되는 시점에서 자신이 그 직장의 ‘숙달된 조교’로 남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체력에 있으면 임원까지 하겠다고 남아 있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40, 50대 중산층 직장인이 다 임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양심을 속이는 일입니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그냥 버티다가 덜컥 쓰러진다면 ‘치구평천하’는커녕 가장으로서 ‘수신제가’도 못하는 무책임한 일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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